▲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동생 보호자가 출근하자 언니 보호자는 철통 보안에 나섰다. 중문에 경첩을 달아 옷걸이를 꽂아두고, 철망을 세우고, 장애물을 놓았다. 탈출왕 봉순이 때문이었다. 봉순이는 하루에 8번까지도 집을 나간 적이 있었다. 언니 보호자가 쓰레기를 버리러 잠시 나간 사이, 세 마리 개들은 탈출을 공모했다. 제작진이 출입구 쪽에 펜스를 설치해 놓지 않았다면 그들은 분명 밖으로 탈출했을 게 뻔했다.
그렇다면 산책은 어떨까. 예상대로 힘겨워 보였다. 봉순과 사랑, 두 마리의 목줄을 잡은 동생 보호자는 이리저리 끌려다녔다. 소리를 지르며 통제하려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두 마리가 함께 뛰자 감당할 수 없었다. 봉순이와 사랑이는 조금 얌전해졌다가도 다시 달려 나갔고, 동생 보호자는 금세 기진맥진해졌다. 도심이라 차와 오토바이가 많아 더욱 위험해보였다.
도대체 왜 두 마리를 한꺼번에 산책시키는 걸까. 통제할 여력이 없어 보이는데 어째서 무리수를 두는 걸까. 보호자들은 따로 산책을 시키기도 했으나 혼자 남은 사랑이의 분리불안 증세가 심해 포기했다고 대답했다. 설득력 있는 대답은 아니었다. 결국 동생 보호자는 봉순이의 줄을 놓쳤고, 그 바람에 산책은 난장판이 됐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산책 후, 쁘니는 봉순을 매섭게 노려봤다. 보호자들은 겁이 나서 말리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했다. 실제로 동생 보호자는 쁘니를 말리다가 물려 13바늘을 꿰맨 적이 있었다. 잠시 후, 쁘니는 봉순을 공격했고, 귀를 물린 봉순은 피를 흘렸다. 공격성이 있는 쁘니를 분리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보호자들은 쁘니가 분리불안이 심해 3일 동안 사료에 입도 대지 않아 함께 둘 수밖에 없었다고 대답했다.
"다견을 키울 때 착각하는 게 있는데, 서로 우애가 깊어지길 바라는 건 아주 큰 착각이에요." (강형욱)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보호자 상담을 시작했다. 우선, 쁘니를 언니 집에 두고 키우면 된다는 심플한 답을 제시했다. 보호자들은 분리하면 쁘니가 밥을 먹지 않는다며 걱정을 토로했지만, 강형욱은 먹을 때까지 그냥 두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스트레스는 산책을 통해 해소시키면 될 일이라 큰 문제가 아니었다. 보호자들의 주장처럼 하루종일 세 마리를 같이 둘 이유는 없어 보였다.
강형욱은 쁘니가 봉순이나 사랑이와 어울리고 싶은 게 아니라 (언니) 보호자와 함께 있고 싶어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견 보호자가 흔히 갖는 '착각'에 대해 언급했다. 충격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개들끼리의 우애 좋은 생활은 보호자의 욕심이다. 개는 보호자를 좋아할 뿐 개끼리 좋아하지 않는데, 보호자 마음대로 세 마리의 관계를 오해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더불어 강형욱은 쁘니의 공격성은 고민이 아니라는 진단을 내렸다. 오히려 반려견 사이의 싸움을 부추기는 환경을 지적했다. 지금처럼 한 공간에 세 마리를 붙여 놓는 것보다 다른 공간에서 각자 살게 해주는 게 좋다는 것이다. 함께 지내는 게 바보 같은 생각이냐는 질문에 강형욱은 "바보 같은 짓이라기보다 가족이라 여기며 인간관계와 똑같이 생각하는 게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보호자들을 힘겹게 했던 탈출 문제도 간단히 해결이 가능했다. 강형욱은 개들이 문고리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면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블로킹을 통해 충분히 제어할 수 있었다. 또, 만약을 위해 높이 1.8m에 잠금장치는 위쪽에 있는 맞춤 보조문을 제작할 것을 권했다. 솔루션 과정을 지켜보던 이경규는 "개들이 가진 문제는 없"다며 미숙한 보호자들을 염려했다.
동생 보호자에게 '책임' 강조한 강형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