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성하훈
 
2023년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예산이 큰 폭으로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발전기금(영발기금)이 고갈 상태에 들어간 가운데 현 상태에 변화가 없으면 내년 연말 즈음에는 영진위 직원 월급 지급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영화산업 전반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 영화제에서 잇따른 수상으로 위상이 높아진 한국영화 산업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모양새다.
 
지난 23일 국회를 통과한 2023년 영진위 예산은 850억 원으로 20222년 1100억 원 대비 22.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하락 폭이 가장 크다. 사업비 예산은 729억 원으로 역시 지난해 대비 25.4% 대폭 감액됐다.
 
2017년 646억, 2018년 553억으로 줄었다가 2019년 660억으로 증가한 이후 2020년 899억(추경포함 1187억), 2021년 1053억으로 올랐다가 올해 978억으로 1천억 원 대가 무너졌고, 새해는 850억 수준으로 2020년보다도 낮은 수준이 됐다.
 
영진위 경상비를 제외한 사업비 예산은 729억 4천만 원으로 올해 978억 4천만원 보다 249억(25.4%)이나 줄었다. 영진위 측은 "영상전문투자조합(모태펀드) 270억 원이 감액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독립예술영화지원사업 37억 증가
 
주요 사업을 살펴보면 예산이 늘어난 사업은 독립예술영화제작지원사업이었다. 117억 3천만 원으로 2022년 80억 대비 37억 4천만 원이 증가해 50% 가깝게 늘어났다. 차기작 기획개발 지원사업도 지난해 14억 4천에서 올해는 90% 이상 증가한 28억 원으로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부산영화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을 지원하는 '아시아영화시장 지원사업'도 올해보다 3억 원 증가한 13억 원이 편성됐다. 올해 부산영화제 마켓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상황에서 빡빡한 운영에 다소 숨통이 다소 트일 것으로 보인다.
 
국제영화제 지원사업의 경우 올해보다 1억 원 감소한 46억 2천8백만 원이 책정됐다. 영진위 측은 기존 부산, 전주, 부천 등 대규모 영화제 지원은 올해와 같고, 중소 규모 부문 국제영화제 지원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일부 영화제가 기준에 따라 규모가 큰 영화제 지원 대상에 해당되어, 상대적으로 중소규모 국제영화제가 여유로웠다. 하지만 대규모 영화제 지원이 늘어나야 하는 상황에서 예산이 줄어든 것이어서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영화제 지원은 6억 3천만 원으로 동결됐다.
 
지역 영상 생태계 기반마련도 지난해 18억 5천에서 6억 2천만 원이 삭감됐다. 영진위는 지역영화 후반작업시설구축사업이 종료되면서 6억 원 감소한 것이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 영화 지원사업이 가장 호평을 받던 것에 비하면 삭감 정도가 상당히 크다. 지역영화네트워크사업 등도 경상비에서 2천만 원 정도가 소폭 감소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는 지난해 85억에서 올해는 40주년 사업 등으로 3억이 늘어난 88억이 편성됐다.
 
 올해 큰 성장을 이룬 부산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
올해 큰 성장을 이룬 부산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부산영화제 제공
 
국고 지원 800억 확보 성과지만 임시방편
 
영진위가 공공자금 관리기금에서 차입해서 사용하고 있는 800억 원은 국고에서 지원해 갚을 수 있게 된 점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으로 꼽힌다. 영화계 인사들에 따르면 김동호 강릉영화제 전 이사장을 비롯해 오지철 전 차관, 여당의 성일종, 김광림 의원 등 정치인들이 국고 지원에 관심을 기울여 준 덕분이었다고 한다. 민주당 유정주 의원 등도 영진위 예산 증액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1000억 원 이상이 필요한 상태에서 800억 국고 지원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일 뿐 2023년 예산을 선방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당초 영진위가 영발기금 상황을 고려해 새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24% 감액을 설정했으나 문체부 쪽에서 15% 안팎의 삭감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일부 예산이 살아날 수도 있다는 기대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영진위의 예산안이 그대로 굳어졌고, 영발기금 국고 지원 역시 800억 원에 그치면서 영진위 운영에도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 됐다. 영진위의 한 관계자는 "자칫 2023년 연말에 접어들면 남아있는 영발기금 부족으로 영진위 기관 운영에도 영향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3년 문체부 예산이 2022년 대비 8.9% 삭감된 것과 비교하면 25%가 넘는 영진위 예산 감소 폭은 문체부 대비 3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6월 발언도 공수표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12일 칸국제 영화제 수상자, 영화 관계자 등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초청해 만찬을 베푼 자리에서 "실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현장에서 뛰는 분들의 말씀을 잘 살펴서 영화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일이 있다면 팔을 걷어붙이고 열심히 도와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예산이 삭감되면서 지키지 못한 셈이 됐다. 코로나 19로 인해 기존에 제작된 많은 영화가 개봉하지 못하고 묶여있는 상태에서 활로가 필요한 상황인데, 예산 뒷받침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 유정주 의원은 "영화발전기금의 안정적인 운용은 요원한 일이 되어버렸다"면서 "2024년에 1000억 원, 2025년에 1000억 원 확보를 위한 방안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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