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한 장면
JTBC
그런데 문제는 16부의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이 몰입했던 인물은 2회에서 15회까지 주인공으로 드라마를 이끈 '진도준'이라는 데 있다. 더구나 진양철 회장(이성민 분)과 진도준의 할아버지-손자 관계를 이 드라마 속 '베스트 커플'로 손꼽는 사람들이 많았을 만큼 이들의 케미스트리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필자는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순양가와 진도준 사이의 각축전을 보며 이 드라마가 흡사 2022년판 <야망의 세월>이나 <용의 눈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 모임에도 초대받지 못하는 서자의 아들, 그런데 그 아들이 영특해서 할아버지 눈에 드는 내용이다. 심지어 죽을 위기에 빠진 할아버지의 목숨마저 구한다. 그 일로 할아버지에게서 '상금'을 얻는데 이를 엄청나게 불려 안 그래도 가업을 물려줄만한 인물이 없어 늘 고심하던 할아버지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친구도, 가족도 없다'며 늘 입버릇처럼 되뇌는 할아버지가 "순양을 사겠다"고 당돌하게 나서서 매번 순양가를 물 먹이는 손자가 밉기만 했을까? 심지어 큰아버지는 물론 능력 없는 작은 아버지, 고모까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엎어버리던 막내 손자가 할아버지가 아끼는 기업이라고 '언 발에 오줌누기'인 줄 알면서도 순양자동차를 살리려 애쓴다. 아들도, 손자도, 심지어 부인마저도 자신을 믿지 않고 죽이려까지 하는데 유일하게 막내 손자만이 할아버지, 순양의 진양철 편이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고집하던 '장자 승계'를 물리고 진도준을 차기 회장감으로 낙점한다.
이토록 입지전적의 인물 진도준은 순양 회장 취임식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에서 두 번째 덤프트럭 사고를 당한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야 만다"는 말로 그를 퇴장시키고 죽은 줄 알았던 윤현우를 다시 깨운다니, 개연성은 둘째치고 사람들이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까.
그러니 송중기가 윤현우, 진도준 모두를 연기를 했는데도 진도준의 몫을 윤현우가 낚아챈 듯한 반응도 적지 않다. 더구나 재벌가의 개처럼 살았던 윤현우는 진도준 사건의 공범이라고 볼 수 있는데도, 진도준의 경험으로 미라클에서 주요 직위를 얻게 됐으니 그간 진도준의 성취를 응원하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배신감이 들 수밖에 없다. 심지어 진도준은 할아버지가 물려준 비자금 7천억 원을 이미 사회에 환원했는데, 16부에 그 7천억 원은 그대로 순양의 비자금으로 다시 등장한다. 그럼 우리가 본 진도준은 뭐지? 꿈인가? 시청자들이 헷갈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