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이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B조 1차전 경기, 잉글랜드는 복병으로 평가받던 이란을 무려 6-2이라는 스코어로 무너뜨리며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날 경기 이후 사람들의 이목을 끈 요소는 그 뿐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은 바로 '추가시간'이었다. 이 날 경기에서 하파에우 클라우스 주심은 전반전에만 무려 14분의 추가시간을 부여했다. 후반전에도 무려 10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졌으며, 이마저도 비디오 판독으로 인해 13분까지 늘어났다.

무려 전후반을 각각 한 시간씩이나 뛴 셈이다. 전후반을 모두 합쳐도 일반적으로 추가시간은 10분 내외로 주어지는데, 상당히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특히, 이날 전반 주어진 14분 8초의 추가시간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월드컵 경기에서 나온 가장 긴 추가시간'이었다.

바로 이후에 펼쳐진 B조 2차전 미국과 웨일스의 경기에서도 양 팀은 후반전에만 10분의 추가시간을 더 뛰었다. 세네갈과 네덜란드의 A조 1차전 경기에서도 후반전에 무려 10분의 추가시간을 부여받았다.

경기마다 이렇게 많은 추가시간이 주어진 경우는 이번 월드컵이 사실상 처음이다.

새로운 추가시간 할당 매커니즘

월드컵 개막 직전인 17일, 피에를루이지 콜리나 FIFA 심판위원장은 미국의 스포츠 매체 'ESPN'의 팟캐스트 'Gab and Juls Show'에 출연해 새로운 추가시간 할당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콜리나는 "우리는 러시아 월드컵에서부터 더 정확한 추가시간을 계산하기 시작했다"며 "전광판에 6~8분과 같은 큰 추가시간이 뜨더라도 놀라지 말라"고 말했다. 더욱 길어질 추가시간을 미리 예고한 것이다.

그는 또한 "전반전에 3골이 나온다고 생각해보라. 골 세레머니는 보통 1분에서 1분 30초 정도가 걸리고, 만약 3골을 넣으면 약 5~6분 정도가 낭비된다"라고 덧붙였다.

콜리나의 말과 같이, 실제 경기에서 낭비되는 시간은 상당히 길다. 그 예로, K리그에서는 실질적으로 공이 플레이되지 않는 시간을 제외한 APT(Actual Playing Time, 실질 경기 시간) 값을 올리기 위한 '5분 더 캠페인'이라는 시도를 한 바 있다.

이는 2017년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경기 시간을 90분에서 60분으로 축소하는 수정안을 제시한 이후 다시금 뜨거운 감자가 되기도 했다. 당시 통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축구 경기들이 APT 값에서 60분 이상을 넘기지 못했으며, 이러한 사실은 축구 규정을 개정하자는 주장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번 월드컵에서는 콜리나가 예고한 바와 같이 스로인이나 골킥과 같이 공이 중지되는 모든 상황을 정확하게 집계하여 추가시간에 할당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지적되어온 시간 낭비의 방지를 위한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그 결과, 이번 대회에서는 평소에 보기 어려웠던 긴 추가시간도 흔하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축구 통계 매체인 '옵타'에 따르면, 1966 월드컵 이후 가장 긴 추가시간 상위 4개 기록(잉글랜드-이란, 미국-웨일스, 세네갈-네덜란드)이 이번 대회에서 나왔다.

엄격한 추가시간이 가져온 새로운 변화

상당히 혁신적인 변화인 만큼, 이 정책이 가져온 변화도 크다.

먼저 리드를 지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끄는 행위, 일명 '침대 축구'를 근절시킬 수 있게 되었다. '침대축구'를 통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더라도 그만큼 추가시간이 더 길어지기 때문에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동시에 새로운 변수도 생겨났다. 추가시간이 이전보다 훨씬 길어졌기 때문에, 추가시간 사이에 극적인 득점이 터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실제로 지난 경기들 사이에서 추가시간에 터진 골은 2골이 있었다(90+13' 메흐디 타레미, 90+9' 데이비 클라선).

길어진 추가시간에 따라 선수단 전반의 체력 강화도 참가팀들에게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반면, 이에 대해 불평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너무 길어진 경기 시간으로 인해 선수들이 일정을 소화하는 데 더욱 어려움을 느끼게 될 수 있다는 것.

이런 사실들을 떠나서, 길어진 추가시간이 이번 월드컵의 새로운 묘미가 될 것은 분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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