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시상식이 뜨거운 것은 마찬가지지만 지난 1995년 제67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 어느 해보다 영화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어느 때보다 좋은 작품들이 대거 작품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장편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로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두 번째 작품 <펄프 픽션>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내심 아카데미까지 노리고 있었다.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쇼생크 탈출>도 '<빠삐용> 이후 최고의 탈옥 영화'라는 찬사를 받으며 오스카 트로피를 기대하고 있었다. 배우 겸 감독 로버트 레드포드의 <퀴즈쇼> 역시 로버트 레드포드가 연출한 작품 중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국 배우 휴 그랜트를 할리우드 메이저 시장에 진출시킨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도 로맨틱 코미디를 뛰어넘는 의미를 가진 수작으로 평가받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은 전통적으로 특정 작품에 상을 몰아주는 전통(?)이 있었고 이는 1995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한 작품이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색상, 편집상, 시각효과상까지 무려 6개 부문을 휩쓸었다. 바로 1994년 3억 2900만 달러로 북미 흥행 1위를 기록했던 톰 행크스와 로빈 라이트 주연의 <포레스트 검프>였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