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속도로 가족>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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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선(라미란)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기름값 2만 원을 빌리는 기우(정일우)를 만난다. 미심쩍어 보였지만 소액이라 계좌번호를 달라는 기우의 말에 대충 명함을 주면서 마무리했다. 처음에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이 둘에 임신한 엄마까지 합세하니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선심 쓰는 김에 5만 원을 더 얹어 주었다.
한편, 기우와 지숙(김슬기)은 은이(서이수)와 택(박다온)과 끈끈한 가정을 꾸린 엄연한 가장이다. 밤에는 무한한 별을 볼 수 있고 낮에는 넓은 놀이터가 되어주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생활한다. 모든 일이 마음가짐에 달렸다고 하지 않나. 가족은 결코 슬프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신세가 처량하다기보다 사랑하면 어디든 천국이라 믿는다. 자연을 벗 삼아 매일 캠핑하는 기분으로 살면 그만이다. '인생은 놀이고 삶은 여행'이다.
하지만 곧 위기가 다가왔다. 휴게소에서 2번이나 마주친 영선은 이상함을 참지 못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기우는 조사를 받고 가족과 헤어진다. 영선은 사정을 알게 되자 그냥 두고 올 수 없어 품을 내어준다. 중고 가구점의 빈방에서 오랜만에 가족은 푹신함 안락함,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등 따습고 배부른 하루가 쌓이자 지숙은 기우를 서서히 잊어 간다. 어쩌면 오랫동안 사랑이란 허울로 가스라이팅 당한 건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행복하다는 기우의 말은 자꾸만 헛소리로 들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학교도 보내야 했고, 배 속에 아이가 거꾸로 있어 위험하다는 소리까지 듣게 된다. 과연 이대로 다시 돌아가는 게 맞는 걸까. 엄마 지숙은 자꾸만 딴생각이 차오른다.
화마가 만든 상처와 재생의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