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으로 한국 야구팬을 열광하게 한 '국민타자' 이승엽이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는다. 두산은 14일 "이승엽을 제1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9월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은퇴투어 행사에서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준비한 기념품을 받고 있는 모습. 2022.10.1

홈런으로 한국 야구팬을 열광하게 한 '국민타자' 이승엽이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는다. 두산은 14일 "이승엽을 제1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9월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은퇴투어 행사에서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준비한 기념품을 받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사자굴을 떠난 '라이언킹'이 5년 만에 '두목곰'으로 변신하여 나타났다. '국민 타자' 이승엽이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두산 구단은 지난 10월 14일 "이승엽을 제1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3년이고 총액은 18억 원(계약금 3억 원·연봉 5억 원)으로 신임 감독으로는 역대 최고 대우에 해당한다. 두산은 한국 야구에 독보적 이력을 남긴 레전드였던 이승엽 감독의 가치를 예우하기 위해 초보 감독임에도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시절 이승엽은 한국 역사상 최고의 홈런 타자이자 슈퍼스타였다. 한국프로야구(KBO) 리그에서만 467홈런, 단일시즌 최다홈런(2003년 56개)으로 역대 1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프로야구 시절을 포함하면 한일 통산 626홈런이라는 위대한 금자탑을 쌓았다. KBO리그 1906경기에 출전해 타율 .302, 2156안타, 1498타점을 기록했으며, 현역 시절 각 5회의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와 홈런왕을 차지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오직 삼성 한 팀의 유니폼만을 입고 5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하며 최전성기를 함께한 삼성의 '성골 프랜차이즈스타'다.
 
또한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에서도 중요한 순간마다 맹활약을 펼치며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승 금메달 등에 기여하여 한국 야구의 위상을 높였다. 그 업적을 인정받아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공식 은퇴투어 1호 대상자에 선정되었으며 2022년 '프로야구 40주년 기념 레전드 올스타 40인'에서 최상위 TOP 4에 이름을 올리며 '살아있는 전설'로 인정받았다.
 
이승엽은 2017년 은퇴 이후에도 KBO 홍보대사와 기술위원, 총재특보, SBS 야구 해설위원, 이승엽야구장학재단이사장직 등을 병행해왔으며, 각종 예능 방송의 고정 패널과 게스트로도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최근에는 은퇴한 프로선수와 독립-대학리그의 아마추어 유망주들로 구성된 JTBC 스포츠예능 <최강야구>의 감독직을 맡아왔다. 현장에서 직접 지도자나 프런트로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야구계에 몸을 담그며 야구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켜왔다.
 
'기대 반 우려 반' 이승엽 감독

두산은 2010년대 중반 이후 프로야구를 지배해온 왕조로 꼽혔으나, 올해는 9위로 구단 역사상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하며, 8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올해를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 김태형 전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한 두산은, 일찌감치 이승엽 감독을 유력한 후보로 점찍고 접촉한 끝에 파격적인 대우로 최종 합의에 성공했다.
 
'지도자 이승엽'의 새로운 도전과 그가 이끌 두산의 미래에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팬들의 대체적인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슈퍼스타 출신 감독의 등장이 야구계에 새로운 이슈와 활기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지도자로서의 경험부족과 실패할 시의 후유증을 걱정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승엽 감독의 영입으로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역시 스타 감독이 주는 화제성이다. 이 감독은 선동열(삼성-KIA), 이만수(SK), 김시진(히어로즈-롯데), 김성한(KIA), 이순철(LG) 전 감독 등과 더불어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화려한 선수시절을 보낸 감독 중 한 명이다. 특히 국민타자라는 별명처럼 깨끗한 사생활과 국가대표에서의 활약상까지 고려하면 대중적인 명성과 인지도는 독보적이다.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 감독의 리더십과 일거수일투족은 그 자체로 야구 흥행에 중요한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두산은 최근 훌륭한 성적과는 별개로 소속 선수의 학교폭력과 사생활 논란 등으로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선수시절부터 실력과 인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승엽 감독의 후광으로 두산은 선수단 이미지 쇄신의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두산 선수들도 우러러보던 동경의 대상이자 KBO리그 역사상 불세출의 슈퍼스타와 함께한다는 사실이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또한 40대 중반으로 현역 중 막내 감독이 된 이승엽의 등장은, 점점 젊어지고 있는 감독계의 세대교체 트렌드를 대표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감독 이승엽'은 매력적인만큼이나 리스크가 매우 큰 위험한 도박이기도 하다. 현재로서 이승엽의 장점이나 그에게 거는 기대란, 모두 '선수 이승엽'으로서 보여준 업적과 스타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선수와 감독으로서의 능력은 어디까지나 별개라는 사실은 이승엽 이전에 슈퍼스타 출신 감독들의 실패에서 이미 숱하게 검증된 바 있다.
 
초보 감독 이승엽의 가장 큰 약점은 역시 '지도자 경력의 부재'다. 이승엽은 은퇴 후 지난 5년간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정식 지도자 코스를 밟은 경험이 아예 전무하다. 굳이 꼽자면 '최강 몬스터즈'(SBS 최강야구) 정도가 있지만 예능적 요소가 가미된 이벤트 매치에 가까운 방송용 팀과 실제 프로야구팀을 이끄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역대 프로야구 사령탑 중 변변한 지도자 경험 없이 감독직에 오른 사례는 장정석(현 KIA단장)과 허삼영(전 삼성) 전 감독 등이 있지만, 이들은 대신 프런트 경험을 통하여 내부 사정에 밝고 구단이 추구하던 프런트 야구의 전문성을 상징하는 존재였다는 점에서, 파격이었지만 나름의 명분은 있었다. 지도자 경험없이 외부에서 방송활동과 명예직만 수행하다가 선수시절 명성에 힘입어 갑자기 감독이 된 이승엽과는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들 역시 임기 내내 지도자로서의 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계속 지적받았고, 감독으로서 기대 만큼 성공한 사례라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이승엽과 비슷한 케이스라면 허구연 현 KBO 총재와 현주엽 전 창원 LG 감독을 꼽을 수 있다. 허구연은 방송 해설위원으로 명성을 얻어 프로 초창기 청보 핀토스의 감독에 취임했고, 현주엽은 종목은 다르지만 슈퍼스타 출신이자 역시 지도자 경험없이 프로 감독직에 올랐다는 점에서 지금의 이승엽과 흡사하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프로 감독으로서는 참혹한 실패를 겪으며 각각 야구해설과 방송으로 복귀했다. 유명한 전문가라도 '밖에서 보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이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반면교사로 꼽힌다.
 
감독 이승엽 기다리는 난제들
 
'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신임 사령탑 선임 홈런으로 한국 야구팬을 열광하게 한 '국민타자' 이승엽이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는다. 두산은 14일 "이승엽을 제1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1월 16일 대전시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KBO신인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모습.

▲ '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신임 사령탑 선임 홈런으로 한국 야구팬을 열광하게 한 '국민타자' 이승엽이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는다. 두산은 14일 "이승엽을 제1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1월 16일 대전시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KBO신인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모습. ⓒ 연합뉴스

 
이승엽 감독은 단순히 야구인 중 한 명을 넘어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레전드이자 슈퍼스타였다. 하지만 선동열과 이만수, 이순철 등 수많은 슈퍼스타 출신들이 지도자에 도전했다가 오히려 현역 시절의 명성까지 깎아먹을 만큼 많은 시련을 겪어야 했다. 그 정도로 감독은 고되고 어려운 자리다. 그리고 이는 레전드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던 팬들에게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경험이 풍부한 선배들도 감독으로서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하물며 이승엽처럼 아예 준비도 없이 갑자기 감독이 된 사례는 전무하다. 이승엽이 감독직에 진지하게 도전할 생각이 있었다면 지난 5년간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과 걱정이 남는 이유다.
 
이승엽이 친정팀 삼성이 아닌 두산에서 지도자 데뷔를 하게 되었다는 것도 야구팬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선동열이 삼성, 이만수가 SK를 맡는 등 자신과 연고가 없거나 라이벌팀에서 지도자 데뷔를 한 사례들이 이미 많기에 안 될 것은 없다. 다만 두산은 김인식 감독 이후 그동안 김경문, 김진욱, 송일수, 김태형 전 감독에 이르기까지 지도자 역시 외부 영입보다는 자체적으로 내부 승격과 육성이라는 전통을 이어왔다. 두산의 최전성기를 이끈 지도자들도 모두 내부 인사들이었다.
 
두산은 전임 김태형 감독이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3회 우승이라는 엄청난 업적을 이뤄놓은 데다, 현재는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전력이 약화됐고 리빌딩과 세대교체가 요구되는 시점에 있다. 해태-삼성-현대-SK 등 KBO리그 역대 왕조들이 몰락하던 '과도기'에 바통을 이어받은 지도자들은 대부분 오래 살아남지 못했다는 징크스가 있다. 어쩌면 초보 감독에게는 최악의 환경이라고도 볼수 있다.

그런데 지도자로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이승엽 감독에게 두산이 18억이라는 파격 대우를 보장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구단의 방향성이 리빌딩보다는 성적에 방점이 찍혀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두산 팬들 입장에서는 두산 왕조 시절의 영광이 강하게 남아있어서 어지간한 성적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데다, 자팀의 레전드도 아닌 '외부인' 이승엽 감독의 경험부족이나 시행착오를 굳이 너그럽게 인내해줘야 할 이유도 없다. 이승엽 감독에게는 시작부터 호락호락하지 않은 난제들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한편으로 프로야구와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이승엽이 떠난 <최강야구>의 빈자리를 누가 메울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유의 맏형 리더십과 의외의 예능감으로 개성강한 프로야구 레전드 출신 선수들을 아우르는 덕장의 면모를 보여주며 사실상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이승엽의 빈자리를 벌써 아쉬워하는 시청자들도 많다.
 
제작진은 아직은 이승엽 감독의 출연분량이 많이 남아있다면서 후임 감독에 대해서는 방송을 통하여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시청자들은 이승엽만큼의 상징성과 인기를 이어갈 수 있는 인물로 박찬호나 김병현 등 또다른 레전드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승엽 감독은 한국야구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누구보다 특별한 인물이다. 지도자로서 그의 성패여부는, 앞으로 KBO리그에서 '슈퍼스타 출신 감독의 성공사례'를 가늠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 많은 야구팬들은 기왕이면 이승엽이 '국민타자'로서의 명성을 이어 지도자로서도 차세대 '국민감독'의 반열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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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감독 두산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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