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중·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는 오우삼 감독과 서극 감독으로 대표되는 홍콩영화가 아시아 시장을 주름 잡았다. 특히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 등 대다수의 홍콩 누아르 영화들에서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남자들의 우정과 의리였다. 홍콩 누아르 영화의 의리열풍(?)은 한국에서도 남성관객들을 중심으로 많은 영향을 미쳤고 충무로에서도 남자들의 우정과 의리를 주제로 한 영화들이 속속 만들어져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97년에 개봉한 <비트>는 정우성과 유오성, 임창정의 엇갈린 우정이 잘 그려진 영화였다. '천만영화' <실미도>가 등장하기 전까지 한국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가지고 있던 곽경택 감독의 <친구>는 제목부터 친구들의 우정이 주제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1억 배우' 류승룡의 첫 주연작이기도 한 장진 감독의 <거룩한 계보> 역시 장진식 코미디와 남자들의 우정을 적절히 녹여낸 톡특한 스타일의 누아르 영화였다.
하지만 굳건한 남자들의 우정도 크게 흔들릴 때가 있다. 대표적인 상황이 두 친구가 동시에 한 여성을 좋아하게 되는 경우다. 지난 2012년에 개봉한 맥지 감독의 <디스 민즈 워>는 목숨을 나눠도 아깝지 않은 우정을 자랑하던 절친이 한 여자 때문에 얼마나 무섭게 싸울 수 있는지 보여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