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러브레터>로 14년 만에 무대 연기에 복귀하는 배우 하희라.
수컴퍼니
동작은 절도 있었고, 성량 또한 풍성해 보였다. 연극 <러브레터>의 프레스콜이 열렸던 22일 오후, 배우 하희라는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중에겐 안방 드라마로 널리 알려졌던 차에 무대 연기에 도전하게 됐다. 그것도 2008년 뮤지컬 <굿 바이 걸> 이후 14년 만이다.
2인극으로 대사량이 엄청났고, 단순 낭독극 형식이던 미국 극작가 원작 A.R. 거니의 <러브 레터스>(Love Letters)를 변주해 역동감 있는 몸동작까지 해야 하는 과제를 두고 하희라는 기꺼운 마음이었다. "배우로서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게 멜리사는 많은 영감과 도전의식을 줬다"며 "이런 캐릭터는 배우일을 하며 처음 만났고, 앞으로도 못 만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프레스콜 이후 무대 뒤에서 하희라를 만났다.
치열했던 준비 과정
<러브레터>는 멜리사와 앤디라는 두 사람이 서로 편지를 교환하며, 인생을 나누고 여러 굴곡을 거치며 서로의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일대기적 작품이다. 1930년대, 두 캐릭터의 유년시절부터 시작해 노년기에 이르른 모습까지 다룬다. 이중 멜리사는 밝고 자유로운 성격으로 하희라는 동료 배우 임호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실 하희라는 1988년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약 2년 주기로 연극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 "방송에서 벼락치기 시험처럼 연기하다가 연극을 통해 서로 채워주는 연기를 경험한 게 너무 좋아서였다"며 하희라는 "시간이 되는 한 꾸준히 하다가 어느 순간 몸이 안 좋아졌고, 열정을 쏟지 못할 바에야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그렇게 됐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정말 욕심이 났다"고 했다.
"<청춘기록>(2020) 이후에도 디스크 협착증으로 몸이 되게 안 좋았다. 계속 치료받았고, 통증도 많이 없어지던 차에 최수종씨와 동료들과 함께 (연극 복귀) 작품을 준비 중이었다. 그러다 <러브레터>를 구해서 읽게 됐는데 너무 하고 싶더라.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라 남편 (최수종)의 외조를 받아야 했는데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양해를 구했다. 이미 오픈 날짜가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제가 참여하게 됐다. 3개월 정도 모든 지인과 만남을 줄이고, 연습했지."
원작은 1995년 한국에서 초연된 바 있다. 당시 공연은 보진 못했지만 하희라는 "오히려 봤다면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초연과 달리) 몸을 쓰고, 다양한 소품을 사용하면서 풍성해진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위성신 연출님께서 좀 과장이다 싶을 정도로 많은 손동작을 요구하셨다. 마치 실 달린 인형이 춤추듯 한 동작인데, 여러 영상을 보고 무용을 짜서 시도해보기도 했다. 랩과 같은 대사도 마구 던진다. 연출님이 여러 상황에 맞게 대사를 바꿔주셨고, 그게 하나하나 쌓여가니 매력적인 멜리사가 나오더라. 연극이니까 이게 가능하구나 싶었다.
이것저것 시도하고, 아니면 빼기도 하고. 마치 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솔직히 제 나이가 되면 다들 그냥 두시거든. 경력도 꽤 되니까. 하지만 저도 종종 내가 하는 연기가 맞나 의문이 든다. 그럴 때 연출님과 얘기하는 게 큰 도움이 되지. 그리고 마이크 없이 하는 연극이기에 무대 뒤까지 대사를 잘 전달해야 하는 책임감도 있다. 그런 점들을 신경 쓰며 준비했다. 100분 동안 50년이 흐르는 작품이다. 속도도 빠르고, 주인공 마음도 계속 달라진다. 제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풍요롭고 꽉 찬 작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