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러브레터>로 14년 만에 무대 연기에 복귀하는 배우 하희라.

연극 <러브레터>로 14년 만에 무대 연기에 복귀하는 배우 하희라. ⓒ 수컴퍼니

 

동작은 절도 있었고, 성량 또한 풍성해 보였다. 연극 <러브레터>의 프레스콜이 열렸던 22일 오후, 배우 하희라는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중에겐 안방 드라마로 널리 알려졌던 차에 무대 연기에 도전하게 됐다. 그것도 2008년 뮤지컬 <굿 바이 걸> 이후 14년 만이다.
 
2인극으로 대사량이 엄청났고, 단순 낭독극 형식이던 미국 극작가 원작 A.R. 거니의 <러브 레터스>(Love Letters)를 변주해 역동감 있는 몸동작까지 해야 하는 과제를 두고 하희라는 기꺼운 마음이었다. "배우로서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게 멜리사는 많은 영감과 도전의식을 줬다"며 "이런 캐릭터는 배우일을 하며 처음 만났고, 앞으로도 못 만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프레스콜 이후 무대 뒤에서 하희라를 만났다. 
 
치열했던 준비 과정
 
<러브레터>는 멜리사와 앤디라는 두 사람이 서로 편지를 교환하며, 인생을 나누고 여러 굴곡을 거치며 서로의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일대기적 작품이다. 1930년대, 두 캐릭터의 유년시절부터 시작해 노년기에 이르른 모습까지 다룬다. 이중 멜리사는 밝고 자유로운 성격으로 하희라는 동료 배우 임호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실 하희라는 1988년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약 2년 주기로 연극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 "방송에서 벼락치기 시험처럼 연기하다가 연극을 통해 서로 채워주는 연기를 경험한 게 너무 좋아서였다"며 하희라는 "시간이 되는 한 꾸준히 하다가 어느 순간 몸이 안 좋아졌고, 열정을 쏟지 못할 바에야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그렇게 됐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정말 욕심이 났다"고 했다.
 
"<청춘기록>(2020) 이후에도 디스크 협착증으로 몸이 되게 안 좋았다. 계속 치료받았고, 통증도 많이 없어지던 차에 최수종씨와 동료들과 함께 (연극 복귀) 작품을 준비 중이었다. 그러다 <러브레터>를 구해서 읽게 됐는데 너무 하고 싶더라.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라 남편 (최수종)의 외조를 받아야 했는데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양해를 구했다. 이미 오픈 날짜가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제가 참여하게 됐다. 3개월 정도 모든 지인과 만남을 줄이고, 연습했지."
 
원작은 1995년 한국에서 초연된 바 있다. 당시 공연은 보진 못했지만 하희라는 "오히려 봤다면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초연과 달리) 몸을 쓰고, 다양한 소품을 사용하면서 풍성해진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위성신 연출님께서 좀 과장이다 싶을 정도로 많은 손동작을 요구하셨다. 마치 실 달린 인형이 춤추듯 한 동작인데, 여러 영상을 보고 무용을 짜서 시도해보기도 했다. 랩과 같은 대사도 마구 던진다. 연출님이 여러 상황에 맞게 대사를 바꿔주셨고, 그게 하나하나 쌓여가니 매력적인 멜리사가 나오더라. 연극이니까 이게 가능하구나 싶었다. 
 
이것저것 시도하고, 아니면 빼기도 하고. 마치 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솔직히 제 나이가 되면 다들 그냥 두시거든. 경력도 꽤 되니까. 하지만 저도 종종 내가 하는 연기가 맞나 의문이 든다. 그럴 때 연출님과 얘기하는 게 큰 도움이 되지. 그리고 마이크 없이 하는 연극이기에 무대 뒤까지 대사를 잘 전달해야 하는 책임감도 있다. 그런 점들을 신경 쓰며 준비했다. 100분 동안 50년이 흐르는 작품이다. 속도도 빠르고, 주인공 마음도 계속 달라진다. 제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풍요롭고 꽉 찬 작품이 됐다."

 
 연극 <러브레터> 프레스콜 현장. 배우 임호와 하희라 페어가 공연 중이다. 해당 작품은 두 사람을 비롯해 실제 부부인 유성재, 조선명, 그리고 뮤지컬계에서 떠오르는 신성인 배우 이승헌과 신의정 등 세 커플이 각각 앤디와 멜리사를 표현한다.

연극 <러브레터> 프레스콜 현장. 배우 임호와 하희라 페어가 공연 중이다. 해당 작품은 두 사람을 비롯해 실제 부부인 유성재, 조선명, 그리고 뮤지컬계에서 떠오르는 신성인 배우 이승헌과 신의정 등 세 커플이 각각 앤디와 멜리사를 표현한다. ⓒ 수컴퍼니

 
든든한 지원군, 그리고 원동력
 
편지로 이어지는 두 사람 관계처럼, 평소 하희라는 손편지를 종종 쓴다고 한다. 혹자는 요즘 감성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마음이 담긴 육필의 힘은 쓰고, 받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법.

하희라는 "요즘에도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때 편지를 쓴다. 예능 <살림하는 남자들> 작가님이 촬영차 집에 놀러 오셨는데, 보관 중인 편지들을 보고 자기도 엄마에게 편지 써야겠다고 하시더라"며 "어렸을 때 왜 휴지에 적어서 주기도 하고, 종이 쪼가리에 적기도 하잖나. 그런 마음들을 연극을 보며 떠올리실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14년 만에 무대를 서는 아내에 대한 응원의 마음인 듯 남편 최수종은 하희라가 등장하는 15회차 공연을 모두 동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연예계 대표 잉꼬부부답다. 내년이면 결혼 30주년이기도 한 두 사람이다. 하희라는 "정말 연극에 미안할 정도로 제게 에너지를 쏟고 계신다"라며 "첫 회 공연은 딸과 같이 오고, 나머지는 본인 혼자 올 테니 스태프 명찰을 달라고 하더라"라며 웃어 보였다.
 
"제가 공연하느라 인사를 제대로 못 할 테니까 본인이 스태프가 되어 손님맞이를 다 하겠다고 하시더라(웃음). 코로나19 때문에 배우 분장실에 손님들이 인사하러 오기에도 쉽지 않거든. 집안일도 원래 잘 도와주지만, 이번에 거의 전담하셨다. 2인극이 얼마나 힘든지를 배우로서 아니까 서로 배려해주는 거지."
 
연극과 함께 하희라는 또하나의 도전을 한다. 2023년부터 한 대학교에 강의를 나가게 된 것. "학교 강의 얘긴 10년 전부터 있긴 했지만 저도 연기 이론을 누구에게 배운 게 아니라 고사했었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하희라에겐 나름 큰 결심인 셈이다. 
 
"제가 이론 이런 걸 배운 게 아니라 연기를 누군가에게 가르치는 게 쉽진 않다. 어렸을 때부터 일하며 현장에서 습득한 거니까. 연기하려는 친구들에게 뭘 가르쳐야 할지 몰랐지. 그리고 교사입장에서 하는 말 한마디로 한 학생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 부담이었다. 하지만 이젠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다. 잠재력을 끌어내 주는 것, 그리고 연기자를 평생 하기 위해 갖춰야 할 인성적인 부분, 멋진 어른이 됐으면 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제게 맞는 역할이라면 장르가 무엇이든 도전하고 싶다. 악역도 마찬가지다. 당위성만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제가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연구하고 연습하며 발전해 가고 싶다. 왜 이 나이가 되면 더 이상 발전이 없을 것 같지만, 그게 아니거든. 제가 해보지 않은 걸 도전하는 것만큼 신나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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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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