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성적표의 김민영> 스틸컷
엣나인
별 것 아닌 것에 서운해지거나 무한히 고마워지는 순간이 있다. 상대를 생각하는 그 마음만큼은 마치 생물처럼 변하기 마련이라 그것을 특히나 감지하는 사람들에겐 여간 피곤한 경우가 왕왕 있다. 지난 8일 개봉한 영화 <성적표의 김민영>은 바로 그 마음이 한창 예민했을 10대 말, 20대 초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16일 서울 동작구 극장 아트나인에서 만난 이재은, 임지선 감독은 "가늘고 길게 영화가 상영됐으면 좋겠다. 출연 배우들이 지금 고3이라 무대 인사를 같이 못 다니는데 수능시험이 끝난 후에 영화 홍보를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고 있었다. 이 또한 타인의 감정과 상황을 헤아리는 마음 아닐까.
두 감독의 성정과도 많이 닮아 있는 <성적표의 김민영>은 삼행시 클럽을 만들어 자기들끼리 유희적 욕망과 문학적 감수성을 해소하던 19세 학생들의 이야기다. 고3이 되어 미묘한 감정적 갈등으로 소원해지는 과정을 정희(김주아)의 시선으로 때론 코믹하게, 때론 쓸쓸하게 묘사하고 있다. 20대 초반 한 영화 워크숍에서 만난 두 사람이 첫 장편인 이 영화를 내놓기까지 약 5년이 걸렸다.
너무도 닮은꼴
어느새 이재은 감독은 취업해 한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임지선 감독은 학교 졸업 작품을 준비중이었다. 2017년 단편 영화로 출발했던 기획이 장편이 되어, 영화제에서 상영한 뒤, 개봉까지 하고 관객과 만나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두 사람도 저마다 감흥을 느끼고 있을 것 같았다.
"만들 때만해도 기대가 없었다. 독립영화 제작환경이 다 다르니까. 우린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제작비를 댔고, 주먹구구식이라 결과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막상 전주영화제에 출품했을 때부터 간절해지더라(웃음). 선정이 돼야 하는데 하며 가슴 졸였던 기억이 난다. 우린 너무 많이 봐서 별 재미가 없는데 (개봉 후에도)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어 신기하다. 처음 이재은 감독이 제게 같이 하자고 제안했을 때 제가 느꼈던 재미를 관객분들이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임지선 감독)
"이 작품 처음 기획한 후 같이 만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간헐적으로 서로 다른 것도 하긴 했지만 5년은 나름 되게 긴 시간인데 포기하지 않고 영화를 만든 것에 기특한 마음이 없지 않다." (이재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