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 PD수첩 >의 한 장면
MBC
다음은 황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 PD수첩 > 연출 오랜만인데,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말씀하신 대로 한 4년 만에 < PD수첩 >에 왔어요. 예전보다 잘 짜인 제작 시스템에 많은 걸 시도해 볼 수 있었어요. 훨씬 취재하기 좋은 환경이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스태프들하고 같이 일을 해봤는데요. 능력 있는 제작팀들이 많이 도와줘서 프로그램을 잘 끝낼 수 있었습니다."
- 임금피크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되셨어요?
"사실 '임금 피크제'는 저도 단어만 들어봤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5월 말에 대법원판결이 위법으로 나면서 이슈가 되었죠. 각 노동계는 사측 상대로 소송에 들어가는 분위기였고, 경영계는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제도라며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임금피크제가 어떤 제도이길래 노동계는 저렇게 환영하고 경영계는 반발하는 건지 궁금해서 사전 취재를 해보기 시작했어요.
사실 사건 사고나 명확한 흐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딱 떨어지는 주인공이 있는 아이템이 아니었기에 처음 기획안 쓸 때도 프로그램이 너무 논문 같지는 않을까 < 100분 토론 >에서 해야 하는 주제는 아닐까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하지만 사전 취재했던 사례를 잘 보여주고, 아직 TV에 노출되지 않았던 대법원판결 사례자를 만나 판결의 의미 등을 잘 설명해준다면 논문 같은 내용이 되지 않겠다고 판단했습니다."
- 원래의 취지와 현장에서의 임금피크제는 많이 달랐나요?
"차이가 많이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제도가 처음 생겨난 이유는 좋은 의도에서 생겨났던 것 같아요.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노동자는 고용 안정을 보장받는 대신에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임금을 조금씩 조정하자' 그리고 '남는 재원을 다시 신규 채용에 투자하여 청년실업도 해소를 하자'라는 좋은 취지로 시작이 된 것 같아요. 그런데 관리 감독이나 어떠한 규제도 없다 보니 각 사업장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질되어 있었습니다. 임금피크제는 합법의 탈을 쓰고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고 있었으며, 더 나가서는 위장 해고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었죠. 노동자를 위해 생겨난 제도가 노동자에게 엄청남 피해를 주고 있는 제도로 변질된 모습이었죠."
- 방송 보니 임금 50~70%를 삭감하는 회사도 등장했습니다.
"저도 이 사례를 접하고 너무 놀랐어요. 70%를 삭감한다는 건 임금의 30%만 받고 일하는 것과 같잖아요. 이건 임금피크제 본래의 취지와도 맞지 않고, 생존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회사를 같이 키워온 직원들 입장에서는 회사에 대한 배신감과 상실감도 상당히 컸을 것입니다. 그 사업장은 사직서 쓰고 나가라는 소리를 '임금피크제'라는 제도로 이야기하고 있었죠."
- 임금을 깎으려면 업무량이나 근무 시간도 줄여야 하지 않나요?
"제대로 된 사업장이면 그렇게 하죠. 이번 대법원판결에서도 정당한 임금피크제 기준 4가지를 제시했어요. 임금피크제 도입은 합당하게 이루어졌는지, 노동자들의 불이익은 어느 정도인지. 그만큼 업무량이나 업무강도도 줄어들었는지, 감액된 재원이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는지 등입니다. 이런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면 대법원은 임금피크제는 위법이며 '나이 대한 차별'이라고 판단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