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각 PD
이영광
- 19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와룡산에 묻힌 진실' 편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끝났는데 소회가 어때요?
"많은 분이 저희 방송을 보셨고, 다시 개구리 소년 사건에 관심을 갖고 사망 원인을 밝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껴요. 그런데, 모든 가능성을 찬찬히 살펴보자는 저희 취지에 대해 시청자들께서 얼마나 공감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 30년 전인 1990년대 초 있었던 대구에서 일어난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에 대한 것이잖아요. 왜 이걸 하게 됐나요?
"소년들의 유골이 발견된 지가 올해로 20년 됐어요. 20년이 지났는데도 누군가 살해를 했는지, 혹은 조난으로 인한 자연사인지 명확하지 않아요. 그래서 찬찬히 살펴보자는 거죠. 유족들의 입장은 어떻겠어요. 자식들이 사라진 지 11년 만에 유골로 돌아왔는데 20년이 지나도 왜 자식들이 사망했는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어요."
- 이 사건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아셨어요?
"1991년 실종 직후에는 전국민적인 관심 사안이었기에 언론을 통해 실종 사건을 접했고요, 2002년에 유골이 발견됐다는 소식도 들었는데 구체적인 사안, 소년들 두개골의 상처가 X자 모양이라는 점 등 구체적인 사안을 몰랐죠."
- 취재하면서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2002년 경북대 법의학교실에서 소년들이 타살됐다는 추정을 발표했잖아요. 2011년 타 방송사에서 이 사건을 되돌아본 방송을 했는데, 저도 그 방송을 시청했거든요. 그래서 저도 소년들이 살해됐다고 생각했죠. 이번 취재하면서 소년들이 산에서 조난 당해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주장하는 분들을 만나보고 이 사안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죠."
- 게시판에 글이 올라온 것이잖아요. 글 내용은 뭐죠?
"인터넷 게시판에 한 네티즌이 개구리 소년들의 두개골에 있는 X자 손상은 버니어캘리퍼스로 내려친 흔적이라고 주장한 거죠. 1990년대 초 글쓴이의 경험으로 돌이켜 봤을 때 동네 뒷산에 불량 청소년들이 본드를 흡입하고 폭력을 저지르는 짓을 했는데, 개구리 소년 사건도 그런 이들이 저지르지 않았을까라고 추리한 글이죠. 이 글을 읽고 그럴 만한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외에도 수많은 언론사가 이 사안을 다뤘잖아요."
- 범인이 글을 올렸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 식으로 의심하는 반응도 있긴 한데, 저희가 알 수는 없고요. 저희 외에도 많은 언론사가 글쓴이와 접촉을 시도했는데 응하지 않았어요."
- 개구리 잡으러 간 게 아니라고 알거든요. 왜 이들은 개구리 소년이 된 거죠?
"도롱뇽이 와룡산 일대에서 서식했나 봐요. 그런데 도롱뇽이라는 동물이 흔하지 않은 거잖아요. 그래서 시민들이 도롱뇽을 모르니까 당시 기자들이 이걸 개구리로 바꿨다고 하더라고요."
- 2002년 유골이 발견되었을 당시 경찰들이 손상흔과 일치하는 도구를 찾으려 했지만 못 찾은 거잖아요, 거기 버니어캘리퍼스는 없었나요?
"저희가 2003년에 방송한 < PD수첩 >을 보면 당시 경찰이 보관 중이던 흉기 중에 버니어캘리퍼스는 안 보였어요. 그런데 제가 2002년 유골 발견 후 경찰이 입수한 도구 전체 목록을 입수한 건 아니어서 경찰이 버니어캘리퍼스로 실제 실험했는지는 알 수 없어요."
- 근처 공고에서 버니어캘리퍼스 사용을 안 했는데 근처 공장에서 사용했을 가능성은 있다는 거죠?
"버니어캘리퍼스가 사용됐을 수 있다는 가설이 저희 실험 결과 꽤 설득력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네티즌이 쓴 글에서는 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이 그걸 사용한다고 지목했는데요, 와룡산 가까이 있는 그 공업고등학교 구성원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겁니다. 본인들 학교에는 기계과가 없으니 버니어캘리퍼스를 쓸 일이 없는데 와룡산과 가깝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많은 사람이 의심의 눈초리로 봤으니까요. 와룡산에서 범위를 넓히면 공업고등학교들이 꽤 있고 산업단지들도 있어요. 많은 공장이 입주한 대규모 단지고요. 정밀 측정 도구이기 때문에 학교나 공장에서 곧잘 쓰이고요."
- 방송 보니까 우철원군 친구가 나오잖아요. 경험 얘기했는데 그 가능성도 있는 건가요?
"31년 전 사건이고 철원군 친구도 본인을 협박한 사람이 누군지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저희가 사실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내용이 아주 구체적이고, 우리 경험상 비행 청소년들이 야산에서 일탈행동을 벌였을 가능성이 높죠."
- 저체온증에 의한 자연사 주장하는 의견도 있잖아요. PD님은 유골 나온 현장 가 보셨는데 어땠어요?
"지금 와룡산 일대는 아파트와 상가들이 밀집한 곳이에요. 산에는 등산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주민들 왕래도 잦고요. 하지만 30년 전에는 대구 외곽의 농촌지역이었거든요. 또한 와룡산 주변에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서 주민들의 접근이 어려운 곳도 많았고요. 특히 소년들이 발견된 곳은 근처 주민들도 다니지 않았던 곳이라는 주민들 증언이 있습니다. 해발고도가 300m이기 때문에 산 자체가 높지는 않아도 등산로가 아닌 곳은 경사가 심하고 미끄러워요. 31년 전에는 더 힘들었겠죠".
"2시, 4시 목격 지점 사이에서 유골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