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타격이 조금 부족해도 마운드가 강하면 가을야구는 충분히 갈 수 있다. 반대로 마운드가 좋지 못하면 위기에 봉착하기 마련인데, 지금의 삼성 라이온즈가 그런 상황에 놓여있다.

삼성은 9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정규시즌 8차전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10-13으로 패배했다. 눈앞에서 연패 탈출에 실패한 삼성은 8연패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경기 중반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그런데 7회초 이후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더니 결국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허삼영 감독의 '초강수'도 소용이 없는 경기였다.
 
 9일 SSG전서 구원 등판해 리드를 지켜내지 못한 삼성의 마무리투수 오승환

9일 SSG전서 구원 등판해 리드를 지켜내지 못한 삼성의 마무리투수 오승환 ⓒ 삼성 라이온즈


필승조 다 꺼내고도 또 진 삼성

2회초 김성현에게 만루포를 내준 것 이외에는 제 몫을 충분히 다한 선발투수 앨버트 수아레즈가 6회초까지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7회초부터 남은 아웃카운트 9개를 책임져야 하는 것은 불펜의 몫이었다.

삼성의 두 번째 투수 최충연이 올라오자마자 추신수의 볼넷과 최지훈의 안타로 기회를 잡은 SSG는 박성한의 병살타 때 3루주자 추신수의 득점으로 4점 차까지 격차를 좁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주도권을 잡고 있던 팀은 삼성이었다.

8회초 들어 삼성 벤치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한 김윤수가 두 타자를 차례로 루상에 내보내자 다시 한 번 투수교체를 단행, 네 번째 투수 우규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벤치의 호출을 받고 등판한 우규민은 오준혁과 김민식을 차례로 뜬공 처리하며 급한 불을 끄는 듯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2사 1, 2루 김성현의 타석을 앞두고 허삼영 감독은 오승환 카드를 꺼내들었다. 경기를 이기기 위해 잡아야 했던 아웃카운트는 4개였다. 우규민이 두 타자를 상대하는 데 있어서 던진 공은 단 7개였지만, 마무리투수가 확실하게 이닝을 매듭지었으면 하는 게 허 감독의 생각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악수'가 됐다. 오승환은 김성현의 볼넷에 이어 추신수, 최지훈까지 볼넷으로 걸어나가면서 밀어내기 볼넷으로만 두 점을 허용했다. 여기에 후속타자 박성한의 싹쓸이 3타점 3루타까지 터지면서 SSG가 단숨에 역전에 성공, 두 팀의 희비가 교차했다.

삼성이 8회말 안주형의 1타점 희생플라이로 힘겹게 균형을 맞췄으나 10회초 한유섬의 싹쓸이 3타점 2루타로 SSG가 승기를 굳혔다. 끝까지 경기장을 지키던 삼성 팬들은 이 한방에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투수들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깊은 고민에 빠진 삼성 허삼영 감독(왼쪽)

투수들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깊은 고민에 빠진 삼성 허삼영 감독(왼쪽) ⓒ 삼성 라이온즈


마운드 완전체인데... '반전' 기대하기 어려운 삼성

이날만 무려 13실점을 기록한 삼성 마운드는 9일 SSG전까지 최근 10경기서 무려 104실점을 기록했다. 물론 온전히 투수들의 자책점만이 아닌, 비자책으로 기록된 실점이 있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와르르 무너진 마운드의 책임이 크다.

더구나 데이비드 뷰캐넌과 수아레즈, 원태인, 백정현까지 주축 선발 투수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엔트리에 포함돼 있고, 구원투수들 역시 부상으로 이탈한 투수가 없다. 다시 말해서 추후 전력에 가세해 분위기를 바꿀 만한 카드가 없다는 이야기다. 현재 전력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투수들과 더불어 허삼영 감독의 투수운영도 다시금 곱씹어봐야 할 부분이다. 투수교체는 오롯이 감독의 고유권한이지만, 9일 SSG전만 봐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움직임이 한 두 차례가 아니었다. 여전히 전성기 시절의 오승환을 잊지 못하고 '4아웃 세이브'를 바랐던 교체는 사실상 팀의 패배로 연결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는 14일 kt 위즈와 주중 3연전까지 치르고 나면 일주일 가량 올스타 브레이크를 통해 재정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그러나 삼성뿐만 아니라 모든 팀들이 똑같이 쉬고, 전력을 가다듬는다.

무엇보다도, 이런 패턴의 패배와 투수교체가 반복된다면 쉬는 건 크게 의미가 없다. 지더라도 잘 져야 하는데, 최근 삼성의 연패 과정은 이와 거리가 멀었다. 끝까지 선수단을 믿고 싶은 팬들의 피로감은 점점 쌓여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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