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설경구가 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상동 고려호텔에서 열린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배우 설경구 특별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배우 설경구가 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상동 고려호텔에서 열린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배우 설경구 특별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설경구는 평범해서 (어떤 영화에서도) 그리기 쉽다."  

<오아시스>로 설경구를 캐스팅 한 이창동 감독의 말이다. 그 이후로 명실공히 설경구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배우 중 한 명이 됐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이에 화답하듯 지난 7일 개막한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설경구는 설경구다'라는 제목으로 그의 특별전을 마련했다. 8일 부천시 한 호텔에서 배우 설경구가 직접 소회를 밝혔다. 
 
배우 특별전은 부천국제영화제가 자랑하는 행사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전도연, 정우성, 김혜수가 주인공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3년 만인 올해 부활해 네 번째를 맞은 것이다. "정우성, 김혜수 배우에 이어 설경구 또한 (한국영화계에서) 뺄 수 없는 인물"이라며 "대한민국 연기자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온 사람이라 생각한다"라는 정지영 조직위원장 말에 설경구는 "처음엔 어색했지만, 중간점검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한 마음"이라고 화답했다. 
 
마침 올해는 설경구의 데뷔 30주년이었다. "한국영화에 무슨 기여를 했는지 일일이 생각하며 온 것 같진 않고 작품 하나하나를 풀어가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흐른 것 같다"던 설경구는 "<꽃잎>(1996)이 제 첫 영화였는데 어제(7일) 부천영화제 책자를 보니 좀 아련해진다"라는 소감으로 운을 뗐다.

"영화 '불한당' 계기로 '지천명 아이돌' 수식어 얻어"
 
 배우 설경구가 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상동 고려호텔에서 열린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배우 설경구 특별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배우 설경구가 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상동 고려호텔에서 열린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배우 설경구 특별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설경구는 출연작 중 주저 없이 <박하사탕>(1999)을 대표작으로 꼽았다. 출연 당시만 해도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그는 역할에 몰입하느라 피폐한 감정을 현장 밖에서도 안고 다녔다. 정지영 조직위원장이 "그때 이창동 감독님 응원 차 현장에 갔다가 배우를 소개받았는데 제 인사도 받지 않을 정도"라고 일화를 전하자, 설경구는 "<박하사탕>은 말초신경까지 다 끌고 와야 하는 작품이었다"라며 웃으며 말했다.
 
"그때만 해도 카메라 앞에 선 경험이 많지 않을 때라 오만가지 감정들, 제 안과 밖의 모든 걸 끌고 왔어야 했다. 전에도 이후로도 그런 작품은 <박하사탕> 뿐일 것이다. 그 영화를 끝내고 나니 사람들이 제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어느 정도 알아보시더라. 한때 제 이름이 박사사탕이던 때가 있었다(웃음). <공공의 적>에 출연한 뒤 이름이 알려지게 됐다. 새벽에 길거리에서 나이트클럽 웨이터 명함에 강철중(<공공의 적> 캐릭터 이름)이 쓰여 있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무조건 몰입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오는 예민함 때문에 주변을 많이 불편하게 했다. 변하게 된 계기가 <불한당> 때였다. 몰입만 중요한 게 아니라 감독이 원하는 각도도 중요하더라. 캐릭터가 서 있는 날이나 선에 따라 영화가 달라질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좀 늦게 깨달은 거지. 그 영화가 개봉할 때가 50세였다."

 
당시 영화로 얻은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수식어에 그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마 팬분들이 지어준 건지 당시 인터뷰 때 기사 제목이었는지 거의 동시기 같은데 최초의 지천명 아이돌로서 기쁠 따름"이라며 설경구는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건 내 중심 같다. 팬분들의 사랑, 인기도 물론 중요하고 있는 게 큰 힘이 된다. 하지만 없다고 제가 흔들릴 정도까진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설경구는 "아마 앞으로 30년이 더 지나면 회고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라며 "정지영 감독님 앞에서 죄송하지만, 어느 덧 나이가 중견이 넘었더라. 나이를 잘 먹고 싶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제가 1993년도 대학교 2학년 때 사회에 나와 연기했더라. 올해가 30년인데 그 숫자가 제겐 잘 버텼다는 의미로 와닿기 시작했다. 더 오래 하신 선배들도 많지만, 제겐 일종의 중간점검의 시간으로 생각해도 될 것 같았다. (중략) 아마도 계속 연기는 숙제일 테고, 영원히 풀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열심히 숙제를 해나가겠다."
 
한편, 앞서 언급한 작품을 포함해 <오아시스> <실미도> <감시자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자산어보> 등 총 7편의 작품이 부천국제영화제 기간 상영된다.
설경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정지영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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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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