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 영화 포스터

▲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 영화 포스터 ⓒ (주)아센디오 , 씨네마로엔터테인먼트


은퇴 후 재테크에 성공하여 화려한 고급 주택에서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즐기던 전직 킬러 의강(장혁 분). 어느 날 그는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지인의 딸 여고생 윤지(이서영 분)를 3주 동안 돌봐주게 된다. 그러나 친구들의 꾐에 빠진 윤지가 성매매 조직에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지자 의강은 평온한 일상을 깨트린 그들을 무자비하게 응징하기 시작한다.

영화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는 은퇴 생활을 즐기던 전직 킬러가 자신을 건드린 자들을 끝까지 쫓아 응징한다는 내용을 다룬다. 분명 리암 니슨의 <테이큰>(2008), 원빈의 <아저씨>(2010), 키아누 리브스의 <존 윅>(2017)을 떠올릴 분이 많을 것이다.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는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지만, 기본적인 설정이나 전개는 강한 중년 남성의 복수 영화들의 영향 아래 있다.

<검객>(2020)과 <최면>(2021)을 만든 바 있는 최재훈 감독 역시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의 연출 제안을 받고 웹소설을 읽었더니 "<아저씨>나 <테이큰>과 결이 같았다"라고 기억한다. 그는 원작과 영화의 차별점을 "철저히 오락적으로, 개연성보다는 조금 더 유쾌하게 만들고자 노력했다"라고 설명한다. 주연을 맡은 장혁 배우는 원작은 "액션적인 부분보다는 둘(의강과 윤지)의 케미를 위주로 한 작품"이나 영화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한 구성안에서 드라마적인 요소를 넣은 작품"이라 부연한다.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 영화의 한 장면

▲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 영화의 한 장면 ⓒ (주)아센디오 , 씨네마로엔터테인먼트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는 퍼포먼스에 방점을 찍은 영화답게 다채로운 액션 연출을 선보인다. 부둣가, 호텔, 초호화리조트, 엘리베이터, 복도 등 다양한 공간에서 타격감 강한 맨몸 액션을 비롯해 총을 쏘거나 칼과 도끼를 이용해 강렬한 액션을 펼친다. 스마트폰, 부러진 책상다리, 소주병, 문 등 주위 지형지물을 활용해 싸우는 모습에선 성룡의 액션이 떠오른다. 

영화는 이런 액션의 합을 짧은 단위의 컷이 아닌, 주로 긴 호흡의 롱테이크로 보여주고 특수효과 사용을 최소화한 아날로그적 연출을 써서 관객이 '진짜' 액션의 재미를 느끼게끔 해준다. 다만, 액션 장면에 사용된 음악이 너무 형편없어 몰입을 떨어뜨린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진짜 액션은 평소 무술과 복싱으로 철저히 신체를 관리했던 배우 장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영화 <화산고>(2001), <검객> <강릉>(2021), 드라마 <추노>(2010), <아이리스 2>(2013), <보이스>(2017) 등 시대극부터 현대극, 무협부터 누아르까지 다양한 장르의 액션 연기를 보여주었던 장혁은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에서 주연 배우뿐만 아니라 기획과 액션 디자인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그는 의강이 "목표 지향적인 캐릭터"라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신속하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막힘없는 액션을 그리고자 했다"라고 액션 스타일에 대해 밝힌다. 

배우 장혁은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의 기획자로서 시나리오 선정부터 색감, 캐릭터 개발 모두 참여했다며 킬러 의강이 성매매 조직을 응징할 때 라테를 가지고 다니는 캐릭터로 만든 게 자기 아이디어였다고 소개한다. 그의 행보는 제작자로 이름을 올리고 출연하는 작품의 기획,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하는 콘텐츠 창작집단 '팀고릴라'를 이끄는 배우 마동석을 연상케 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기획에 참여하며 연대감을 느끼는 작품과 배우를 발굴하고 싶다는 장혁을 보며 향후 액션에 특화한 파워풀한 마동석 캐릭터와 스피디한 장혁 캐릭터가 함께 나오는 영화도 재미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 영화의 한 장면

▲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 영화의 한 장면 ⓒ (주)아센디오 , 씨네마로엔터테인먼트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는 이야기만 놓고 보면 낙제점에 가깝다. 극 중 '죽어도 되는 아이'의 설정도 이상하거니와 총기 구입이나 윤지를 지명한 베일에 싸인 고객은 실소를 자아낸다. 가끔 던지는 유머도 썰렁하고 카메오로 등장하는 배우 차태현과 배우 손현주도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와 대사로 어색함만 가득하다. 아이돌 공원소녀 출신 이서영의 연기력은 배우라고 말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배우 장혁과 최재훈 감독이 이전에 호흡을 맞추었던 <검객>은 뻔한 서사, 인상적인 액션이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폼도 연기가 받침이 되어야(이용철 평론가)"라 평가할 정도로 연기력은 안 좋았지만, 액션만큼은 "검술 액션만큼은 조선 최고(배동미 기자)"라고 호평받았다. 흥행 성적은 19만 명으로 저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극장가가 심하게 위축되었던 시기(2020년 9월)임을 감안해도 실망스러운 성적표다.

액션에 강점을 가진 <검객>은 미국에 'The Swordman'으로 소개되어 2차 판권 시장에서 대박을 터트린 걸로 알려진다. IMDB를 보면 평점이 6.8로 장르물론 높은 편이다. 그 결과 <검객>의 현대판인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가 나올 수 있었다.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 영화의 한 장면

▲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 영화의 한 장면 ⓒ (주)아센디오 , 씨네마로엔터테인먼트


지난 6월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프리미어 시사회를 진행했을 정도로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의 현지 반응은 뜨겁다. 제작사에 따르면 이미 유럽과 아시아 주요 국가를 포함한 해외 48개국에 선판매가 확정되었으며 7월에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동시 개봉한다는 소식이다.

배우 장혁은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팀과 함께 작품을 또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던데 과연 최종 성적이 어떨지 궁금하다. <검객>과 비슷한 성적만 거둔다면 향후 장혁표 액션 영화는 계속 나오리라 예상한다. 물론 그의 신체 능력만 따라준다면 말이다.
장혁 이서영 브루스 칸 최기섭 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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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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