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애프터 양>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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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수도 없고, 자신이 속한 세계에 온전히 머물지도 못하는 이방인. 1일 개봉한 <애프터 양>을 연출한 코고나다 감독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코고나다 감독은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자신의 '뿌리'와 '발 딛고 선 곳'이 각자 다른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코고나다의 장편 데뷔작 <콜럼버스>(2017)에서 한국인 진(존 조)은 원하지 않았지만 아버지가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고 미국의 도시 콜럼버스에 머물면서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 갑자기 미국 콜럼버스에 오게 된 진은 도시를 떠나고 싶어하지만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떠날 수 없는 신세가 된다.
애플 티비 플러스 <파친코>(2022)의 주인공 선자는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일본으로 이주하면서 어디에서도 마음껏 자유를 누리지 못하지만 꿋꿋이 살아간다. 선자의 아들 모자수와 손자 솔로몬은 근현대 일본에서 자수성가하며 자리잡는 듯하지만, '재일한국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시달린다.
<애프터 양>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그렇다. 백인 아빠와 흑인 엄마의 사이에서 딸로 살아가는 동양인 미카는 "학교에서 같은 학급 아이들이 '너 진짜 부모님이 누구냐'라고 묻는다"라며 정체성 혼란을 양에게 털어놓는다.
그러자 양은 미카를 숲으로 데려가 '가지 접붙이기'를 한 나무들을 보여준다. 다른 나무에서 온 가지를 새로운 나무에 접목했지만, 분명 그 가지 또한 나무의 일부가 된다고 설명하면서 양은 원래의 나무와 새로운 나무 모두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극 중 양 또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존재인 것은 마찬가지다. '문화 테크노'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로봇 양은 가족의 역할 일부를 '외주'받지만, 안드로이드라는 이유 때문에 가족의 일원으로 흔쾌히 인정받지 못하는 삶을 살았다.
양의 작동 정지 후 제이크는 양의 친구인 복제인간 에이다에게 "(안드로이드) 양은 인간이 되고 싶어했나요"라고 묻지만, 이내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인간을 동경할 거라는 건 너무 인간다운(인간중심적인) 생각"이라는 핀잔을 듣는다.
아시아계로 미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들었을 법한 말(백인이 더 우월한 인종이기에 다른 인종들이 동경할 것이라는 편견)을, 백인 배우 콜린 파렐이 하고 또 '너무 자기중심적인 생각'이라는 지적으로 돌려받는 장면은 이러한 맥락들 위에서 더 묵직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