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괴담> 포스터

영화 <서울괴담> 포스터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바야흐로 '숏폼'의 전성시대다. 숏폼(Short-Form) 콘텐츠란 10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일컫는 용어로 TV보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간편한 시청에 익숙한 MZ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유튜브를 비롯하여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엔 숏폼, 범위를 넓히자면 30분 안팎의 미드폼 콘텐츠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왓챠는 숏폼 드라마 <좋좋소>의 시즌 4를 제작했고 동명의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숏폼 드라마 <시멘틱 에러>를 내놓았다. 다양한 숏폼 예능 콘텐츠를 선보였던 카카오TV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30분 분량의 미드폼 <며느라기>를 만들었다. 티빙과 웨이브도 다양한 미드폼 드라마를 제작하는 중이다.

영화계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온유(샤이니), 유지애(러블리즈), 김소정(여자친구), 임나영(아이오아이), 성열(인피니티), 권현빈(JBJ) 등 아이돌 출신들이 대거 출연하는 8부작 공포 숏폼 콘텐츠 < 4분 44초 >의 촬영을 마친 상태다. CJ CGV는 극장 최초로 숏폼 콘텐츠 'C숏'의 첫 작품으로 걸그룹 에이핑크가 등장하는 26분 분량의 <에이핑크 스페셜 무비: 혼>을 지난 2월에 개봉시켰다.

국내 최대 뮤직비디오 프로덕션인 쟈니브로스(주)의 공동대표이자 서태지, BTS, 환불원정대 등 1500편 이상의 K-POP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 및 CF, 공연 콘텐츠 등을 연출한 홍원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서울괴담> 역시 숏폼 콘텐츠로 영화 모델의 가능성을 실험한 작품이다. 평소 호러 영화 광인 홍원기 감독은 2020년 여름에 10분 내외의 단편 8개를 엮은 숏폼 형식의 공포 영화 <도시괴담>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해 국내뿐 아니라 일본,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권에서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영화 <서울괴담>의 한 장면

영화 <서울괴담>의 한 장면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도시괴담>에 이어 이번에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과 손잡은 공포 영화 <서울괴담>은 OTT에서 극장으로 플랫폼을 바꾼 '<도시괴담> 시즌2'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괴담을 소재로 삼은 숏폼 모음집이나 자신감이 생긴 탓인지 다소 욕심을 부렸다. 8편이었던 <도시괴담>과 달리 <서울괴담>은 10편으로 에피소드가 늘어났고 러닝타임도 72분에서 122분으로 길어졌다. 제작 규모도 훨씬 커졌다.

밤길 고속도로 터널을 무대로 한 <터널>, 빨간 옷을 입은 여자와 계속 마주치는 <빨간 옷>, 치아 안에 기생하는 기생충을 다룬 <치충>, 죽은 자를 살리는 의식을 그린 <혼숨>, 옆집에서 들려오는 의문의 소리를 담은 <층간소음>, 중고로 산 장롱을 집에 들인 이후 악몽에 시달리는 <중고가구>, 대기업에 채용된 한 남자가 기이한 일을 휘말리는 <혼인>, 예쁜 외모와 SNS 팔로워에 집착하는 여자가 주인공인 <얼굴도둑>, 마네킹 모습을 한 마네킹 인간에게 쫓기는 <마네킹>, 선을 넘은 위험한 방탈출 게임을 보여주는 <방탈출>까지 <서울괴담>의 소재는 풍성하다. 장르도 오컬트, 좀비, 고어, 크리처, 사이코 호러, 밀폐 스릴러 등 다양하다. 메뉴만 본다면 실로 화려하다.

문제는 겉만 번지르르할 뿐 실속이 없다는 것이다. 소재부터 매력적이질 않다. <치충>과 <마네킹> 외엔 전부 어디선가 접한 듯한 소재에 불과하다. 이야기도 그리 재밌질 않다. 다만, 숏폼임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서사나 개연성은 갖추려고 노력한 흔적은 엿보인다. 이 점은 <도시괴담>보다 엄청나게 나아졌다. 물론 <도시괴담>보다 나아졌다는 뜻이지 좋은 시나리오란 의미는 절대 아니다. 공포를 보여주는 효과도 신선하질 않다. 시종일관 요란한 사운드와 점프스케어에 의존할 따름이다.
 
 영화 <서울괴담>의 한 장면

영화 <서울괴담>의 한 장면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서울괴담>은 골든차일드의 봉재현, 우주소녀의 설아와 엑시, 몬스터엑스의 셔누, 오마이걸의 아린과 알렉사, 더 보이즈의 주학년 등 아이돌이 대거 캐스팅되었다. 홍원기 감독은 "뮤직비디오를 20년째 하고 있는데 같이 작업을 하면서 눈여겨봤고 연기를 시켜봤으면 좋겠다는 친구들을 섭외했다"고 캐스팅 배경을 밝혔다. 그가 예상한 잠재력은 맞아 떨어져 <서울괴담>에 출연한 아이돌들의 연기는 나쁘지 않다. 숏품이라 기승전결에 따른 감정선을 보여주지 않고 장르 특유의 과장된 연기가 대부분이기에 연기력 부족이 부각되지 않는 탓도 크다. 길이가 짧고 화면 전환이 빠른 숏폼 콘텐츠가 아이돌들의 안전한 연기 도전을 위한 기회의 장이 된 셈이다.

공포 영화에서 102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높다. 2018년 개봉한 공포 영화 <곤지암>의 경우 전체 관객 가운데 1020세대의 비율이 60%에 육박했을 정도다. 1020세대를 노린 <서울괴담>은 숏폼 형식의 도시괴담 모음이란 콘셉트는 괜찮다. 하지만 이야기의 구성과 공포를 보여주는 효과가 형편없다. 전작 <도시괴담>이 반향을 일으켰을지언정 왓챠피디아의 평점이 5점 만점에 1.3점이란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으니 감독과 작가는 한계를 받아들이고 <서울괴담>에선 여러 감독, 작가 등과 협업할 필요성이 있었다. 제대로 만들 생각이었다면 말이다. 지금의 결과물은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2010)에 박평식 평론가가 주었던 "요령도 염치도 없는 한 철 장사"란 평가밖엔 떠오르질 않는다.
서울괴담 홍원기 이호원 서지수 이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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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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