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요직을 지낸 바 있는 70대 아버지가 40대 아들을 살해했다.
80대 부모와 사는 50대 동생을 향한 형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위의 서로 다른 두 사례는 우리나라가 아니라 일본의 경우이다. 1990년대부터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난 '히키코모리' 이야기다. 세월이 흘러 중년의 나이가 된 그들을 보모와 가족은 걱정한다.그나마 울타리가 되어준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이들은 어떻게 될까.  

일본의 경우 15세에서 39세까지 5만 4천여 명, 40대 이상이 61만여 명으로 전체 '히키코모리'들이 100만을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일본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9년 광주 광역시에서 처음으로 히키코모리 실태 조사에 나섰다. 그런데 수치조차 추정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전국적인 실태조사가 공식적으로 이루어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통계가 없으니, 그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도움도 만무하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운둔형 외톨이는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하는 등 개인의 문제로만 여긴다.

과연 은둔형 외톨이는 개인만의 책임일까? 지난 29일 KBS1 <시사 기획 창>은 '은둔형 외톨이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통해 이 문제를 다뤘다.  

개인의 책임만이 아니다
 
 <시사기획 창 - 은둔형 외톨이는 무엇으로 사는가?>

<시사기획 창 - 은둔형 외톨이는 무엇으로 사는가?> ⓒ kbs1

 

은둔형 외톨이는 일정 기간 자신만의 공간에 머물며 사회 활동에 곤란을 느끼는 이들을 이른다. 이들은 대부분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고, 무기력하며 강박 장애를 겪는다. 때론 돌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조사되거나,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회적 투명인간'들이다. 가족들이 멀쩡하고 행복해 보여 그 가족 내 운둔형 외톨이가 있는지 외부인들은 알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 IMF와 신자유주의가 등장한 2000년부터 이들의 존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론의 보도 이상을 넘어선 지속적인 사회적 관심은 없었다. 대략 우리 나라에도 100만 정도의 은둔형 외톨이가 존재하지 않을까 추정할 뿐이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이들은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 것이 아니라고. 미궁에 빠진 동물처럼, 궁지에 몰려 문밖으로 나설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남겨진 이승택씨는 10개월 동안 은둔형 외톨이로 지냈다. 흔히 은둔형 외톨이들이 사는 공간에서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를 볼 수 있는데, 이승택씨 집 역시 그랬다. 치울 힘조차 없었단다. 음식에 곰팡이가 피는데 인지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무기력해지다 못해 라면 사리에 날 김을 싸서 끼니를 때울 지경에 이르렀다.

10년 이상 은둔형 외톨이로 지낸 정인희씨는 1년 동안 하루도 밖에 나가지 않은 적도 있다. 창문을 통해 더러운 자신의 모습이 보일까 창문조차 열지 못했단다. 

또 다른 히키코모리 박모 군은 식구들이 출근하면 그제야 혼자 방에서 어머니가 사준 라면 한 박스로 끼니를 때웠다고 한다. 점점 밤낮이 바뀌고, 시간 개념이 없어지고 계절 감각도 사라졌다. 여름이라 반팔티를 입고 있었는데 창문을 열어보니 눈이 오는 그런 지경에 이르렀다. 

공정을 내세운 약육강식 사회의 약자들 
 
 <시사기획 창 - 은둔형 외톨이는 무엇으로 사는가?>

<시사기획 창 - 은둔형 외톨이는 무엇으로 사는가?> ⓒ kbs1

 

이들  중 상당수가 가정 내 갈등을 겪는다. 가부장적이고 강압적인 아버지 등의 존재로 소통의 어려움을 겪으며 스스로 말문을 닫았고, 방문을 잠갔다. 또한 상당수가 학교 폭력이나 왕따의 경험을 지닌다. 학교 폭력의 경험이 사람 자체에 대한 두려움을 낳고,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 대한 기피로 이어지게 되는 식이다. 

학교에 가면 나무에 묶여 매일 맞는 지경이었지만 학교에서는 해줄 게 없다고 했단다. 학교를 가지 않는 아이에게 '너는 왜 집에 있니?'라고 다그치는 엄마로부터, '하다못해 공무원 시험을 보던가, 공장이라도 (들어가) 빨리 뭐라도 해라'라고 말하는 아버지로부터 마음의 문을 닫았다.  

무엇보다 공정의 가면을 쓴 약육강식의 사회가 은둔형 외톨이를 만든다고 전문가들을 말한다. 속도를 늦추면 곧 밟힐 것 같은 세상, 빨리 무언가를 이루어 내야 하고 또래 아이들과의 격차를 부모들이 못 견디는 세상이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회는 이들을 '편견'에 가둔다. 정신질환자, 범죄자, 게임 중독자라는 딱지를 붙이기 급급하다. 보호해 줘야 할 가정도 울타리가 되기 힘들다. 추정이 어려운 건 사회가 나서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은둔형 외톨이를 둔 가정에서 '부끄럽다'라는 이유로 드러내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학업과 취업, 그리고 인간 관계의 실패로 고립을 자처하는 젊은이들은 신자유주의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서구의 젊은이들이 집 밖을 떠도는 노숙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가족주의 정서가 강한 아시아에서는 집안으로 숨어드는 '은둔형 외톨이'의 형태가 많이 나타난다. 

광주 광역시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은둔형 외톨이의 경우, 61.6%가 남성, 그중 75.5%가 20~30대들이다. 그래도 아직 77.2%가 3년 미만의 기간 동안 은둔형 외톨이로 지낸 경우다. 하지만 사회적 도움의 손길을 여전히 멀기만 하다.

가족간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당수 '은둔형 외톨이'들의 경우, 그 고립된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가정이라는 공간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런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은 재정난에 시달리는 사회단체에 국한되어 있다. 

일본에서부터 시작된 '은둔형 외톨이'를 돕는 k2 인터내셔널의 오쿠사 미도르씨는 은둔이 장기화되는 일본과 상황이 다르지만 안심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한국의 사회 구조가 은둔과 고립을 더 강제하기에 앞으로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방문을 닫아걸은 100만의 청년들, 과연 개인과 가족이 해결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5252-jh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시사기획 창 - 은둔형 외톨이는 무엇으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