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다운(Show Down)'이란 댄스세계에서는 춤으로 승부를 보는 팀배틀을 의미한다. '스우파 신드롬(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편승한 또 하나의 댄스 서바이벌이 등장했다. 지난 18일 방송된 JTBC <쇼다운> 첫 회에서는 세계 최강의 브레이킹 크루를 가리기 위한 댄서들의 불꽃튀는 경쟁을 예고했다.
 
MC에는 장성규, 심사위원인 '저지'로는 가수겸 댄서 박재범, 이우성 익스프레션크루 단장, 스트릿댄스의 전설 제이블랙이 합류했다. 세 사람은 등장과 함께 '저지쇼'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박재범은 "제 정체성의 뿌리는 비보이"라고 선언했다. 가수-래퍼—연예기획사 대표 등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본인은 "브레이킹으로 모든 걸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재범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비보이들이 생계 문제로 동네 빵집 등에서 알바를 해야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대한민국 비보이들이 얼마나 피, 땀, 눈물을 흘려서 명성을 얻었는지 모를 것이다. 이 분들이 춤을 위해, 이 몇 바퀴를 돌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사람들이 많이 알아줬으면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고 <쇼다운>의 의의를 설명했다.
 
경쟁에 나설 여덟 크루가 공개됐다. 갬블러크루, 원웨이크루, 퓨전엠씨, 리버스크루, 진조크루, 플로우엑셀, 소울번즈, 이모션크루까지 쟁쟁한 팀이 한자리에 모였다.
 
심사위원들은 실력파 댄서들 앞에서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우성과 제이블랙 사이에서 정중앙에 위치한 박재범은 "제가 이 두 전설 가운데 있는 게 좀 부담스럽다"고 고백했다. 제이블랙은 "춤을 잘 모르는 대중의 시선에서 춤의 매력을 심사할 예정"이라며 자신을 낮췄다.
 
1라운드 첫 번째 대결은 토너먼트 배틀이었다. 8강전은 1대 1 에이스 배틀, 4강전은 3대 3, 결승전은 5대 5 대결로 진행됐다. 1라운드 우승팀은 상금 천만원과 탈락면제권 베네핏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각 크루의 운명을 결정지을 에이스들이 공개됐다. 갬블러 크루의 킬, 원웨이크루의 쇼리포스, 퓨전엠씨의 레온, 리버스크루의 너리원, 진조크루의 윙, 폴로우엑셀의 홍텐, 소울번즈의 니피, 이모션크루의 포켓이 팀을 대표하여 1대 1 대결에 나서게 됐다. 하지만 배틀을 앞두고 출연자중에 코로나 확진 등으로 불참자가 발생하면서 갑작스러운 에이스 교체라는 변수가 생겼다.
 
배틀은 저지 3인이 각 1표씩, 전체 크루원들의 투표에서 다중 선택에 1표, 99명의 관객들 다중 선택 각 1표로 총 5표 중 더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이 승리하게 되는 구조였다. 8강전 첫 경기는 퓨전엠씨 레온과, 원웨이크루 쇼리포스의 맞대결이었다.
 
댄서계의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꼽히는 쇼리포스는 팀원들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받았다. 쇼리포스는 "누군가 저를 이렇게 믿어주고 칭찬해주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다"고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드러내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재는 사실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자백하며 살짝 부담감을 드러냈다.
 
퓨전엠씨 레온은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우승한 1대 1 배틀의 최강자로 꼽혔다. 쇼리포스와 레온은 11년전 세계 대회 배틀에서 만난 전력이 있었고 그때는 쇼리포스가 승리를 거뒀다고.
 
관객 투표에서는 58대 41로 레온 승리, 크루원 투표에서는 16-12로 쇼리포스가 승리했다. 마지막 저지 투표에서는 몰표가 나오면서 쇼리포스가 4대 1로 다시 승리를 거뒀다.
 
쇼리포스는 배틀을 승리한 소감으로 "저 하나로 인하여 멤버들이 무대에 못서고 떨어진다는게 너무 미안하지않나. 그 부담이 끝나고 나니까 재미있더라"고 기뻐했다. 레온은 "배틀이 끝났는데 끝난 게 아니었다. 마음이 아팠고 팀원들에게 미안했다"고 아쉬워하며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진조크루의 윙과 이모션크루의 매드문과 맞붙었다. 진조크루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5대 메이저대회를 석권한 강자였다. 그중에서도 세계랭킹 2위의 윙은 개인전과 팀전을 합쳐 100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윙은 살아있는 신화였다. 많은 댄서들도 윙을 가장 견제되는 댄서로 꼽기도 했다.
 
이모션크루는 에이스였던 포켓이 갑작스럽게 불참하게 되며 불과 10시간을 남겨두고 매드문이 대타로 나서야했다. 매드문은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기왕 오를 거면 모두가 아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하지 않겠냐"며 패기넘치는 도전장을 내밀었다. 상대 크루들은 대부분 윙의 이변없는 승리를 예측했다.
 
윙은 윙드밀로 불리우는 특유의 시그니처 무브를 선보이며 무대를 장악했다. 매드문도 주눅들지않고 주특기인 수어사이드로 불리우는 백드롭 기술을 선보이며 관객들을 휘어잡았다.
 
이우성은 윙에 대하여 "오늘 솔직히 평소보다는 조금 약했다. 워낙 기대치가 높아서 그랬는지 몰라도 약간의 실수가 있던 게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윙은 리허설 때 가벼운 손부상을 입은 여파로 자신의 기술들을 완벽하게 펼쳐보이지 못한 것. 매드문은 폭발적인 에너지와 무대 장악력에서 호평을 받았다. 

저지 투표에서 박재범과 이우성은 놀랍게도 기권을 선택했다. 심사위원이 심사를 포기한 것은 다소 무책임한 모습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저지 중에서는 유일하게 제이블랙이 윙을 선택했다. 관객투표에서는 81표를 받은 매드문이 18표의 윙을 압도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하지만 마지막 크루원 투표에서 윙이 근소하게 매드문을 제치며 최종적으로는 2-1로 승리를 거뒀다.
 
결과적으로는 진조크루가 예상대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지만, 대이변 일보 직전까지 갔던 언더독의 이변은 다른 댄서들을 긴장시키기 충분했다. 윙은 "기뻐했어야하는데 결과를 받고나서도 헷갈리는 마음이 있었다. 매드문이 사활을 걸고 배틀에 임할 거라고 예상했다. 배틀하는 순간에는 이 친구가 뭘 표현하려고 하는지 표정을 하나하나 지켜봤다"며 매드문의 선전을 존중했다.

매드문은 역대급 배틀을 마친 후 팀원들의 격려에도 아쉬움과 복잡한 감정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매드문은 "막상 지니까 응원해준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형들이 진심으로 멋있었다고 이야기해주니까 인정받은 느낌 때문에 그간의 설움이 터진 것 같다"고 눈물의 이유를 고백했다.
 
소울번즈의 루와 플로우엑셀의 홍텐이 다음 상대로 맞붙었다. 소울번즈도 니피의 결장으로 루가 대타로 나섰다. 상대인 홍텐은 브레이킹계의 월드컵으로 꼽히는 '배틀오브더이어'에서 한국팀 최초우승을 비롯하여 전세계 비보이씬에서 GOAT(역대 최고)로 꼽히는 전설이었다.

하지만 그런 홍텐을 팀 배틀에서 놀랍게도 여러 번 이겨본 경험이 있는 '홍텐 저격수'가 바로 루였다. 동료들은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기복이 심한 루의 퍼포먼스를 '모 아니면 도'라고 평가했다. 루는 "1대 1 배틀에서도 홍텐을 이기겠다."고 도발하며 개그 캐릭터의 면모를 드러냈다.
 
하지만 결과는 홍텐의 압승이었다. 관객과 크루원 투표, 저지 투표까지 홍텐이 싹쓸이하며 5대 0 완승으로 플로우엑셀이 4강에 진출했다. 니피의 부재속에 분전한 루는 "팀에 민폐를 끼쳤다. 5대 0은 피하고 싶었는데"라고 씁쓸해하면서 "누가 봐도 진 것 같으면 한표라도 좀 주지"라고 크루원 투표에 서운함을 토로하여 동료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홍텐은 "루가 말한대로 되지않아서 다행이다. 치열한 싸움이었는데 우리가 준비한 걸 계속 보여줄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 4번째 대결은 갬블러크루의 킬과 리버스크루의 너리원이 맞붙었다. 킬 역시 5대 0으로 너리원을 압도하며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하지만 리버스크루는 결과보다 자신들이 보여주고싶은 춤을 구현했다는데 의미를 뒀다. 너리원은 "테크닉보다는 제가 가진 춤의 느낌으로 테크닉을 넘어서고 싶었다"며 예상보다 저조한 결과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4강전 3대 3 배틀에서는 플로우엑셀VS 진조크루, 원웨이크루VS 갬블러크루가 4강전 3대3 배틀에서 맞붙게 됐다. 박재범은 관전포인트로 '루틴(두 명 이상이 여러 기술을 조합하여 단체로 선보이는 무브)를 꼽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진조크루와 플로우액셀 사이에 사연이 있다는 게 드러났다. 두 팀은 첫 만남부터 마주앉게 되면서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플로우엑셀 홍텐과 에프이는 원래 진조크루에 속해있다가 나온 멤버였다. 특히 에프이는 "진조크루를 떠나고 2-3년 공백동안 브레이킹씬을 떠날 것도 고민했다"고 밝혔다. 진조크루 윙은 "10년을 함께한 멤버를 적대관계로 만난다는게, 형-동생 사이로 반갑게 맞아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드러냈다.
 
에프이는 진조크루를 상대하게 된 소감에 대하여 "지금은 다른 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적이라고 생각하고 임하겠다"고 선언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이에 진조크루 옥토퍼스는 그저 "보여드리겠다"고 짧게 응수했다. 홍텐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죄송하지만 진조 크루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곤란하다. 기분이 안 좋다"며 무슨 이유에서인지 답변을 거부하여 복잡한 사연이 있음을 예상케했다.
 
<쇼다운>은 스트릿 무대에서 올림픽까지 진출하며 댄스 한류 열풍을 일으킨 대한민국 브레이킹 크루들이 펼치는 뜨겁고 치열한 댄싱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표방했다. 아무래도 댄스라는 소재와 장르가 겹치는 만큼 지난해 방송된 엠넷 <스우파>와 비교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스우파>는 아기자기하면서도 섬세한 감수성, 개성강한 여성 리더들의 캐릭터, 구밀복검을 연상시키는 여자들만의 미묘한 신경전, 그리고 곳곳에 등장하는 깨알같이 유머러스한 연출 등으로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서사'가 돋보였다. 그에 비하여 <쇼다운>은 남성 댄서들 특유의 역동적이고 파워풀한 무브를 앞세워 '춤 본연의 매력'으로 정면승부를 좀더 강조한 분위기다.

다만 심사위원들의 전문성이나 역할을 둘러싼 의구심, 과거에 한 팀이었다는 진조크루와 플로우엑셀간 갈등 구도처럼, 뭔가 <스우파>에서도 이미 본 듯한 상황의 데자뷰같은 느낌을 주는 구성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엠넷의 <스우파> 남성 버전인 <스트릿 맨 파이터>보다 앞서 방송을 시작한 <쇼다운>이 <스우파> 인기에 기댄 아류작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쇼다운 브레이킹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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