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니콜슨 감독.
티캐스트
가족 해체 문제는 아마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고민일 것이다. 특히나 부모의 이혼과 재혼, 상처받은 남은 가족들 이야기는 이미 많은 영화로도 끊임없이 소개되고 있다.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또한 한 가족의 해체와 그로 인해 고민하는 구성원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이 좀 특별한 건 성인인 아들의 시점에서 부모를 바라보고 있다는 데에 있다. 시를 선별해 책을 만드는 일을 하는 그레이스, 과묵하고 신중한 성격의 역사 교사인 에드워드 사이에서 자란 제이미는 '더 이상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며 별안간 이혼을 선포한 아버지 에드워드에게 충격을 받는다.
자주 말다툼을 하긴 했지만 이혼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던 그레이스와 새로운 사랑이 있음을 고백한 에드워드, 그리고 제이미는 모두 성인이다. 머리로는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알지만 좀처럼 그게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그 과정을 영화는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윌리엄 니콜슨 감독은 한국 관객들에게 <글래디에이터> <레미제라블> 각본가로 잘 알려져 있다. 자전적 이야기를 가지고 처음 연출에 도전한 그를 지난 18일 화상 인터뷰로 만날 수 있었다.
가족 해체의 이면을 바라보다
영화의 출발은 1999년 윌리엄 니콜슨 감독이 직접 쓴 희곡 <모스크바로부터의 후퇴>였다. "자전적 이야기라 영화화할 경우 내가 감독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며 그가 운을 뗐다. 연극 무대의 제한된 공간이 아닌 영화를 찍게 되면서 감독은 자신의 실제 고향인 영국 씨포드의 작은 해안마을을 배경으로 삼았다.
"어릴 때 살던 곳이라 굉장히 잘 안다. 호프 갭(Hope Gap) 절벽의 풍광과 언덕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영화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어머니든 아버지든 나쁜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다. 영화는 부모의 입장이 아닌 아들의 관점으로 흐르는데 부모의 이혼은 아들이 성인일지라도 같은 아픔과 고통, 책임감을 느낀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를 통해 누군가를 악인으로 묘사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 많은 가족의 해체 이야기가 있는데 보통은 남성을 악당으로 간주하고, 여성은 피해자로 묘사한다. 하지만 내 경우엔 남자든 여자든 이별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고 있고, 두 사람 모두 큰 고통을 겪고 있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극중 그레이스처럼 내 어머님은 실제로 시를 사랑하셨다. 긴 시도 거뜬히 외워서 낭독하는 게 일상이었다. 제가 첫사랑과 헤어지고 힘들었을 때 어머니가 사랑과 이별에 대한 시를 모아 책으로 만들어주셨다. 영화에선 그보다 한 단계 나아간 선택을 하는데 시가 그만큼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