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의 손> 스틸
CJ CGV
1984년 여름의 이탈리아 나폴리의 고등학생 파비에토는 장난기 어린 아빠와 소녀 같은 엄마 그리고 형이랑 살고 있다.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듯 보인다. 수줍음 많은 성격에 아직 소년 티를 벗어나지 못한 시기이지만 축구에 열광하는 건 또래 친구들과 별반 다른 게 없다. 그러던 어느날, 마라도나가 나폴리로 이적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린다.
들뜨는 마을 분위기에 덩달아 흥분하는 파비에토, 가족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한데 모여 흥겨운 시간을 갖는 데 여념이 없다. 그런 와중에 모종의 이유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이모와 폭력적이기 이를 데 없는 이모부를 만나고 대하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런데 파비에토는 자꾸 몸을 드러내는 이모를 남몰래 흠모한다.
당연하게 평생 옆에 있을 것만 같던 부모님이 어느 날 자취를 감춘다. 파비에토가 어른이 되기도 전에 말이다. 그는 마라도나의 나폴리 경기를 보러 간다는 이유로 부모님을 따라 별장에 가지 않았는데 그곳에서 가스 유출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부모님을 상실한 공허함과 부모님을 향한 그리움을 채울 길이 없는 파비에토에게 수많은 이들이 성장의 밑거름으로 다가온다. 그들 덕분에 파비에토는 부모님 없이도 어른으로 성장해 나간다.
'신의 손'의 의미
<신의 손>은 파울로 소렌티노의 이전 작품들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그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현상, 사건, 인물 등을 바라봤던 작품들이 대다수였던 반면, 이 작품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바라보고 들여다봐야 했기에 같은 톤일 수 없었다. 대신 보편성을 획득했기에 보다 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는 파비에토 즉, 어린 소렌티노의 눈부신 성장 드라마를 표방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인 전반부는 지극히 평화로워 보인다. 비록 곳곳에 암초 같은 문제들이 있지만 그때마다 힘이 되어 주고 또 보듬어 주는 가족이 있다. 인생이 휘청거릴 이유가 없다.
하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인 후반부는 전반부와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방황을 시작하는 파비에토의 앞에 이런저런 사람들이 나타나 성장의 거름을 뿌린다. 파비에토는 타의로 가족의 울타리를 일찍 벗어나 다행히도 너무 거칠지 않게 성장해 나간다. 여기서 제목 '신의 손' 그 세 번째 의미가 읽힌다. 세상에 의해 성장해 나간다는 건, 신에 의해 성장해 나간다고 바꿔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독보적인 성장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