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채널A
아빠는 처음에 금쪽이가 게임 머니를 결제했을 때는 오리발을 내밀었고, 그래서 겁을 줘서라도 고쳐야겠다는 생각에 경찰서에 데려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쪽이는 반성하기는커녕 소년원에 보내달라며 오히려 큰 소리를 쳤다. 조사를 담당했던 경찰관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가족과 금쪽이와의 대화는 계속해서 겉돌았다. 금쪽이는 삐딱선을 탔다. 무엇이 못마땅한 걸까.
겉돌던 대화는 결국 상처를 남기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금쪽이는 "나중에 커서 갚을게요", "대출 갚아서 갚을게요"라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엄마는 그 말의 허점을 계속 따져물었다. 큰 의미가 없는 대화였다. 금쪽이는 엄마 아빠가 싫은데 연기를 한 거라며 부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가슴이 답답해진 엄마는 결국 눈물을 쏟았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걸까.
'가면 우울증' 체크 리스트
1. 게임, 휴대폰, TV에 몰두
2. 이유 없는 학교 거부
3. 갑자기 시작되는 문제 행동(담배, 술 등)
오은영은 감정의 문제가 행동으로 표현되는 것인데, 원인을 알지 못하고 행동에 초점을 맞춰 야단을 치다보니 관계가 나빠진다고 설명했다. 금쪽이의 '죽고 싶다'는 말은 마음이 힘들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그 힘듦을 왜 이렇게 표현하는 걸까. 오은영이 주목한 금쪽이의 특징은 시도때도 없이 누워 있다는 점이었다. 엄마는 이를 게으로고 귀찮아서라고 여겼지만, 거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금쪽이가 비스듬히 기대서 눕고, 바닥에 배를 깔고 눕고, 심지어 식탁 밑에 들어가 누워 있는 까닭은 '긴장감' 때문이었다. 변화의 상황에서 긴장감이 상승하는데, 이를 완화시키기 위해 누워 있으려 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매일 등교했으면 적응했을 텐데, 코로나19로 가다 말다 하다보니 적응이 어려웠다. 금쪽이가 온라인 수업이 끝나고 대면 수업이 시작되자 학교를 거부한 건 그 때문이었다.
오은영은 엄마의 특징도 발견했다. 엄마는 감정을 잘 못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을 때,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납득해야 이해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왜'를 질문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마음이 힘든데 엄마가 알아주지 못하면 더 격분해서 거친 말로 응수하는 거라 설명했다. 단순한 사춘기 반항이 아닌 마음이 힘들다는 표현이었다.
그렇다면 금쪽이의 두 얼굴은 어떻게 봐야 할까. 어떤 날은 '엄마바라기'였다가 어떤 날은 막말을 하며 비수를 꽂는 금쪽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오은영은 애착을 안정적으로 형성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부모에게서 약간의 섭섭함을 느껴도 심하게 우울해지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금쪽이는 섭섭함을 넘어 슬픔과 분노를 느꼈다. 안정형 애착이라고 보기는 무리였다.
금쪽이는 불안정 애착 중에서도 '무시형'이었다. 혼자 있을 때 가장 편안했다. 왜 혼자가 더 편할까. 오은영은 몇 가지 가능성(부모의 부재, 감정 공감의 부재, 지나친 간섭)을 언급했다. 차분히 듣고 있던 엄마는 뭔가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맞벌이를 하다보니 시어머니가 오랫동안 금쪽이를 양육했는데, 지나친 간섭과 집착으로 갈등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자중을 부탁드려도 시어머니의 양육관은 고쳐지지 않았다. 그래도 큰 탈없이 잘 넘어갔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맞벌이로 바빴던 부부의 눈에 금쪽이는 잘 성장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금쪽이는 그렇지 않았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망망대해에 홀로 표류한 듯 외로웠을 거라고 안타까워했다. 당시에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고, 이후에 관계 회복을 시도했을 때는 방법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