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태종 이방원>의 한 장면
KBS
11일 밤부터 배우 주상욱이 연기하는 KBS 1TV <태종 이방원>이 주말마다 방영중이다. 이방원이란 인물은 그동안 수많은 사극에 등장했다. 1996년부터 2년간 KBS <용의 눈물>에서 배우 유동근이 연기한 이방원의 모습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이방원은 존경받는 인물은 절대로 아니다. 그러면서도 세종대왕·연산군·광해군·정조·고종 등과 더불어 영화나 드라마 혹은 소설에 자주 등장한다.
내년이면 그가 사망한 지 정확히 600년이다. 그는 상왕이 되고 네 해가 흐른 음력으로 세종 4년 5월 10일(양력 1422년 5월 30일)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사라진 지 599년이 흘러간 지금까지도 역사 기록이나 문학작품을 통해 대중의 눈에 나타나고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콘텐츠의 힘이 대단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묘호보다는 '이방원' 이름으로 불리는 왕
대부분의 조선시대 군주들은 죽은 뒤에 부여된 세종·영조·정조 같은 묘호(사당 명칭)로 주로 불린다. 하지만 조선 제7대 주상은 세조라는 묘호보다는 수양대군이라는 대군호(왕자 칭호)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이는 그가 수양대군 시절에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라이벌 김종서를 죽인 계유정난이라는 쿠데타가 후세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수양대군은 이유(李瑈)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그 이름으로는 잘 불리지 않는다. 이는 그가 역사의 주목을 받을 만한 행적을 남긴 것이 수양대군 시절부터였기 때문이다.
정조 임금은 이산이란 이름으로도 불리지만, 이는 그가 이산이라는 자연인 시절에 주목할 만한 활동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거의 전적으로 MBC 드라마 <이산>의 인기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산이란 이름으로 역사적 발자취를 남긴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이름의 생명력은 그리 길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이방원은 태종이란 묘호로도 불리지만, 이방원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왕이 되기 전에 정안대군으로 불린 시절도 있었지만, 이 대군호는 후세 사람들에게 친숙하지 않다. 그는 태종이란 묘호보다도, 정안대군이라는 대군호보다도, 이방원이라는 자연인의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이는 그가 왕이 되기 전부터, 대군이 되기 전부터 역사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왕자가 되기 전부터 역사무대에서 활약했다는 바로 이 점은 이방원이라는 이름이 가장 강하게 기억되는 이유를 알려준다.
그가 생존한 시대는 세계적인 격변기였다. 출생한 해인 1367년은 세계 최강 몽골(원나라)이 동아시아 신흥 강국 명나라에 쫓겨 몽골초원으로 달아나기 1년 전이었다.
원·명 교체로 불리는 이 사건은 몽골초원과 중국 대륙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오키나와 등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서는 1392년에 고려가 조선으로 대체됐고, 같은 해에 일본에서는 일왕(천황)이 두 명이나 공존하던 남북조 시대가 종결됐고, 오키나와에서는 1406년에 삼국통일이 일어났다. 원·명 교체로 인한 진동이 동아시아 세계 전체에 퍼져나갔던 것이다.
대격변 시대에 그가 보여준 행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