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포스터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포스터 ⓒ 월트디즈니코리아

 
<프렌치 디스패치>는 영상으로 보는 한 권의 매거진이다. 웨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독창적인 연출 기법과 다채로운 색감으로 완성된 이번 영화는 <개들의 섬>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문라이즈 킹덤> <판타스틱 Mr. 폭스> <다즐링 주식회사> <로얄 테넌바움> 등에서 선보인 미장센이 더욱 견고해진 확장판이다. 한마디로 사진 같은 영화, 이야기가 살아 있는 움직이는 매거진이라 하겠다.
 
영화로 읽어가는 매거진 한 권
 
영화는 잡지의 형식을 빌려 '프렌치 디스패치'의 4가지 특종을 소개한다. 1970년 전후 프랑스의 가상 도시. 기자들은 프렌치 디스패치 발행을 갑작스럽게 마쳐야 하는 순간을 맞는다. 이유는 발행인 죽음 때문이다. 그의 유언대로 마지막 발행판은 부고판이 될 것.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기자들의 취재 기사가 전해진다. 창간호부터 기자들을 존중하고 아낀 발행인이자 편집장을 애도하면서도 위험을 무릅쓴 취재 현장의 생생함까지 느낄 수 있는 마지막 과월호는 모두를 향한 러브레터인 셈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자전거 타는 기자의 시선으로 가장 지저분한 동네 구석구석을 보여주는 여행 에세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정신이상으로 살인을 저지른 후 감옥에 갇힌 천재 화가와 그의 뮤즈이자 교도관인 시몬 그리고 작품을 알아봐 준 미술 거래상의 웃지 못할 사연을 다룬다.
 
세 번째는 정치적인 분야다. 학생 혁명을 이끈 리더 제피렐리와 줄리엣의 이야기와 선언문 개정에 관한 일화를 기자의 시선에서 바라본다. 마지막 네 번째는 경찰서장 전용 식당의 유명 셰프 네스카피에를 취재하다 엮이게 된 납치 사건의 전말을 담은 기자의 회상이다. 기상천외하고 발칙한, 어쩌면 아무도 관심 없을지 모를 이야기 모음집이 '프렌치 디스패치' 매거진이다.
 
웨스 앤더스 사단 총출동, 초호화 캐스팅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스틸텃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스틸텃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는 웨스 앤더슨 사단이 총출동해 넓은 인맥과 존재감을 과시한다. 틸다 스윈튼, 프란시스 맥도먼드, 빌 머레이, 애드리언 브로디, 오웬 윌슨, 베네시오 델 토로, 레아 세이두, 시얼샤 로넌, 에드워드 노튼, 마티유 아말릭, 윌렘 데포, 토니 레볼로리 등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 할리우드 대세 배우가 포진해 있는 인간시장이 따로 없다.
 
거기에 티모시 샬라메, 리나 쿠드리, 제프리 라이트, 엘리자베스 모스 등 새로운 멤버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그 속에서 단연 존재감을 내뿜는 배우는 한국계 배우 스티븐 박으로 한국계 배우 최초 웨스 앤더슨 사단에 합류했다. 그는 마지막 이야기의 셰프 네스카피에로 등장해 엉뚱함을 발휘하게 된다.
 
출연진을 모아 둔 포스터만 살펴봐도 흥미롭다. 마치 매거진 커버를 떠올리게 한다. 우측 상단의 가격, 좌측 상단의 호수, 중앙의 제목이 있고 아래 소제목이 자리 잡고 있다. '리버티 캔자스 이브닝 썬'에서 출발했다는 기록까지 깨알같이 적혀있다. 숨겨 놓은 이스터에그의 힌트를 찾는 것처럼 캐릭터의 특징과 에피소드를 캐리커처로 그려 넣었다. 마치 '월리를 찾아라'를 방불케 하는 떡밥 요소가 가득 들어가 있어 재미있다.
 
형식 파괴와 감각적인 예술의 향연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스틸컷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무빙 픽처와 저널리즘에 관한 존경을 웨스 앤더슨 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영화는 영화라는 말이 없던 시절 '움직이는 그림'이라는 말에서 따 무빙 픽처(moving picture)라는 말로 쓰였다. 이후 cinema, film, movie, motion picture 등의 용어가 생겨났다. 그래서 사진과 영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자 시점의 문제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영상은 수많은 사진을 이어 붙여 움직임을 만든 눈의 착시 현상 중 하나란 소리다. 결국 초당 24장의 사진으로 이루어진 동영상이 영화라 볼 수 있다. 초기 영화의 모습을 구현한 세계가 바로 <프렌치 디스패치>라 봐도 좋다.
 
그 연장선상에서 웨스 앤더슨은 영화와 매거진을 향한 찬사를 동시에 드러냈다. 경의를 표하면서도 저널리즘 정신을 표방한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색감, 동화 속의 세계나 그림책을 그대로 옮긴 것 같은 대칭 구도와 떠다니는 듯한 대사의 향연이 능청스럽다. 팩트만을 전달하려는 의도, 텍스트를 영상을 보는 듯한 묘사, 가독성이 높으면서도 기자의 고유한 필력을 살린 편집의도도 놓치지 않았다.
 
형식 파괴란 이런 것임을 몸소 보여준다. 다양한 예술적 시도가 선보인다. 소설, 에세이, 연극, 회화, 애니메이션, 미니어쳐, 삽화, 사진 및 다양한 형식과 화면비율, 흑백과 컬러 등을 시도한 <뉴요커>를 벤치마킹한 듯 보인다. 흑백과 컬러가 정신없이 교차하며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흑백은 매거진 속의 텍스트이며 컬러는 글로 실을 수 없었던 실제 상황이다. 한 장의 그림처럼 간헐적으로 멈춘 장면은 소외된 사람 없이 모두를 담기 위해 계산된 구도를 보여준다. 엑스트라 한 명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돋보인다.
 
<프렌치 디스패치>는 제74회 칸영화제 초청, 올해 10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영화팬들의 마음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웨스 앤더슨이 만든 가장 웨스 앤더슨한 영화다. 지금까지 쌓아 올린 필모그래피의 정수이자 열 번째 작품으로 마스터피스란 찬사가 아깝지 않은 꽉 찬 미학과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번 보는 것으로 부족한 N차 관람이 시급한 마지막 발행본이다.
프렌치 디스패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보고 쓰고, 읽고 쓰고, 듣고 씁니다. https://brunch.co.kr/@doona9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