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이 사랑을 할 때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의 첫 번째 단계는 바로 만남이다. 누군가의 소개로 만날 수도 있고 학교나 직장, 취미생활 속에서 만남이 이뤄지기도 한다. 때로는 어느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비 오는 날 운명의 상대가 우산 속으로 뛰어 드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물론 실제로 일어날 확률은 매우 드무니 애초에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 일단 남녀가 만나야 다음 단계인 썸을 타고 연애로 발전할 수 있다.
대부분의 멜로 영화에서도 모든 사랑은 만남으로 시작한다. 전도연·박신양 주연의 <약속>처럼 환자와 의사로 첫 만남이 이뤄지기도 하고 <접속>이나 <후아유>처럼 채팅을 통해 만남을 갖기도 한다. 물론 기차에서 우연히 만나 하루를 보내는 <비포 선라이즈> 같은 영화도 있고 같은 배를 탔다가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는 <타이타닉> 같은 영화도 있다. 여기에서도 사람과 사람이 만남으로 모든 사랑이 시작된다.
그렇다면 만남의 과정을 생략한 상태에서 주인공들이 사랑에 빠질 수는 없을까. 물론 현실에서는 매우 어려운 이야기지만 영화에서는 두 주인공이 한마디 대화조차 나누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가슴 시린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송해성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이자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9.08, 다음에서 9.1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받은 최민식-장백지 주연의 멜로 영화 <파이란>은 만남 없는 사랑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