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포스터
BIFAN
친구가 출가를 한단다. 멀쩡히 결혼해 장성한 딸까지 둔 아버지가 갑자기 출가라니. 하긴, 중년의 사내란 어디다 말할 수도 없는 고민을 저만 열어보는 서랍장에다 콕- 하니 처박아두고 사는 존재인 법이다.
진우(나현준 분)라면 틀림없이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였던 성민(양홍주 분)이 머리를 깎는다는 소식에 가까운 친구들이 모였다. 이혼을 하고 반년째인 성민은 속세의 무엇이 그리도 고단했던지 산 깊고 물 맑은 절간으로 들어가길 결심했단다. 어련히 고민이 깊었을까, 친구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성민의 출가를 응원한다. 하기야, 제 삶 하나 지탱하기 버거운 팍팍한 세상에서 친구라고 해봐야 응원밖에 무얼 더 하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웬걸, 성민이 진우에게 난감한 부탁 하나를 한다. 제가 출가할 사찰까지 배웅해달란 것이다. 차를 몰고 한나절은 가야할 판, 영 껄끄러운 제안이다. 그렇다고 거절하기도 난감하다. 곧 속세를 떠날 오랜 친구 아닌가 말이다. 진우의 난감한 기색을 읽어서일까, 성민이 재빠르게 말한다.
"데려다주면 내 차 줄게."
친구 차 받으려 떠난 출가배웅기
둘은 이제껏 성민의 차였고, 곧 진우의 차가 될, 현재는 누구의 것인지 영 난감한 차 앞에 선다. 진우는 이내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성민은 그런 그에게 말한다.
"아직 잘 나가, 500km는 거뜬하다고."
연식이 얼마나 된 건지 짐작하기도 어려운 구형 코란도를 타고 둘은 절로 향한다. 태웅사라 이름 붙은 그 절은 성민이 지난 6개월 간 모신 스승이 추천한 곳, 앞으로 성민이 불가의 제자로 거듭날 곳이다.
나이든 코란도에 올라타 오래 달린 끝에 성민과 진우는 태웅사에 도착한다. 어깨 떡 벌어진 규모 있는 절에 성민도 못내 자랑스런 모양, 진우도 어딘가 경건해져 둘은 잘 가시오 스님, 또 보자 친구 하고서 뜻 깊은 인사를 나눈다.
친구를 보내고 돌아오는 진우는 어딘지 허전한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진우의 사정도 영 개운치가 않다. 영화 PD로 일하는 진우는 하던 일이 목 아래 턱 걸려 내려가지 않고 있다. 3년 넘게 붙들고 있던 시나리오에 겨우 투자자가 붙었는데 주인공을 여자에서 남자로 바꾸자는 황당한 요구를 한다.
따르지 않자니 투자자가 떠나고, 따르자니 감독이 방방 뛰는 난감한 상황에 진우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래도 어쩌랴, 돈 주는 쪽이 갑인 것이다. 진우는 굽힐 생각 없는 감독에게 주인공의 성별을 바꿔보자고 설득하고 또 설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