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에 개봉한 이병헌 감독의 영화 <스물>은 당시 신예에 가까웠던 김우빈,강하늘,정소민,이유비,이준호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도 전국 300만 관객을 모으며 기대 이상의 흥행 성적을 올렸다. 그렇게 이병헌 감독은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올랐지만 2018년에 개봉한 두 번째 장편 영화 <바람바람바람>이 100만 관객을 갓 넘기면서 쓴 맛을 경험했다. 하지만 이는 2019년 더 높게 날기 위한 아주 작은 움츠림이었다.

이병헌 감독은 2019년1월에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을 통해 전국 1620만 관객을 모으며 그야말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이는 2014년 <명량>의 1760만에 이어 역대 한국영화 2위에 해당하는 흥행성적이었다. <극한직업>이 이처럼 엄청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코미디 영화'라는 영화의 색깔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극한직업>에는 영화 종반 갑자기 비장해 지거나 교훈을 주는 장면 따위는 나오지 않는다.

<극한직업>의 경우처럼 영화는 감독이 의도한 색깔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칫 하나의 영화에 여러 가지 색깔을 담으려고 하다가는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장르의 졸작이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카메론 디아즈를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 여성배우로 만든 영화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코미디 요소가 매우 강한 로맨스'라는 초심을 지키며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1998년9월에 개봉해 서울에서만 27만 관객을 동원했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1998년9월에 개봉해 서울에서만 27만 관객을 동원했다.이십세기폭스필름코퍼레이션
 
보조개가 매력적인 할리우드 최고의 섹시스타

1972년 샌디에이고에서 태어난 카메론 디아즈는 10대 시절부터 모델로 활동했다. 그렇게 유명 브랜드의 모델로 이름이 알려지던 1994년, 디아즈는 한 코미디 영화의 단역 오디션에 참여했다가 제작진의 눈에 들어 주인공 역에 전격 발탁됐다. 디아즈의 영화 데뷔작이자 짐 캐리를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 <마스크>였다. 디아즈는 <마스크>에서 섹시한 매력을 뽐내며 할리우드의 젊은 여성 배우 유망주로 떠올랐다.

1997년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 출연한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같은 해 데니 보일 감독의 <인질> 등을 통해 경험을 쌓은 디아즈는 1998년 <덤앤더머>의 페럴리 형제가 만든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 출연했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세계적으로 3억6900만 달러의 성적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는 목소리 출연했던 <슈렉> 시리즈를 제외하면 디아즈의 역대 최고 흥행기록이다.

디아즈는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로 뉴욕비평가협회와 MTV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도 함께 인정받았다. 디아즈는 이후 <베리 배드 씽>, <존 말코비치 되기>, <애니 기븐 선데이>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영역을 넓히다가 2000년 드류 베리모어, 루시 리우와 함께 <미녀 삼총사>에 출연해 화려한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기존의 밝고 섹시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얼마든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2000년 <슈렉>의 피오나 공주 목소리 연기를 통해 새로운 매력을 뽐낸 디아즈는 <바닐라스카이>, <피너츠송>, <갱스 오브 뉴욕> 등에 잇따라 출연하며 2000년대 중반까지 할리우드 최고의 여성배우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2003년 <미녀삼총사2-맥시멈스피드>에 출연할 때엔 2000만 달러의 출연료를 받았는데 여성배우가 2000만 달러의 출연료를 받은 것은 줄리아 로버츠 이후 디아즈가 역대 두 번째 기록이었다.

디아즈는 2000년대 중반 9살 연하의 가수 겸 배우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3년 동안 공개 연애를 했는데 디아즈는 결별 후에도 <배드 티처>라는 영화에 팀버레이크와 함께 출연했다. 메이저리그 스타 알렉스 로드리게스, 미남배우 톰 크루즈 등과도 염문설을 뿌렸던 디아즈는 2015년 7세 연하의 기타리스트 벤지 메이든과 결혼식을 올렸다. 2014년 <애니> 이후 한 동안 활동이 뜸하던 디아즈는 2017년 깜짝은퇴를 선언했다. 

메리를 사랑한 남자들의 웃픈 러브스토리
 
 벤 스틸러(왼쪽)와 카메론 디아즈의 코믹 연기는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의 가장 중요한 감상포인트다.
벤 스틸러(왼쪽)와 카메론 디아즈의 코믹 연기는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의 가장 중요한 감상포인트다.이십세기폭스필름코퍼레이션
 
청결하지 못한 장소에 파리가 꼬이듯(?)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 주변에는 여러 남자들이 모여들게 마련이다. 가끔은 사랑을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할 수 있는 남자의 착한 본능을 이용하는 어장관리녀들도 있지만 메리(카메론 디아즈 분)는 그런 여자들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자신에게 집착하는 남자들을 피하기 위해 개명을 하고 고향을 떠날 정도다. 그럼에도 메리 주변에는 언제나 그녀의 환심을 사려는 남자들의 행렬이 끊이질 않는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한 장면이 이어지는 로맨틱 코미디지만 최고의 웃음포인트는 초반에 집중돼 있다. 메리를 짝사랑하던 테드(벤 스틸러 분)가 메리집 화장실에서 '영 좋지 못한 곳'에 지퍼가 걸리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메리의 부모와 경찰, 소방관 등이 차례로 보게 되는데 그 때마다 끔찍한 장면을 목격한 듯 고개를 돌린다(테드가 방심한 사이 메리 엄마가 조심스럽게 스프레이 진통제를 뿌리는 연기가 압권이다).

배우들의 코믹 연기도 훌륭하지만 메리의 이웃 매그다(린 샤예 분)가 키우는 강아지 퍼피의 대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초반부에 팻(맷 딜런 분)이 약을 먹고 기절한 퍼피에게 인공호흡을 하는 장면도 웃기지만 백미는 역시 흥분제를 과하게 먹은 퍼피와 생명의 위협을 느낀 테드의 맞대결이다. 테드는 애견인들이 끊임없이 강조하는 '생명의 존엄성' 따위는 무시한 채 파일 드라이버를 비롯한 각종 프로레슬링 기술을 사용하며 퍼피에게 승리를 거둔다.

관객들은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지만 남자 캐릭터들에게 감정을 이입하면 사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대단히 슬픈(?) 영화다. 테드는 첫사랑인 메리를 13년 동안 잊지 못했고 사립탐정 팻은 직업을 포기하면서 메리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올인했다. 메리 주변의 남자들을 모함하고 다닌 노먼(리 에반스 분)의 마음도 결코 편치 않았을 것이다. 메리 때문에 심한 피부 트러블이 생긴 우기(크리스 엘리엇 분)는 말할 것도 없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는 메인 스토리와 별개로 2인조 악단이 뜬금없이 등장해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발휘한다. 주로 메리의 매력을 이야기하거나 주인공의 감정, 지난 줄거리 등을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장신과 단신, 기타와 타악기로 이루어진 멤버 구성을 보면 2인조로 활동하던 시절의 10cm가 연상되기도 한다) 하지만 엔딩 장면에서 남몰래 메리를 짝사랑하던 매그다의 남자친구에 의해 잔인한 최후를 맞는다.

메리와 테드의 사랑을 방해한 악당(?)들
 
 '사랑의 방해꾼' 팻을 연기한 맷 딜런(왼쪽)은 실제로 카메론 디아즈의 연인이었다.
'사랑의 방해꾼' 팻을 연기한 맷 딜런(왼쪽)은 실제로 카메론 디아즈의 연인이었다.이십세기폭스필름코퍼레이션
 
모든 로맨스 영화에는 사랑의 장애물이 필요하다. 메리를 13년 동안 그리워하던 테드에게 가장 큰 장애물은 사실 메리의 존재 자체였다. 메리가 워낙 매력적인 캐릭터로 나오다 보니 주변에 남자들이 계속 모여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자신이 고용한 사립탐정 팻과 건축가 터커로 위장한 피자 배달부 노먼이었다. 테드는 팻을 고용해 메리의 뒷조사를 시켰다는 죄로 인해 메리에게 차일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팻은 조사 대상인 메리를 보고 첫 눈에 반하고 건축가로 위장해 메리에게 대시한다. 테드에게는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뒷조사를 하면서 얻은 메리에 대한 정보는 그녀를 유혹하는데 사용한다. 팻은 메리와 키스도 하고 연쇄 살인마로 누명을 쓰기 전까지는 메리와 잠깐 사귀기도 했다. 팻 역할은 콧수염만 없으면 꽤 미남 배우인 맷 딜런이 맡았는데 딜런은 실제로 90년대 중반 디아즈와 교제하기도 했다. 

터커는 팻과 메리가 건축박람회에 갔을 때 만난 메리의 건축가 친구다. 터커는 어려운 건축물의 이름과 교수 이름 등을 자연스럽게 읊으며 가짜 건축가 팻을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터커 역시 가공된 인물로 그의 정체는 피자배달을 갔다가 잠옷 차림의 메리에게 첫 눈에 반한 노먼이다. 노먼은 소아마비에 걸린 장애인 건축가로 위장해 메리에게 접근했고 메리와 가까워지는 남자들에게 누명을 씌워 두 사람 사이를 방해했다.

건축가 터커와 피자 배달부 노먼을 연기한 배우 리 에반스는 영국의 유명한 코미디 배우로 <제5원소>, <마우스 헌트>, <메달리온> 등 여러 영화에서 유쾌한 감초연기를 선보였다. 2004년에는 <프리즈 프레임>에서 온몸의 털을 면도하는 열의를 보이는 등 편집증 환자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에반스는 2005년 애니메이션 <두갈 : 마법의 회전목마>의 목소리 출연을 끝으로 10년이 넘도록 영화 출연 소식이 없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카메론 디아즈 벤 스틸러 페럴리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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