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업글인간>의 한 장면

tvN <업글인간>의 한 장면 ⓒ tvN

 
tvN 예능 프로그램 <업글인간>이 '빙속여제' 이상화의 피겨스케이팅 도전기와 '트로트 샛별' 신인선의 부자여행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3일 방송된 <업글인간>에서는 지난 방송분에 이어 이상화가 두 달 동안 도전한 피겨스케이팅 여정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공연이 그려졌다.

같은 스케이트 종목이지만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는 구기종목의 농구와 배구처럼 전혀 다른 분야에 가깝다. 운동에 필요한 재능, 기술, 근육 등이 전부 다른 상황에서 이상화에게는 불과 두달 남짓한 기간동안 피겨스케이팅의 고급 기술들을 연마하고 공연에 나서야하는 어려운 난제가 주어졌다.

이상화의 도전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의지와 근성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2주간의 지옥훈련에 돌입한 이상화는 낯선 스핀 기술을 소화하는데 유독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지독한 연습으로 조금씩 한계를 극복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대망의 공연일, 화려한 무대의상을 갖춰 입고 마지막 리허설에 나선 이상화는 스핀 동작을 성공시킨 후 갑자기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여기세 어두운 조명 문제까지 겹치며 순간적으로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황해하는 이상화를 보고 코치와 스태프들이 기지를 발휘하여 관중석 앞 광고판에 X표시를 붙여 앞뒤를 구분할 수 있도록 했고 이상화도 자신감을 찾았다.

마침내 공연이 시작됐다. 절친 모태범과 아유미 등 이상화의 지인들도 공연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초반에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던 이상화는 침착하게 연습한 동작을 하나 둘 선보였다. 이상화는 스핀, 런지, 스파이럴, 점프 등 모든 동작들을 연습 때보다도 더 높은 완성도로 소화화내며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클라이맥스에서는 강렬한 힙합 음악에 군무까지 능숙하게 소화해냈고, 남편인 강남이 결혼식에서 췄던 춤을 재현하는 깜짝 이벤트까지 연출했다. 이상화는 "스케이팅을 하면서 오빠가 보여줬던 춤동작을 넣으면 의미가 더 크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며 남편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쉽게 마무리 과정에서는 작은 실수가 있었다.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으며 엔딩 포즈를 제대로 완성하지 못했다. 이상화는 앞으로 털썩 쓰러지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던 MC 신동엽은 "저런 퍼포먼스도 괜찮다"며 이상화를 위로했다. 현장의 관중과 스튜디오 패널들도 모두 이상화의 노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귀가한 이상화는 남편 강남과 함께 촬영된 공연 영상을 감상했다. 강남은 "소름 돋는다", "감동이다" 등 칭찬이 넘치는 리액션으로 아내에 대한 애정을 듬뿍 보여줬다. 이상화는 피겨스케이팅 경험에 대하여 "성공이라기보다는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제 '업글'은 여기까지 하겠다"는 이상화에게, 신동엽은 "피겨는 여기까지지만, 다음엔 (또다른 빙상종목인) 아이스하키에 도전하라"고 부추기며 출연자들을 다함께 폭소하게 만들기도 했다.
 
 tvN <업글인간>의 한 장면

tvN <업글인간>의 한 장면 ⓒ tvN

 
<업글인간>은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셀프 불편러들의 자발적 불편 극복 챌린지'라는 콘셉트를 표방했다. 지난해 파일럿으로 편성된 <조금 불편해도 괜찮아>가 정규 편성되면서 지금의 제목으로 변경되었고, 출연자들이 나 또한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추구한다는 취지였다. 이상화, 허재, 다니엘 헤니, 유하, 함연지, 브레이브걸스, 김종민, 고윤 등 여러 게스트들이 출연하여 금주-가족과의 관계 개선같은 개인적 도전에서부터 번식견 농장에서의 강아지 구조와 같은 사회적 이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현실적인 주제를 놓고 '업그레이드'에 도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업글인간>의 취지는 '성공(Success)보다 성장(Upgrade)'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는데 있다. 모든 사람들이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듯 성장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다. 그리고 성장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이 될 수도 있고, 인간관계의 개선이나 개인적 트라우마에 대한 극복이 될 수도 있다. 겉보기에 화려해보이는 유명인들이라도 저마다의 불편함이나 고민은 있기 마련이고, 그에 맞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스타들의 인간적인 모습이 친근감과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업글인간>의 한계는 그 성장의 과정을 자세히 다루지는 못했다는 데 있다. 이상화의 피겨 도전처럼 '업글'이라는 취지에 잘 어울리는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계속 출연자가 바뀌는 옴니버스식 구성 속에 그마저도 한 출연자당 1, 2회 정도 짧은 분량으로는 이들의 노력과 고민의 과정을 섬세하게 담는 데 한계가 있어 보였다.

보수적인 아버지와의 여행을 통하여 관계회복을 기대하는 신인선, 고작 '일주일 금주'에 도전한 허재, 예능인에서 가수로서의 정체성 회복을 내세운 김종민 등 용두사미에 가까워 보이는 에피소드들도 있었다. 시청자들이 미처 인물들의 상황에 몰입하고 공감하기도 전에 마무리되어버리는 구성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더구나 <업글인간>은 갈수록 성장 과정보다는 유명세나 이슈가 된 과거사를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변질된 측면도 있었다. 특히 유난히 '유명인 가족을 두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를 본 사례'가 반복해서 자주 등장했다.

가수 유하는 뮤지컬계의 디바로 알려진 엄마 최정원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하는 연예인 2세의 고충을 토로했고, 농구스타 허재는 대표팀 감독 시절 아들인 허웅-허훈의 특혜 발탁 논란을 언급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밖에도 배우 고윤은 정치계 거물인 아버지의 김무성의 '노룩패스' 사건으로 배우 활동에 피해를 입었던 추억을, 함연지는 '오뚜기 3세'라는 금수저 배경 때문에 받아야하는 편견을 밝히기도 했다.

물론 그간 알려지지 않은 유명인들의 고충이나 다른 곳에서 들을 수 없었던 그들의 속내를 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신선했던 면도 있다. 하지만 출연자들이 과거의 자신을 진심으로 성찰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주객이 전도된 꼴이었다.

<업글인간>은 스타들이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그 과정을 담겠다던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며 별다른 차별화 요소가 없는 평범한 관찰예능으로 마감했다. 차라리 유명인들의 구구절절한 사생활이나 변명을 늘어놓기보다는, 진정한 도전이 필요한 몇몇 고정출연자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난관과 성장 과정을 좀 더 깊이있게 파고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업글인간 이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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