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인들의 민주화 운동이 100일 넘게 지속되면서 현재까지 사망한 시민은 780여 명, 체포된 이들도 4천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MPA
- 마침 방송 날이 광주민주화운동 41주년 되는 날(5월 18일)이었는데요. 미얀마와 1980년 광주를 비교하기도 하잖아요.
"저희는 라인업이 딱 정해져 있어요. 그래서 5월 18일 제 방송 날짜였는데, 5·18의 추구하는 지점과 현재 미얀마의 혁명이 추구하는 지점이 유사하다는 생각에 아이템으로 정하게 됐습니다."
- 취재는 어디부터 시작했나요?
"보통은 자료 서치를 먼저 하고, 제작진이 하고 싶은 방향 잡아서 관련자를 섭외, 촬영하는 순서로 진행하는데요. 이번에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김영미 PD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요. 그분 말씀이 뭐를 찍고 싶다고 해서 찍을 수 있는 현실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래서 일단 접근할 수 있는 모든 루트를 뚫는 데서부터 시작했고요. 그러다 보니 위험을 무릅쓰고 도와주시겠다는 분들을 하나둘 만날 수 있었습니다."
- 현재의 미얀마와 80년 광주의 공통점·차이점은 뭘까요?
"그냥 딱 보이는 것만 봤을 때는 현재의 미얀마와 80년의 광주는 너무 비슷하죠. 쿠데타가 일어난 것, 그리고 비무장 시민들을 군입들이 무력진압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지식인 계층·학생들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나가서 함께 싸우는 모습이 우리와 비슷한 것 같아요.
하지만 미얀마에는 소수민족 문제라든가, 미·중 관계 등이 얽혀 있기 때문에 해법이 훨씬 복잡하더라고요. 지금 미얀마 같은 경우는 중국이라는 뒷배가 있어요. 중국을 등에 업고 국제사회의 압력을 무시하는 형국이죠. 미국은 쿠데타 초기부터 세게 입장을 표명하긴 했지만, 새로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중국에 비해 미얀마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다 보니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전문가분들이 말씀하시더라고요."
- 내전으로 갈 가능성도 있나요?
"저희가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게 똑같은 질문을 드렸거든요. 그랬더니 그 질문부터 정정해 주시더라고요. 미얀마 안에는 계속해서 내전이 있었다고요. 이번에 소수민족들이 뉴스에 많이 보도됐잖아요. 미얀마에는 135개의 소수민족이 있고요. 그중에는 수백만 명 이상 규모의 큰 소수민족도 있어요. 군부는 수십 년 동안 끊임없이 소수민족들 탄압해 왔고, 그 과정들이 사실상 전부 내전이었던 거죠. 근데 미얀마 군부는 언론과 교육을 통해서 '우리 군부가 소수민족 반란군을 진압했다' 이런 식으로 자기네 군부 정당성을 유지해온 거예요. 소수민족 입장에서는 되게 억울하겠죠.
이번에 저희가 만난 많은 미얀마의 (특히 버마족 출신) 젊은이들 말이 그동안 군부가 어떻게 소수민족들을 억압해 왔고 왜곡해 왔는지 몰랐다는 거예요. 이번에 시위대분들이 소수민족을 찾아갔고, 임시정부인 NUG(미얀마 민족통합정부)가 소수민족과 함께 한다는 것이 미얀마의 장래에 긍정적인 신호탄이 될 수 있겠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하지만 시민군을 만들어 군부에 대항하겠다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되면 더 큰 희생은 불보듯 뻔한 일이라고 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도 크고요. 그래서 내전으로 치닫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조치가 취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