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에이미 아담스)와 줄리아(메릴 스트립)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줄리 & 줄리아>(2009)는 두 여성의 자아실현에 관한 영화다. 작품은 반세기의 시간을 사이에 두고 뉴욕과 파리에서 각각 자신의 삶을 일구어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교차로 보여준다.
나이 때문일까. 나의 시선은 중년의 줄리아에게로 향한다. 줄리를 잠깐 소개하고 줄리아의 삶을 집중 조명하기로 하자. 줄리는 2002년 30세 생일을 맞았다. 남편과 단둘이 뉴욕 퀸즈에 살고 있다. 9.11관련 문제를 처리하는 말단 공무원인 그녀는 온갖 민원을 처리하느라 저녁 때가 되면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진다. 대학시절 교지 편집장이자 성공 영 순위로 꼽히던 그녀였는데... 그녀의 유일한 탈출구는 요리다. 요리할 때만은 불확실한 자신의 삶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그녀는 줄리 차일드의 요리 레시피 524개를 1년 안에 만들어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블로그에 올린다. 가장 좋아하는 것과 가장 잘하는 것의 조합이다. 그녀는 기쁨과 좌절과 끈기가 잘 버무려진 1년을 보낸 결과, 유명세를 타고 작가로 발돋움한다.
1949년 줄리아 차일드의 삶
줄리의 롤 모델이었던 줄리아 차일드는 1949년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파리에 도착한다. 그녀는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하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베르사유 궁전과 같은 집에서 사랑하는 남편과 살고 있다. 성격도 좋다. 까칠한 프랑스인들을 가장 다정한 사람으로 여길 정도다. 이런 그녀를 마다할 사람은 없다. '삐딱남'조차 그녀를 보면 웃는다. 그녀의 프랑스어 실력이 한두 마디 인사를 건넬 정도인데도 말이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그녀는 세계 최고의 도시 파리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며 알콩달콩 살다가 남편의 임기가 끝날 때 돌아가면 그만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는 남편에게 묻는다.
"난 뭘 하면 좋을까요?"
어! 마냥 행복해 보였던 그녀도 이런 고민을 하다니.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설에 의하면, 그녀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결핍되어 있었던 것일까. 자아실현의 욕구는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욕구라고 한다. 자기가 원하는 것, 자기가 잘하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통해 개인적 사회적 성취를 이루고 싶은 욕구다.
그녀는 결혼하기 전, 남편이 일하는 정부 기관에서 문서 작성 업무를 담당했었다. 40세가 되기까지 달걀 삶는 법도 모른 채 말이다. 지금은 일을 그만둔 상태다. 그렇다고 다시 정부 관련 일을 하기는 싫다. 그 일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정부 요직에 있던 아버지가 권유해서 공무원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고 대사관 직원 부인들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도 그녀의 체질이 아니다.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
줄리에게서 나의 모습이 보인다. 나도 사회적 요구에 순응하여 엄마요, 아내로 산 세월이 벌써 25년이다. 비교적 순탄한 일상을 보내며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남편과 아이들의 성취가 나의 깊은 행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줄리아처럼 항상 웃고 있었지만, 마음 깊은 곳까지는 웃을 수 없었다.
40대가 돼서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은 줄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