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책장>은 책을 사랑하는 스타들을 만나 그들의 인생 책에 관해, 독서 습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기획 연재 인터뷰입니다.[기자말]
2016년 SBS 서바이벌오디션 < K팝스타 > 시즌5 준우승자로 처음 이름을 알린 안예은. 자신이 부르는 노래들을 직접 작사, 작곡, 편곡하는 천재적인 음악성으로 주목받은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은 2017년 MBC 드라마 <역적> OST '상사화', '봄이 온다면' 등을 만들고 불러 보다 많은 대중으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상사화'는 임영웅 등 많은 가수들이 커버한 곡이다.

OST뿐 아니라 그의 곡 '홍연'을 들어봐도 알 수 있듯 특유의 한국적 정서를 잘 표현하는 안예은은 유행과 전혀 상관 없는 독자적인 곡을 만든다. 그 독자성의 배후에는 책이 있었다. 안예은은 책을 읽는 것이 자신에겐 쉬는 것이고, 노는 것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렇듯 즐거움 자체인 독서는 그를 매번 완전히 사로잡아버린다. 오죽하면 시력 걱정을 한 친구가 그의 독서를 말리기까지 했을까.

지난 16일 오후 서교동에 있는 안예은의 작업실에서 그를 만나 '별들의 책장' 기획 인터뷰를 나눴다.

SF, 공포스릴러 좋아해
 
 가수 안예은이 지난 16일 오후 홍대 근처 작업실에서 <별들의 책장> 인터뷰에 임했다.

가수 안예은이 지난 16일 오후 홍대 근처 작업실에서 <별들의 책장> 인터뷰에 임했다. ⓒ JMG(더블엑스엔터테인먼트)


얼마 전에 이사를 하고 나름의 서재가 생겼다는 안예은은 '장비발'의 위력을 새삼 느끼는 중이다. 책상에서 독서를 하는데, 허리가 아프지 않은 고성능 의자와 독서대 그리고 독서등을 샀고 결과는 아주 만족이다. 자신이 카페에서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며, 집순이답게 집에서 하는 독서가 제일이더라며 독서근황을 전해주었다.

몸풀기 질문을 몇 개 더 던졌다. 읽기 습관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 질문을 통해 그가 월급날마다 새 책을 대량구매한다는 사실과 온라인 서점의 굿즈에 꽤 집착한다는 사실, 책이 더러워지는 걸 질색하여 밑줄을 안 긋는다는 것, 다 읽은 후엔 독서어플에 기록을 남겨둔다는 것 등을 알게 됐다. 연속해서 세 권을 내리 읽은 적도 있을 만큼 책을 펼치면 무섭게 몰입하는 편이다. 

본격적으로 물었다.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이에 안예은은 소설, 그 중에서도 SF장르를 꼽았다. 이 장르의 작가 중 코니 윌리스를 무척 좋아해서 그의 모든 작품을 다 읽었으며, 다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공포스릴러도 좋아한다.
 
"제가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못 가본 나라나 경험하지 못했던 일을 경험하기 위함인데, SF는 더더욱 경험하지 못하는 세계들이잖나. 상상을 하는 게 즐거워서 읽는다."

그렇다면 전작을 다 읽은 작가는 누가 있을까. 이 물음에 그는 마거릿 애트우드, 코니 윌리스, 옥타비아 버틀러, 에드거 앨런 포우, 발터 뫼어스를 언급했다. 이밖에 '거의' 전작한 작가들도 많았다. 정세랑, 대프니 듀 모리에, 세라 워터스, 버지니아 울프의 전집을 보유하고 있는데 다 읽어버리기 아쉬운 마음에 근간을 아껴놓고 있다고.

최애작가는?
 
 가수 안예은이 지난 16일 오후 홍대 근처 작업실에서 <별들의 책장> 인터뷰에 임했다.

가수 안예은이 지난 16일 오후 홍대 근처 작업실에서 <별들의 책장> 인터뷰에 임했다. ⓒ JMG(더블엑스엔터테인먼트)

 
그에게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말해달라고 했다. 이에 안예은은 마거릿 애트우드, 코니 윌리스, 버지니아 울프를 택했는데 먼저 마거릿 애트우드에 대해선 "처음에는 너무 작은 걸 만드는데 나중에 보면 거대한 성 같은 게 만들어져 있는 느낌이 매력적"이라고 이유를 밝혔고, 코니 윌리스에 대해선 "서문의 '작가의 말'을 너무 재밌게 쓰신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버지니아 울프의 경우는 그녀의 상세한 묘사방식을 사랑한다고 했다. 

만일 버지니아 울프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면 어떤 질문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안예은은 한참 생각하더니 "원고 쓰시는 방에 가보고 싶다. 거기 가서 책을 읽어보고 싶다"며 "도대체 어떻게 3~4줄 길이의 한 문장을 그리 유려하게 쓸 수 있는지 물을 거다"고 답했다.

좋아하는 작가가 너무 많은 그에게 이렇듯 최애작가를 꼽아달라는 어려운 부탁을 한 뒤에 곧바로 가혹한 질문 하나를 덧붙였다. '나의 인생 책'이 무엇인지, 무인도에 단 한 권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얼 가져갈 것인지. 이 물음에 안예은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고 한참 후에 대답했다. 

"'프랑켄슈타인'을 가져가겠다. 정말 부끄럽지만 저는 처음에 남자 작가가 쓴 책인 줄 알았다. 그 시대에 글을 쓰는 여자는 많이 없었을 거고, 또 공포문학이라고 하면 으레 남자가 썼을 것 같았는데 여자가 썼다는 사실을 알고 긍지 같은 것을 느꼈다."

유독 여성이 쓴 문학을 많이 읽는 듯한 그에게 여성작가의 소설에 끌리는 이유를 질문했다. 이에 안예은은 "소설 속 주인공이 여성이면 확실히 몰입감이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에게 책과 관련한 많은 질문들을 던졌지만 사실 그의 독서의 이유는 간결했다.

"제가 책을 읽는 이유는 재미가 제일 크다. 또한 경험할 수 없는 걸 경험하는 것도 이유다. 책은 제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고, 또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저는 나중에 더 나이먹고 책만 읽다가 죽는 게 꿈이다."

책이 안예은표 음악에 미치는 영향
 
 가수 안예은이 지난 16일 오후 홍대 근처 작업실에서 <별들의 책장> 인터뷰에 임했다.

가수 안예은이 지난 16일 오후 홍대 근처 작업실에서 <별들의 책장> 인터뷰에 임했다. ⓒ JMG(더블엑스엔터테인먼트)

 
가장 아껴둔 질문을 던졌다. 안예은이 읽은 책은 안예은이 만드는 음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독서가 음악 창작에도 도움이 된다면 어떤 점에서 그런지. 
 
"무조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작사에서. 책을 읽으면 단어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엄청나게 넓어진다. 조사 하나만 바꿔도 가사 분위기가 달라진다. 상상을 하는 힘도 많이 생길 거고. 소설을 읽다가 처음 보는 단어가 나오면 다 적어놓는다."

상상을 해서 곡을 쓰는 걸 즐긴다는 안예은은 '속삭임의 회랑'이란 곡에 관한 비하인드를 말해주기도 했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읽는데 회랑이라는 장소가 나왔고, 이쪽에서 소곤소곤 말해도 다 들리게끔 설계한 회랑이란 장소가 그의 흥미를 끌어서 '속삭임의 회랑'을 만들게 됐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을까. 이 물음에 안예은은 부모님이 해주신 이야기라며 "저는 아무 것에도 고집을 안 부렸는데 책에만 집착을 했다고 하더라. 책을 5~6권 쌓아놓고 읽는 걸 좋아했는데 초등학교 가기 전에 고모들이 와서 '지금 안 읽을 거면 꽂아놓을까' 하면 째려보고 그랬다더라"고 전했다. 더 어릴 땐 아버지가 동화를 읽어주다가 귀찮아서 "그래서 죽었습니다" 하면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고, 제대로 읽으라고 따졌다고.

인터뷰 중 안예은의 어머니가 전화로 알려준 사실도 흥미로웠다. 안예은이 25개월에 한글을 뗐다는 사실이었다. 걷는 것도 서툰 아이가 읽고 쓰기를 다 해서 어머니가 무척 놀랐다고. 그로부터 한참 후인(?) 5~6살 때부터는 곡을 썼다. "엄마 말씀으로는 동요 같은 걸 썼는데 음정도 정확했고 듣기 나쁘지 않았다더라"면서 "누군가로부터 받은 피아노로 뚱땅뚱땅 곡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은 없을까. 이 물음에 그는 "사실은 소설을 써보고 싶어서 2~3년 전에 노트북을 샀었는데 두 페이지를 쓰고 멈췄다"고 했다. 철이 든 성인이 되고 이 상태 그대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는 상상 하에 글을 쓴다면 시집살이를 하는 엄마를 주제로 쓰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언제나 출간의 꿈은 갖고 있다고.

끝으로 서재는 안예은에게 어떤 존재인지 비유적으로 표현해달라고 부탁했고,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서재는 나에게 우주다. 혼자 딱 있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할까. 자유로워지는 기분이다. 그 책에 나오는 세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 우주에서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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