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의 양동근이 10월 11일 오후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서 아내의 편지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농구의 한 시대를 이끈 '별들의 퇴장'도 많은 아쉬움을 줬다. 지난 2019-20시즌을 끝으로 KBL 역사상 '올타임 넘버1' 선수로 꼽히던 울산 현대모비스의 레전드 양동근이 은퇴를 선언했다. 2004년 프로에 데뷔한 양동근은 상무 시절을 제외하고 현대모비스에서만 14시즌을 활약한 원클럽맨으로서 챔피언 결정전 6회 우승, 정규리그 5회 우승,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4회 등 역사에 남을 위대한 업적들을 수립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시즌이 조기종료된 이후 너무 갑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하면서 양동근은 공식 은퇴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2020-21시즌 개막 이후 뒤늦게 치러진 은퇴식 역시 무관중 경기속에 언택트로 진행되어 KBL 역대 최고의 선수를 떠나보내는 과정이 너무 조촐했다는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귀화혼혈선수 1세대'를 대표하는 전태풍, 문태영 등도 소속팀과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현역생활을 마무리하고 새 출발을 시작했다. '신명호는 놔주라고'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었던 수비의 달인 신명호, 늦깎이 MVP 신화의 주인공 박상오 역시 은퇴를 선언했다.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던 애런 헤인즈는 SK와의 재계약에 실패하며 KBL 무대를 떠나게 됐다.
별들이 진 자리에는 또다시 새로운 별들이 떴다. 올해 한국농구는 '90년대생들'의 약진이 본격화된 한 해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농구대통령 허재의 아들로 유명한 부산 KT 허훈(95년생)은 지난 시즌 데뷔 3년차 만에 프로농구 최고의 별로 떠오르며 김종규를 제치고 MVP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허훈은 2019-20시즌 단일 경기 9연속 3점슛과 최초의 20(득점)-20(어시스트) 클럽 가입같은 놀라운 기록을 남기며 농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종규, 두경민, 이승현, 최준용, 이대성, 변준형, 송교창, 양홍석, 허웅, 김낙현 등 90년대생 선수들이 어느덧 각 팀마다 핵심 에이스 자리를 차지하며 프로농구의 세대교체와 함께 새로운 '황금세대'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출범 이후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게 고질적인 약점으로 거론됐던 프로농구는 최근 국내 스타선수들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외국인 선수제도가 폐지된 여자농구에서는 '박지수 천하'가 활짝 열렸다. 98년생인 박지수는 데뷔 2년차에 이미 통합우승과 최연소 MVP를 석권한데 이어, 2020-21시즌에는 득점, 리바운드, 블록슛 등 주요 부문 1위를 모두 독주하며 '1990년대 서장훈' 이후 가장 독보적인 토종 최강 센터의 출현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부동의 에이스답게 12년 만의 올림픽 본선진출을 이끄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냈다.
한편 보수적인 농구계가 소통과 변화의 중요성에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프로농구는 최근 다양한 뉴미디어 채널과 영상-인포그래픽 등 자체 콘텐츠를 개발하며 경기 외에도 팬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감독이나 선수들에게 마이크를 착용시켜 경기중이나 라커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실제 상황들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시도가 많은 호응을 얻었다.
허재-서장훈-현주엽-하승진-전태풍-박광재 등 전-현직 농구인들의 공중파 예능이나 유튜브, SNS 생방 등 각종 미디어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농구의 인지도가 높아졌고 관중동원에도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기도 했다. 허훈-박지수-이대성 등 젊은 선수들은 개인 SNS나 인터뷰를 통하여 자신의 개성을 과감하게 드러내는가하면, 때로는 한국농구의 현 주소와 문제점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소신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개선해야 할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