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웰컴 투 X-월드> 스틸컷
(주)시네마달
학창시절 전교회장까지 도맡아 했던, 똑똑하고 리더십 넘치고 끼도 다분한 한태의. 하지만 대학 진학에 어려움을 겪으며 삼수를 했고 결국 엄마의 반대를 무릎쓰고 숭실대 영상과에 진학했다. 그녀는 스스로를 두고 "기대주에서 웬수가 되었다"고 표현한다.
최미경과 시아버지 사이에만 표현하지 못하는 뭔가가 있는 것이 아닌, 딸과의 사이에서도 그런 점이 있다는 걸 에둘러 말하는 것일 테다. 그런가 하면, 최미경 입장에서 '표현하지 못한 그 무언가'는 12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과의 사이에도 있을 것이다.
며느리, 아내, 엄마로서의 최미경. 결혼한 대다수 여성이 참으로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겠지만, 이 분의 경우 보다 훨씬 극대화되었다고 하겠다. 남편이 세상을 뜬 지 12년이 지났건만, 남편으로 인해 생긴 관계들을 끊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남편 없이 12년이고, 남편과 함께였던 세월까지 합치면 18년이라고 한다. 2013년에 한태의의 3살 터울 오빠가 호주로 건너가기 전까진 그도 함께 살았다고 하니, 최미경이라는 분이 정말 대단해 보인다.
한태의는 그런 엄마를 보고 비혼을 결심, 선언하기에 이른다. '나를 위해 살겠다'는 밀레니얼 세대다운 당찬 포부인 동시에, 평생을 지근거리에서 두고 본 엄마의 행태(?)에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합리적이면서 당연한 선택인 듯보인다.
그런 딸과 엄마는 서로를 가까이하지 못할 것 같은데, 세상 어느 모녀보다 친근해 보인다. 서로가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관계인 것 같다. 답답하고 또 이해하기 힘든 지점이 많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다.
그녀는 왜 그렇게 살아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