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스매시 앤 그랩: 보석강도단 핑크 팬더>가 독특한 영화인 이유는 '핑크 팬더'라고 불리는 국제 보석강도단의 실제 범죄를 다룬다는 데 있다. 작품은 신출귀몰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딱 들어맞을 수 없는, 인터폴도 혀를 내두르는 거대 강도조직의 범죄 실화를 낱낱이 파헤친다. 

7일 오전 영화 <스매시 앤 그랩: 보석강도단 핑크 팬더>의 언론시사회가 온라인으로 열렸다. 이 영화는 12월 중 국내 개봉 예정이다. 

범죄자와의 인터뷰, 그리고 그들의 심리
   
국제 보석강도단 '핑크 팬더'는 2000년대, 전 세계 최고급 보석상만 골라 지금까지 수천억 원에 달하는 보석을 털어온 세계적 조직이다. 이들은 평범한 범죄 조직과 차별화돼 있으며 매우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형태를 취하는데, 그들을 추적하던 하바나 마킹 감독은 비밀을 보장하는 조건 하에 수배 중인 실제 조직원들과 인터뷰를 나누고 이를 영화에 담았다.  

"섹스, 마약, 살인을 하는 조직과 우린 달라." 

핑크 팬더의 일원은 자신의 조직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핑크 팬더는 보석상을 털 때 '인명피해는 없게 한다'는 수칙을 반드시 지키는가 하면, 범행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1분도 채 안 된다. 이렇듯 프로페셔널한 태도를 지닌 이들은 '역대 가장 성공한 다이아몬드 도둑'이라 불린다. 

계급이나 보스가 없는 독특한 조직 구성도, 조직 구성원 대부분이 발칸 반도 출신이란 점도 특이하다. 이들의 정체와 근원을 이렇듯 감독은 하나씩 풀어나가며 내밀하게 접근해간다. 그 과정에서 범죄자들의 심리뿐 아니라 이들을 쫓는 국제 경찰과 기자의 심리도 관찰할 수 있게끔 한다.

범죄를 실행할 때는 전혀 떨리지 않지만 범죄 후 도망칠 때는 무척 떨린다는 말이라든가, 평상시에 누군가로부터 미행을 당할 것 같은 느낌에 신경안정제를 달고 산다는 '직업병'의 고백은 우리가 몰랐던 강도들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애니메이션의 활용, 신의 한 수
      
이 다큐멘터리에서 등장하는 CCTV 화면은 실제의 것을 그대로 사용했다. 이외에는 로토스코프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실제 사건을 재연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는데, 이 애니메이션의 사용이 신의 한 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적절하고 효과적이다.

애니메이션은 20세기 유럽 역사에 대한 정치사회학적인 접근을 시도하기도 한다. 핑크 팬더라는 범죄조직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근원을 파헤치는데, 한 국가의 정치와 밀접하게 연관된 것을 보여줌으로써 범죄를 단면적이 아닌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범죄자들에게 국가가 직접 나서서 위조 여권을 발급해줌으로써 외국으로 나가게끔 돕는다는 사실은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이다. 그들이 자국이 아닌 외국에서 범죄를 저지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해외 주요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범죄를 합리화하지 않고 근원을 찾아가는 놀라운 이야기"(IndieWire), "범죄 조직을 보다 넓은 맥락에 배치하려는 훌륭한 시도"(Variety)라는 평은 과장되지 않은 듯하다. 여기에 더해 개인적인 의견은, 앞서 말했듯 범죄자의 심리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인터뷰 덕분에 여느 다큐멘터리나 여느 범죄 영화와는 뚜렷한 차별을 보인다는 것이다.

한 줄 평: 범죄는 어떻게 탄생하나
평점: ★★★☆(3.5/5) 
 

영화정보

제목: 스매시 앤 그랩: 보석강도단 핑크 팬더  원제: Smash & Grab: The Story of the Pink Panthers  감독: 하바나 마킹 출연: 톰 벤존, 자스민 토팔루시치  장르: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범죄, 스릴러  러닝타임: 89분  등급: 12세이상관람가  개봉: 2020년 12월 예정 수입/배급: 독포레스트(DocFo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