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배구연맹(FIVB) 배구 경기 규칙서, 주심 관련 조항
대한민국배구협회
현재 FIVB '배구 경기 규칙서'에는 벌칙(레드카드), 퇴장(세트 퇴장), 자격박탈(경기 퇴장)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불법행위로 무례한 행위, 공격적인 행위(욕설, 상대방을 향한 세리머니 등), 폭력적인 행동(신체 접촉 및 공격 행위 등) 세 가지를 들고 있다. 공격적인 행위, 폭력적인 행동은 쉽게 판별이 가능하다.
그러나 무례한 행위는 '예의나 도덕성에 반하는 행동'으로만 정의하고 있다.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무례한 행위인지는 주심이 당시 상황, 행위의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FIVB는 올해 공지한 '2020년판 규칙 사례집'을 통해 김연경 행위와 유사한 사례를 설명하면서 판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랠리 종료 후에 네트를 잡아당기는 행위는 파울이 아니다"며 "네트를 잡아당기는 행위는 실망한 선수의 정상적인(평범한) 감정 반응일 수 있고, 심판의 기술(운영의 묘)로 통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접근법(처리 방법)에 따르면, 만약 부심이 스포츠맨답지 않은 제스처나 상대팀과 말(언쟁), 또는 비슷한 행위를 목격한다면, 부심은 해당 선수에게 진정하라고 요청하면서 행동의 변화를 주문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쉽게 설명하면, 다소 무례하게 보이는 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부심이 자제하라는 요청을 하면서 상황을 풀어가는 것이 최근 추세라는 뜻이다.
그런데 김연경의 행위는 사례집에서 예시로 든 행위들보다 더 가벼웠다. 랠리가 이미 종료된 상태에서 자신의 공격 실패에 대해 실망스럽고 분에 못 이겨서 하는 행위였고, 상대팀에게 자극 또는 플레이에 혼동을 주거나, 상대팀 선수와 언쟁을 벌인 것도 아니었다. 또한 심판에게 항의한 것도 아니었다.
FIVB 규정 모두 지킨 '정당한 판정'... KOVO 징계 '부당'
그런데 경기 이후 김연경 행위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국내 심판들 사이에도 의견이 다르고, 경기를 하는 프로팀 감독들조차 서로 생각이 판이하게 달랐다. 하지만 이에 대해 FIVB 배구 경기 규칙서는 명확하게 정답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주심의 판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칙서는 "주심은 심판진 및 팀 멤버 모두 통제할 권한이 있다. 경기 동안 주심의 결정은 최종적이다"고 명시했다. 또한 "주심은 규정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것을 포함하여, 경기에 관계된 어떤 문제도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못 박았다. 규칙서는 또 "주심의 판단 및 위반의 심각성 정도에 따라 제재의 범위가 적용된다"고 규정했다.
결국 강주희 주심의 판정은 FIVB의 제 규정에 저촉되는 부분이 없었다. 오히려 충실하게 적용한 결정이었다(관련 기사 :
강주희 주심 "김연경 행위, 레드카드 수준 아니었다"). 그런데 이 판정에 대해 KOVO는 "잘못된 규칙 적용"이라며 강주희 주심에게 제재금의 징계를 내렸다.
강주희 주심은 국내에서 유일한 'FIVB 공식 A클래스 국제심판'이다. A클래스 국제심판은 전 세계적으로 30여 명에 불과하다. 때문에 2016 리우 올림픽 등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주심을 맡아 왔고,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심판으로 배정됐다. 도쿄 올림픽 심판으로 활동할 국제심판은 전 세계 A클래스 중에서도 단 19명만 참가 자격을 얻었다. 그만큼 국제적 명성이 높은 심판일 뿐만 아니라, 배구 규정에 대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명 기회 안 줘도 된다... 그것이 KOVO 내부 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