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이 세계화되며 그간 큰 고민 없이 타국 문화적 요소들을 사용해온 가요계 자성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그룹 노라조의 조빈은 2010년 히트곡 '카레'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이자 SNS를 통해 사과의 뜻을 밝힌 바 있다.
노라조 '카레' 뮤직비디오 캡쳐
기모노 분장을 하고 무대에 등장한 2013년 케이티 페리, 아메리카 원주민을 테마로 삼은 2018년 주하이르 무하드의 오뜨 꾸뛰르 패션쇼 등 지금까지 문화적 전유 논쟁은 해외의 경우로 국한되어왔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케이팝 콘텐츠에 대해서도 지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라조는 10년 전 히트곡 '카레'가 인도 케이팝 팬들에 의해 비판받자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고, 블랙핑크는 'How you like that'의 뮤직비디오에서 논란이 된 가네샤(힌두교 신 중 하나)의 조형물을 삭제했다. 이슬람 모스크 사원 배경에서 노래를 한 (여자)아이들 역시 논쟁의 대상이 됐다.
그럼에도 케이팝 팬덤 내에서 문화 전유 논쟁을 바라보는 시선은 양극화되어있다. 어느 한편에서는 맹렬하게 콘텐츠의 문화적 결례 및 민감한 요소를 지적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반면 반대편에서는 이를 무시하거나 반례를 들어 논란 자체를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인식하고, 해외 팬덤에 의견을 국한시키는 경우도 있다. 2010년대 초중반부터 거셌던 문화 전유 논란은 아직도 한국에선 낯선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케이팝이 아시아 및 남미, 유럽 시장에서 인기를 얻은 지는 꽤 오래되었음에도 여전히 큰 고민 없이 블랙페이스 분장을 하고 세계 각국의 분장을 가져오며 콘로우 및 드레드 헤어스타일을 가져간다. 사실 이것은 케이팝이 콘셉트 및 이미지 위주로 기획되고 공백기가 거의 없이 급하게 전환되는 탓도 있다. 해외의 경향을 빠르게 가져와 콘텐츠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문화적 전유의 요소가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는 케이팝이 이런 문제에 대해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 케이팝은 글로벌 시장에서 제3세계 및 서구세계 이민자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주는 새로운 장르 및 문법으로 기능하고 있다.
지난주 트위터가 공개한 '#KpopTwitter 2020 월드맵'에 의하면 가장 많은 케이팝 관련 트윗을 쓰는 나라 1위는 태국이다. 2위 한국을 제외하면 인도네시아, 필리핀,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전 세계를 아우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팝 시장보다 케이팝에 제기되는 문화 전유가 제3세계 팬들에게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