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 중 과다출혈로 사망한 고(故)권대희씨의 의료사고를 통해 검사의 기소 독점주의 문제를 꼬집은 MBC < PD수첩 >이 최근 성재호 검사가 불기소한 또 다른 의료사고를 조명했다(관련기사 : 성형외과 수술중 사망... "처벌받을 사람들 제대로 안 받아").

15일 방송된 < PD수첩 > '검사와 의료사고'는 지난 6월 30일 방송에 달린 댓글 제보로 시작됐다. 폐동맥 고혈압이란 병을 앓다 사망한 김성은양의 이야기였다.

아빠와 나들이를 다녀오다 호흡곤란 증상을 보인 성은양. 휴대하고 있던 산소 발생기의 산소가 얼마 남지 않아 119의 도움을 받았다. 다행히 상태가 호전됐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 측은 성은양에게 기관삽관을 했지만 중환자실에 있던 성은양의 입에서 관이 빠져버렸다. 다시 튜브를 넣기까지 13분이 소요됐고, 그 과정에서 심장이 멎었다. 심폐소생술 끝에 맥박은 돌아왔지만 성은양은 뇌사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두 달 후, 결국 성은양은 세상을 떠났다.

성은양의 부모는 업무상 과실치사로 병원을 고소했지만 성 검사는 이 사건을 불기소처분한다. 이와 관련해, 검사 출신 이연주 변호사는 "조사를 하지 않으면 되니 불기소가 더 쉬운 방법"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이날 방송은 한 성형외과 봉직 의사의 양심고백도 다뤘다. 2013년 12월, 서울의 한 성형외과에서는 눈·코 수술 중 사고로 19살 학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술 중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꺼진 걸 뒤늦게 발견해 응급처치 했지만 환자는 뇌사에 빠지고 말았다. 당시 수술 집도의였던 봉직 의사는 병원장의 지시에 따라 진료기록을 조작하지만 이후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양심고백을 한다. 봉직 의사는 병원장과 함께 검찰 조사를 받지만, 검찰은 봉직 의사만 기소한다. 결국 봉직 의사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6일 프로그램을 연출한 조성현 PD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MBC < PD수첩 > 한 장면.
MBC < PD수첩 > 한 장면.MBC
 
다음은 조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15일 방송된 < PD수첩 > '검사와 의료사고' 편을 연출하셨잖아요. 지난 6월 30일에 이어 의료사건을 계속 다뤘는데.
"두 번 연속으로 검사와 의료 사건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끝나서 시원섭섭합니다. 이번에도 그렇고 저번에도 검찰은 방송과 관련해 어떤 의견도 밝히지 않았어요. 지난 방송 후 제가 전화해서 방송에 대한 검찰의 의견이나 입장을 표명할 생각 없냐고 물어봤더니 할 생각이 없다고 했어요. 성재호 검사에게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게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징계는커녕 사실 확인조차 할 생각이 없다는 얘기잖아요."

- 검찰은 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걸까요.
"검찰이라는 조직은 자신들에겐 아무런 오류도 잘못도 없다고 믿고 있고, 또 그래야 한다는 신념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조직과 조직원에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외면하고 말죠."

- 6월 30일 방송된 '검사와 의사 친구'편 댓글에 달린 제보로 취재를 시작하셨잖아요.
"1편 준비하면서 성재호 검사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이 한 명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같은 이야기를 하는 법조인 분들도 많았어요. 그러다 제보가 들어왔고, '역시나 또 다른 피해자가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이번 방송에 나갔던 성재호 검사의 피해자는 한 명에 불과하지만 저희가 취재했던 케이스는 이것 말고도 두 건이 더 있어요. 취재가 더 필요하다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이번 방송에 내진 못했죠."

- 처음 어디서부터 취재를 시작하셨어요?
"우선 피해자를 만나는 것부터 시작을 하죠. 그리고 피해를 주장하는 분들의 증언이 신뢰할 만한지 판단해봤고요. 주관적 억울함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진짜 객관적으로 억울한 상황인지 아닌지를 판별해 보려고 했어요."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MBC < PD수첩 >의 한 장면MBC
 
- 피해자 측을 만났을 때 어땠어요?
"성은이 어머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어떤 내용인지 잘 몰랐어요. 그저 성재호 검사의 기소권 남용 때문에 고통을 입은 분들인가 했어요. 그런데 성은이 어머님을 만나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정확하게 듣고 나니, 객관적으로 억울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리고 또 그 자리에서 성은이 죽음과 관련된 의사들은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나 봤는데, 가족분들의 비참한 생활과 달리 다 잘 살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었을까 생각해 봤어요. 당연히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성재호 검사의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 그분들의 아픈 부분을 끄집어 내야 해서 조심스러웠을 것 같아요.
"PD인 저와 만난다는 것은 '공론화'를 전제로 하는 거잖아요.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고 이 사건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사람들 시선과 마찬가지 입장에서 물어보는 것이니 그런 것들로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시작했어요. 그분들도 동의해 주셨고요. 다만 대화 도중 피해자분들이 힘들어하실 때는 시간적인 여유를 조금 더 드렸어요."

- 김성은양은 폐동맥 고혈압이란 병을 앓고 있었죠. 폐동맥 고혈압은 어떤 병인가요?
"폐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들에 이상이 생겨 산소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질환이에요."

- 119에서 산소 발생기로 응급처지 했을 당시 상황은 어땠나요.
"구급 차량 안에서 아이의 상태가 좋아지잖아요. 그런 상태로 집까지 갈 것인지 병원에 갈 것인지 고민을 좀 했다고 이야기 하시더라고요. 성은이 아버님은 병원에 들렀다 가는 게 아이를 위한 선택이라 생각하신 거예요. 이제 와서 생각하니 집으로 그냥 가자고 할 걸 그랬다는 이야기를 아버님이 하셨어요."

- 병원은 성은양 상태를 알지 못한 건가요?
"병원 도착 20분 전에 성은이가 폐동맥 고혈압 환자고 벤타비스라는 약을 사용하고 있다고 병원 측에 전달했어요. 고농도 산소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했고요. 그런데 부모님들 주장이긴 하지만, 병원 도착 후 10분이 지나도록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거죠. 병원의 진료기록이 시작되는 것도 성은이가 병원 도착한 뒤 10분이 지나서부터예요. 

캐나다의 폐동맥고혈압 전문가는 아이가 자발호흡을 할 수 있다고 하고 기관삽관을 거부하는 성은이 같은 상황이었다면 자기는 기관삽관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얘기했어요. 그건 최후의 선택이라고요. 하지만 경상대병원 측에서는 다른 검사를 시작도 하기 전에 먼저 아이에게 기관삽관을 했어요."

- 경상대병원 가기 전까지 기관삽관 한 적은 없죠?
"네.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성은이가 그 전에 기관삽관을 한 적은 없어요. 상태가 안 좋아지면 산소 호흡기로 고농도 산소를 공급하고, 그러면 상태가 좋아져 집으로 돌아가는 상황의 반복이었어요."

- 병원 이송 전 성은양의 상태가 기록된 자료에 의하면, 산소포화 수치가 92%까지 올라가요. 이 수치가 폐동맥 고혈압 환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보려 했지만, 전문의들은 인터뷰를 거절하죠. 왜 거절 했을까요?
"성은이 질병을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국내 의사들은 이 건에 대해 인터뷰하길 거부했어요. 인터뷰를 해주기로 했다가 나중에 못 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두 번이나 있었고요. 한국 의사들이 유독 다른 의사들의 잘잘못에 대해 얘기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카르텔이 공고히 형성돼 있다고 해야 할까요?"

- 해외 전문가를 섭외하는 게 어렵지 않았나요?
"어려웠죠. 특수한 질병이다 보니 그 질병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어요. 그래도 찾아낸 해외 전문가들은 인터뷰를 거절하지는 않았어요. 그중 가장 적합한 사람을 골랐어요."

- 이 사건은 성재호 검사가 맡은 거잖아요. 성 검사는 결국 불기소 결정을 하는데요. 방송에는 불기소 이유를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은 다루지 않았는데.
"지난 권대희군 사건처럼 명백히 드러나는 '불기소의 이유'가 보이지는 않죠. 하지만 의료 사건에 있어서 대형 병원 봐주기가 횡행하는 건 모두가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또 취재된 바도 많고요. 성은양 사건에서 확실한 것은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불기소 결정문을 보면 산소포화도 수치의 의도적 누락이나 사실관계를 뒤바꿔버리거나 하는 일이 벌어졌잖아요. 최소한 이 사건에 있어서 성재호 검사는 수사하지 않았고, 이미 있는 자료들도 자기가 내리려고 하는 결론에 맞는 내용만 취사선택해서 썼다고 생각해요."

- 성재호 검사는 늘 의료 사고만 맡은 건가요?
"의료 사건만 하는 건 아니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 코오롱 인보사 사건 등도 담당했어요. 하지만 이 사람이 의대 출신이고 의사면허가 있다 보니 의료 사건들을 많이 배당받은 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얼마 전 의료전문 검사로 임명돼 의료 사건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하게 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힘 있는 의사 편 든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MBC < PD수첩 > 한 장면.
MBC < PD수첩 > 한 장면.MBC
 
- 성형외과 봉직 의사의 양심선언도 담으셨는데, 왜 두 사건 같이 다루신 거예요?
"검찰이 누구를 봐주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 넣었습니다. 봉직 의사 케이스에서는 심지어 의사도 피해를 입는 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검사가 그저 의사의 편을 드는 게 아니라 '힘 있는 의사'편을 든다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검사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삶이 망가진 사람들이라는 측면에서는 성은이 부모님이나 봉직 의사나 다 똑같다고 봐요."

- 취재하며 느낀 게 있을 것 같아요.
"검찰은 스스로는 절대 안 바뀐다는 거예요. 아무리 봐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불기소 결정이 있는데, 검찰이라는 조직이 거기에 대해서 아무런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잖아요? 그렇다면 방법은 오로지 하나, 우리 사회가 제도적으로 그들을 견제할 방법을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 취재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취재하는 동안 어떤 답변도 하지 않는 검찰을 상대하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형사사건과 관련된 규정에 따라 밝힐 수 없다'고 하면 그뿐이니까요. 이렇게 무한한 권한과 0에 가까운 책임을 가진 조직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궁금합니다."

-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계속 감시하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검사와 관련된 문제는 정치적 문제가 아닌, 나의 삶과 직결된 민생 사안이라고요. 우리 모두 검사로부터 기소가 될 수도 있고, 내가 억울한 상황에서 나에게 피해를 입힌 사람이 불기소되는 상황도 있잖아요. 검찰이라는 조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우리 모두가 입게 돼요. 검찰의 문제를 항상 지켜보고, 바꾸도록 만들어야 해요. 물론 검찰이 스스로 견제하진 않을 거예요. 검찰이 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그들을 견제해야죠."
조성현 PD수첩 의료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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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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