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 PD수첩 >의 한 장면
MBC
- 피해자 측을 만났을 때 어땠어요?
"성은이 어머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어떤 내용인지 잘 몰랐어요. 그저 성재호 검사의 기소권 남용 때문에 고통을 입은 분들인가 했어요. 그런데 성은이 어머님을 만나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정확하게 듣고 나니, 객관적으로 억울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리고 또 그 자리에서 성은이 죽음과 관련된 의사들은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나 봤는데, 가족분들의 비참한 생활과 달리 다 잘 살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었을까 생각해 봤어요. 당연히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성재호 검사의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 그분들의 아픈 부분을 끄집어 내야 해서 조심스러웠을 것 같아요.
"PD인 저와 만난다는 것은 '공론화'를 전제로 하는 거잖아요.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고 이 사건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사람들 시선과 마찬가지 입장에서 물어보는 것이니 그런 것들로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시작했어요. 그분들도 동의해 주셨고요. 다만 대화 도중 피해자분들이 힘들어하실 때는 시간적인 여유를 조금 더 드렸어요."
- 김성은양은 폐동맥 고혈압이란 병을 앓고 있었죠. 폐동맥 고혈압은 어떤 병인가요?
"폐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들에 이상이 생겨 산소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질환이에요."
- 119에서 산소 발생기로 응급처지 했을 당시 상황은 어땠나요.
"구급 차량 안에서 아이의 상태가 좋아지잖아요. 그런 상태로 집까지 갈 것인지 병원에 갈 것인지 고민을 좀 했다고 이야기 하시더라고요. 성은이 아버님은 병원에 들렀다 가는 게 아이를 위한 선택이라 생각하신 거예요. 이제 와서 생각하니 집으로 그냥 가자고 할 걸 그랬다는 이야기를 아버님이 하셨어요."
- 병원은 성은양 상태를 알지 못한 건가요?
"병원 도착 20분 전에 성은이가 폐동맥 고혈압 환자고 벤타비스라는 약을 사용하고 있다고 병원 측에 전달했어요. 고농도 산소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했고요. 그런데 부모님들 주장이긴 하지만, 병원 도착 후 10분이 지나도록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거죠. 병원의 진료기록이 시작되는 것도 성은이가 병원 도착한 뒤 10분이 지나서부터예요.
캐나다의 폐동맥고혈압 전문가는 아이가 자발호흡을 할 수 있다고 하고 기관삽관을 거부하는 성은이 같은 상황이었다면 자기는 기관삽관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얘기했어요. 그건 최후의 선택이라고요. 하지만 경상대병원 측에서는 다른 검사를 시작도 하기 전에 먼저 아이에게 기관삽관을 했어요."
- 경상대병원 가기 전까지 기관삽관 한 적은 없죠?
"네.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성은이가 그 전에 기관삽관을 한 적은 없어요. 상태가 안 좋아지면 산소 호흡기로 고농도 산소를 공급하고, 그러면 상태가 좋아져 집으로 돌아가는 상황의 반복이었어요."
- 병원 이송 전 성은양의 상태가 기록된 자료에 의하면, 산소포화 수치가 92%까지 올라가요. 이 수치가 폐동맥 고혈압 환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보려 했지만, 전문의들은 인터뷰를 거절하죠. 왜 거절 했을까요?
"성은이 질병을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국내 의사들은 이 건에 대해 인터뷰하길 거부했어요. 인터뷰를 해주기로 했다가 나중에 못 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두 번이나 있었고요. 한국 의사들이 유독 다른 의사들의 잘잘못에 대해 얘기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카르텔이 공고히 형성돼 있다고 해야 할까요?"
- 해외 전문가를 섭외하는 게 어렵지 않았나요?
"어려웠죠. 특수한 질병이다 보니 그 질병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어요. 그래도 찾아낸 해외 전문가들은 인터뷰를 거절하지는 않았어요. 그중 가장 적합한 사람을 골랐어요."
- 이 사건은 성재호 검사가 맡은 거잖아요. 성 검사는 결국 불기소 결정을 하는데요. 방송에는 불기소 이유를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은 다루지 않았는데.
"지난 권대희군 사건처럼 명백히 드러나는 '불기소의 이유'가 보이지는 않죠. 하지만 의료 사건에 있어서 대형 병원 봐주기가 횡행하는 건 모두가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또 취재된 바도 많고요. 성은양 사건에서 확실한 것은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불기소 결정문을 보면 산소포화도 수치의 의도적 누락이나 사실관계를 뒤바꿔버리거나 하는 일이 벌어졌잖아요. 최소한 이 사건에 있어서 성재호 검사는 수사하지 않았고, 이미 있는 자료들도 자기가 내리려고 하는 결론에 맞는 내용만 취사선택해서 썼다고 생각해요."
- 성재호 검사는 늘 의료 사고만 맡은 건가요?
"의료 사건만 하는 건 아니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 코오롱 인보사 사건 등도 담당했어요. 하지만 이 사람이 의대 출신이고 의사면허가 있다 보니 의료 사건들을 많이 배당받은 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얼마 전 의료전문 검사로 임명돼 의료 사건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하게 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힘 있는 의사 편 든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