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용 국민대 특임 교수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영광
- 정관용 교수님 하면 떠오르는 게, <시사자키> 진행 중은 아니지만 세월호 때 방송하시면서 눈물 흘리신 거예요.
"그때가 사고 6일째였고 방송 진행을 앞두고 있는데 PD들이 카메라로 촬영해서 구성한 자료화면 이렇게 쭉 앞에 나갔어요. 자료화면에 아이를 잃고 슬픔에 빠진 부모님들의 모습이 나왔어요. 마지막 대목 즈음에 어떤 한 부모님이 자기 아이의 이름을 부르면서 '빨리 올라와라, 빨리 나와라'라고 했어요. 근데 그게 끝이 아니라 '친구들 손 다 잡고 빨리 나와라'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있으려니 너무 울컥하더라고요. 그래서 눈물을 보였죠."
- 방송 진행자가 감정 드러내는 것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방금 얘기했지만, 원칙적으로 그래서는 안 되죠. 슬퍼서 방송에서 운다거나 반대로 화가 났다고 방송에서 막 화를 내고, 이건 옳지 않죠. 최대한 자체하고 정제해야죠."
- 인터뷰 많이 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인터뷰도 있을 것 같아요.
"너무나 많죠(웃음).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일주일 전에 저희 <시사자키>와 인터뷰를 했어요. 그게 대통령 선거 직전 마지막 인터뷰였을 거예요. 그 인터뷰는 문재인 당시 후보의 일정상 생방송이 아니라 사전 녹음으로 진행했는데요. 제가 인터뷰 녹음 진행하기 직전에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미리 내가 이런 질문을 하나 하겠다'라고 알려준 것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바로 다음날 야당 당사를 방문할 수 있겠느냐'였어요. 그랬더니 '방문하겠다'고 대답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당시 문재인 후보를 수행했던 의원 중 한 분이 '후보님 그렇게 바로 답변을 해 버리시면 조금 부담이 될 수도 있으니 안 하시는 게 좋겠다'라고 말리더라고요. 근데 문재인 당시 후보가 '아니다. 나는 가겠다. 그 질문 해달라'고 해서 제가 그 질문을 했고 문 후보가 가겠다고 답했어요. 그리고 선거 다음 날 아침에 첫 일정으로 야당 당사를 방문했어요. 그 인터뷰가 기억납니다."
- 왜 미리 얘기하신 건가요?
"생방송이라면 제가 미리 얘기 안 해 주고 할 수 있었는데, 녹음 준비하러 옆에 같이 앉아 있는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을 좀 생각해보시라고 알려 드린 거예요."
- 인터뷰할 때 미리 질문 알려주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대통령 후보로 굉장히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와중에 잠깐 시간 내서 인터뷰하는 사람한테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을 하는 것은 인터뷰 성과를 위해서도 별로 좋지 않아요. 그래서 그럴 때는 사전에 질문을 던져 드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인터뷰할 때 질문을 미리 알려 주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알려 주는 게 좋다는 사람도 있는데, (제가) 어느 쪽이냐고 묻는 거라면 저는 사전에 미리 알려 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왜 아무 문제가 없냐면, 사전에 알려 주는 질문만 하고 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인터뷰를 알려준 질문으로 시작할 뿐이지 그 사람의 답변을 들으면서 계속 추가 질문을 하기 때문이에요."
- 라디오 시사프로에선 인터뷰를 많이 하잖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질문에 따라 인터뷰 질이 달라지는 것 같거든요. 원하는 답변을 끌어내기 위한 교수님만의 비법 있을 것 같은데.
"우선 제가 원하는 답변이라는 건 없어요. 다만 인터뷰의 성과를 키우는 나만의 비법이 뭐냐고 묻는다면... 보통 인터뷰는 질문하는 거라고 말하는데 저는 정반대예요. 인터뷰는 듣는 거라고 말합니다. 내가 질문을 해놓고 상대가 하는 답변의 내용을 얼마나 집중해서 정확하게 제대로 듣느냐에 따라서 듣는 실력 같은 성과에 따라서 다음 질문이 나올 수 있는 거예요. 그냥 얼핏 들으면 다음 질문이 안 나와요. 그의 답변 내용 속에 대해 질문을 끌어내는 이게 가장 중요한 거라고 전 생각해요."
- 최근 코로나19 특별기획으로 신인류시대를 하시잖아요. 전문가를 인터뷰하며 느끼는 게 있을 것 같아요.
"코로나19 신인류 시대라는 특별기획으로 다양한 분야 우리나라 석학들을 꾸준히 인터뷰하고 있는데요. 결국은 우리 인류가 그동안에 잘못 살아온 그 결과로 코로나19 사태가 온 것 아니겠어요. 우리 스스로 삶을 성찰하고 반성하고 삶의 태도와 자세를 바꿔야 된다는 거예요. 바꾸지 않으면 계속 이런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고 결국은 인간의 기본적인 행복,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을 해치게 된다는 이야기를 거의 모든 분야 전문가들이 하거든요. 이 기획을 듣는 청취자 분들도 함께 집단적 반성이나 각성을 할 수 있었으면 해요. 그래서 (이 기획이) 뭔가 새로운 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 동시간 대 시사 프로그램들이 있잖아요? 견제하거나 의식하시나요?
"저희 제작진들은 다른 프로그램의 변화 등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그래야 되겠죠.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많이 신경을 쓰지 않아요. 대신 PD들한테는 꼭 다른 프로그램도 많이 보라고 하고, 그런 것들을 우리 프로그램 만드는 데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해요."
- <시사자키>도 유튜브 중계를 하잖아요. TV와 또 다를 것 같은데.
"맞아요. 저는 TV 프로와 라디오 프로를 오래 해 왔잖아요. 근데 저는 라디오 프로를 더 좋아해요. 그 이유는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에요. 생생한 내용과 정보를 더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게 라디오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TV 프로는 화면에 더 신경을 써야 하고 프로그램 시작하기 전에 의상도 갖춰 입고 분장도 하고 세트도 따로따로 맨날 만들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유튜브 방송이 되니까 이것도 TV처럼 되는 거예요. 저는 유튜브가 생중계를 하든 말든 의도적으로 신경 안 쓰려고 해요. TV 프로 할 때는 카메라를 의식해야 하지만 유튜브 생중계 할 때는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그럼 유튜브 실시간 채팅 글도 안 보나요?
"유튜브 실시간 의견뿐 아니라 여러 의견이 오잖아요. 그것도 역시 우리 제작진들은 밖에서 계속 모니터하고 봅니다. 저는 생방송 진행하면서는 안 봐요. 의도적으로라도 안 봅니다. 그 이유는 상대편 말 듣기에도 바빠요. 그걸 보고 있으면 아무래도 제 감정상 동요될 수도 있겠죠. 누가 '와 교수님 최고다'라면 기분이 좋아질 거고 '저 교수 잘 못 한다'라면 화가 날 거고... 그래서 사실상 거의 안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