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타이거 킹: 무법지대> 포스터. ?넷플릭스
지난 3월 20일 넷플릭스가 다큐멘터리 시리즈 하나를 공개했다. 최근 넷플릭스는 점차 다큐멘터리 명가가 되어가고 있는데, <타이거 킹: 무법지대>(이하, '타이거 킹')는 그 중에서도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다. 제목만 봤을 때는, 동물에 관련된 다큐 또는 동물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을 다룬 다큐 정도라고 생각했다.
작품을 연출한 두 감독 중 한 명인 에릭 구드는 5년 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도 5년이나 걸릴 줄은 전혀 몰랐다고 한다. 그렇게나 끔찍할 줄도 몰랐고. <타이거 킹> 에릭 구드 감독은 플로리다 남부에서 악명 높은 파충류 중개인을 조사하다가 우연히 눈표범을 샀다는 사람을 만난 뒤 흥미를 느낀다. 이후 감독은 '미국에서 대형 고양잇과 동물을 키우는 사람'에 관한 다큐를 제작하고자 한다.
그렇게 공간은 플로리다주에서 오클라마호마주로 옮겨지고, 세계 최대 규모 대형 고양잇과 공원이라는 '그레이터 윈우드 이그조틱 동물원'을 찾게 된다. 그곳의 주인, 조 이그조틱이 <타이거 킹>의 주인공이다. 그는 현재 청부 살인 혐의와 대형 고양잇과 살해 및 판매 혐의로 22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인물이다. 대형 고양잇과 200여 마리와 함께 생활했고, 대통령 선거와 주지자 선거에도 나간 특이한 이력의 인물이다.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빌런들이 판치는 욕망의 소용돌이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빌런(악당)은 극의 재미를 위해 히어로 만큼 강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타이거 킹>은 주인공부터가 빌런의 모든 요소를 갖췄다. 세상의 중심이 본인이고 온갖 희한한 행동은 다 하고 다니지만, 마냥 욕만 할 수 없는 인물인 것이다.
다큐 초반을 장식하는 건 G. W. 동물원과 이그조틱을 향한 직원들의 숭배에 가까운 충성심이다. 호랑이에게 손목을 뜯기는 중상을 입고도 입원 5일 만에 복귀하는 직원은 "언론에게서 동물원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들 직원 대부분이 돈을 거의 받지 못하고 쉬는 날 없이 엄청난 중노동에 시달리고 상사에게 학대까지 당하면서도 충성을 다해 일을 한다.
한편, 이그조틱의 롤모델로 지목되는 머틀비치 사파리의 닥 앤틀도 있다. 그는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어 수많은 여자들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또 이그조틱이 청부 살인을 하려 했다는 동물구조대 '빅 캣 레스큐'의 캐롤 베스킨도 있다. 수백 억 자산가였던 배스킨의 남편은 실종됐는데 캐롤 베스킨이 그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도 있다. 닥 앤틀이나 캐롤 베스킨이나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다.
이그조틱, 앤틀과 베스킨은 동물권을 둘러싸고 끝없이 대립한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관심을 먹고 산다는 점, 사이비 종교가 연상되는 수법으로 사람을 부려 먹는다는 점 등 비슷해 보이는 부분도 많다. 더군다나 이들끼리 비방을 서슴지 않는 부분에 다름 아닌 '동물'이 있다. 동물을 사랑한다는 그들은 동물을 착취해 돈을 벌고 명성을 얻고 있다. 히어로 영화가 아닌 현실은 '빌런'들이 판 치는 욕망의 소용돌이다. 누구 하나 이긴 '사람'들 하나 없고 주인공이어야 할 '동물'들만 피해를 봤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할까
다큐 중반을 장식하는 건 이그조틱과 베스킨의 끝없는 상호 비방과 협박과 소송이다. 결국 베스킨이 이그조틱에게 승리해 거금의 돈이 오가게 된다. 하지만, 이그조틱으로선 그만한 돈을 줄 여력이 없다. 와중에 라스베이거스에서 구원자가 등장한다. 남는 건 돈밖에 없다는 대형 고양잇과 애호가이자 사업가 제프 로우이다. 언급한 세 명에 버금가는 또 다른 빌런이라고 할 수 있는 그는, 본격적으로 이그조틱 동물원에 개입하기 시작한다.
그 사이 이그조틱은 이미 인터넷 방송과 TV 출연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이름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주지사 출마에 이어 대선에도 출마한다. 잘못을 저지르면 범의 심판을 받을 테고, 그렇지 않으면 선 안에서 최대한의 비상식적 기행을 일삼으며 살아갈 것이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또 그들을 따르는 이들로 하여금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할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 뻗혀 있나' 하는 원론적인 의문에 가 닿게 된다. 단순히 '그들만의 세상'이 있을 뿐이라며 지나칠 수 있을까? 그들은 몸소 보여주는 게 아닐까. 인간을 초월한 욕망덩어리가 우리와 멀지 않은 곳에서 같이 살고 있다고 말이다.
모두가 한통속,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군상
다큐는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점입가경이다. 이그조틱은 자신이 만든 동물원에서 쫓겨나 결국 온갖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다. 그와 따로 또 같이 활동하고, 그와 얽히고설킨 이들 모두 영향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좋은 쪽이든 좋지 못한 쪽이든 말이다. 어느 누구 하나 승리자가 없는 아수라, 끝에 웃는 자는 이그조틱일까 베스킨일까 앤틀일까 로우일까. 제5자일까.
<타이거 킹>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대형 고양잇과를 사랑하고 가까이하고 키운다. 일반인이라면 오금이 저려 눈을 쳐다 보지도 못할 최강의 육식동물들과 함께한다니, 범상치 않은 기이한 이들임에 분명하다. 그들 간의 아수라인 만큼, 우리네 일반 상식을 지니고 일반적 생각과 생활을 해 온 이들이 이해하기란 매우 어렵다. 어떻게 봐도 그들 모두 한통속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들에게서 우리를 엿보긴 힘들 테지만, '인간'을 엿보긴 어렵지 않다. 인간이 극단으로 치닫는 데는 끊임없는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그들에게서도 욕망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거지?' 또는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거지?' 하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한편, 그 궁금증에 대한 일면의 답을 제시한다.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군상을 내보이면서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다큐 시리즈가 큰 인기를 계속해서 끌고 있는 건, 비단 자극적인 면면들에서 기인한 재미와 흥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다큐를 이끄는 주요 인물들이 보여주는 삶의 방식 그 자체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지극히 리얼이지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다큐멘터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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