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시즌2 스틸 컷
넷플릭스
좀비 소재는 이미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고 지난 2017년 영화 <부산행> 이후 한국형 좀비 콘텐츠들도 쏟아지고 있지만,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좀비와 <킹덤> 속 좀비는 분명 궤를 달리한다. 외국인들도 <킹덤> 속 좀비는 너무 빠르고 강해서 더 무섭다며 혀를 내두른다.
김은희 작가는 이를 "<킹덤>의 좀비엔 감정을 넣으려 했다"며 "죽은 좀비가 감정을 느낀다기보다, 우리가 (좀비로 변한) 사람들을 보면서 슬픔, 연민, 동정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말로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배고픔 때문에 전염이 시작됐고 죽어서도 배고픔만을 좇는 불쌍한 존재이지 않나. 빨리 달려야 뭐든 먹을 수 있을 테니, 빨라야겠다 뭐 그런 생각들을 덧입혔다"고 덧붙였다.
<킹덤>이 그동안의 좀비 콘텐츠와 달랐던 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잔인함'. 좀비 소재의 콘텐츠에는 필연적으로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시즌2는 특히나 잔인하고 무섭다는 반응이 많았다. 잘린 머리가 데굴데굴 굴러가는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산 사람의 혀를 뽑는 장면이 묘사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대본을 쓴 김은희 작가는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 나는 무섭고 잔인한 것 못 본다"고 털어놔 웃음을 안겼다.
"시즌1도 잔인해서 거의 보지 못했다. 시즌2는 '아악' 소리 지르면서 본 부분들이 있다. 시즌1이 공개됐을 때 좀비를 좋아하는 주변 지인들은 '너무 약한 게 아니냐'고 하더라. 잔인한 연출은 (시즌2를 맡은) 박인제 감독님의 선택이었다. 그 분만의 장점이 있구나 싶었다. 저는 '그래도 혓바닥은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웃음)"
최후의 악당으로 여성 캐릭터를 내세웠다는 점도 <킹덤>의 특징이었다. 시즌2가 공개된 이후 중전(김혜준 분)은 악당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중전은 아이를 유산했지만 아들을 얻기 위해 몰래 마을의 임신부들을 모으고, 딸을 낳으면 모녀를 모두 죽여버리는 등 파렴치한 짓을 서슴지 않는 악인이었다. 그럼에도 그 역시 딸이라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차별받고 무시 당해야 했고, 결국 아버지를 죽이고 모든 권력을 홀로 얻으려 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조선시대의 여성 인물이 아버지에게 복수하는 서사는 분명 지금 2020년의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었다. 많은 여성 팬들이 중전에 열광한 것 역시 그래서였으리라. 김은희는 중전조차 능력을 펴보지 못하고 박탈감을 느껴야 했던 시대상을 언급하며 한편으로는 "짠한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유교 사회에서는 아무리 부잣집, 최상위 계층 권력가의 딸이라고 해도 여자는 남자 아래였다. 그것마저도 뭔가 박탈 당한 계급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옆에서 오라버니 조범일(정석원 분)과 아버지가 꿈을 키워가는 걸 보고 박탈감을 많이 느꼈을 것 같다. 심지어 이 아이는 자기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아들을 낳는 일밖에 없었다. 천민 계급과도 비슷한 슬픔이 있다. 그런 서러움과 슬픔을 중전답게, 딸답게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악당이고 못된 아이지만 제가 쓰고 김혜준이 연기를 잘해서 그런지, 나중에는 짠해 보이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