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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시아 단체 원 챔피언십에서 활동하는 '마이티 마우스' 드미트리우스 존슨은 UFC 시절 플라이급 11차 방어까지 성공한 전설적인 챔피언 출신이다. 하지만 존슨은 UFC에서 활약하던 당시 언제나 단체에 불만이 많았다. 피니시율이 떨어지는 플라이급은 상대적으로 격투펜들에게 큰 사랑을 받지 못했고 존슨의 타이틀전은 언제나 다른 체급과 비교해 늘 뒷전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빠른 스피드와 치열한 그라운드 공방, 수준 높은 기술의 향연이 펼쳐지는 경량급 경기는 분명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존슨은 플라이급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격투팬들과 UFC수뇌부에게 플라이급의 매력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채 옥타곤을 떠났다. 그리고 존슨의 12차 방어를 저지한 새 챔피언 헨리 세후도가 플라이급의 재미를 격투팬들에게 알릴 책임을 이어 받았다.

하지만 작년 6월 말론 모라에스를 KO로 꺾고 밴텀급 타이틀까지 차지한 세후도는 플라이급 타이틀을 반납하며 밴텀급 전념을 선택했다. 그리고 공석이 된 플라이급 벨트는 오는 3월1일(이하 한국시각) 버지니아 노포크의 차트웨이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나이트169 대회를 통해 새 주인을 가리게 된다.'영원한 2인자'로 불리던 조셉 베나비데즈에게 드디어 챔피언이 될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도미닉 크루즈-트미트리우스 존슨에게 막힌 2인자의 설움

어린 시절부터 복싱과 무에타이,레슬링,주짓수 등 다양한 종목을 연마하던 베나비데즈는 2006년 프로 파이터로 데뷔한 후 중소단체를 거치며 내리 8연승을 기록했다. 전문 주짓수 파이터가 아니었음에도 8승 중 6승이 서브미션 승리였을 정도로 뛰어난 그라운드 이해도를 보여줬고 경기운영도 상당히 노련했다. 그렇게 프로 데뷔 2년 만에 8연승을 거둔 베나비데즈는 2008년 '경량급의 메이저리그' WEC에 진출했다. 

베나비데즈는 신장 163cm에 팔길이 165cm에 불과한 작은 체격을 가졌지만 당시 WEC에는 플라이급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밴텀급으로 활동했다. 베나비데즈는 밴텀급에서도 대니 마르티네스와 미구엘 토레스,에디 와인랜드 같은 강자들을 꺾으며 뛰어난 경쟁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베나비데즈는 밴텀급에서 도미닉 크루즈라는 거대한 산을 만나고 말았다.

신장 173cm,리치 175cm의 우월한 신체 조건에 복싱을 기반으로 한 크루즈의 우아한 스텝은 신체조건이 불리한 베나비데즈가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베나비데즈는 크루즈와 두 차례 대결을 펼쳤지만 2패를 당하고 말았다. 그러던 2011년 베나비데즈를 비롯한 경량급의 강자들이 활약하던 WEC가 UFC에 인수됐고 UFC는 2012년 밴텀급에서 활약하기엔 체격이 작은 선수들을 위해 플라이급을 신설했다.

베나비데즈는 플라이급 토너먼트 4강에서 우르시타니 야스히로를 꺾고 결승에 올랐지만 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베나비데즈보다 더 작고 더 빠른 존슨이었다. 베나비데즈는 존슨과의 플라이급 초대 타이틀전에서 접전을 벌였지만 1-2 판정으로 패하며 UFC 초대 플라이급 타이틀을 존슨에게 양보했다. 존슨과 베나비데즈의 운명이 갈리면서 베나비데즈의 길고도 기구한 '2인자 인생'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존슨에게 패하고 설욕을 다짐한 베나비데즈는 이안 맥콜을 판정, 대런 우에노야마,주시에르 포미가를 각각 KO로 제압하고 2차 방어에 성공한 존슨에게 도전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하지만 베나비데즈는 그토록 바라던 리벤지 매치에서 존슨에게 허무한 1라운드 KO패를 당했다. 자신의 밑으로는 딱히 상대가 없지만 챔피언에 도전하기엔 명분이 부족한 2인자. 존슨에게 연패를 당한 베나비데즈가 처한 서글픈 현실이었다.

세후도 타이틀 반납으로 7년 만에 타이틀전 기회 얻은 베나비데즈

베나비데즈는 존슨에게 KO로 패한 이후에도 내리 6연승 행진을 달리며 플라이급의 2인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베나비데즈가 꺾은 상대 중에는 현 밴텀급 챔피언 세후도도 있었다. 하지만 UFC에서는 이미 두 번이나 존슨에게 패했던 베나비데즈에게 세 번째 기회를 주지 않았다. 급기야 베나비데즈는 2018년6월 신예 서지오 페티스에게 논란 끝에 판정으로 패하면서 타이틀 전선에서 더욱 멀어지고 말았다.

베나비데즈가 알렉스 페레즈와 더스틴 오티즈, 포미가를 차례로 꺾으며 다시금 건재를 과시한 사이 플라이급은 세후도가 존슨을 꺾고 새 챔피언에 올랐다. 그리고 T.J. 딜라쇼를 꺾고 1차 방어에 성공한 세후도는 밴텀급에 도전해 타이틀을 따는데 성공했고 밴텀급에 전념하기 위해 플라이급 타이틀을 반납했다. 베나비데즈에게도 약 7년 만에 플라이급 타이틀을 따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베나비데즈와 플라이급 타이틀을 놓고 싸울 상대는 종합격투기 17승1패의 전적을 자랑하는 플라이급 랭킹 3위 디아비슨 피게레도. 작년 3월 포미가에게 판정으로 패한 것이 격투기 커리어의 유일한 패배일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다. 피게레도는 UFC 진출 이후 마르코 벨트란, 조셉 모랄레스, 존 모라가를 잇따라 KO로 제압하며 강력한 타격솜씨를 뽐냈고 작년 10월에는 팀 엘리엇을 서브미션으로 제압하기도 했다.

피게레도는 신장 165cm로 베나비데즈(163cm)와 큰 차이가 없지만 팔 길이는 173cm로 165cm의 베나비데즈보다 확실한 우위에 있다. 원거리 타격전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는 베나비데즈로서는 접근전을 통한 레슬링과 타격으로 페게레도에게 우위를 점해야만 승산이 있다. 1984년생으로 만35세인 베나비데즈가 자신의 세 번째 타이틀전에서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사실상 타이틀 도전 기회를 다시 얻기는 힘들 전망이다.

세후도는 이미 밴텀급에 전념하기 위해 플라이급 타이틀을 반납했고 존슨과 이안 맥콜, 우르시타니 야스히로 역시 UFC를 떠나 싱가폴과 일본 단체에서 활약하고 있다.따라서 베나비데즈는 2012년 플라이급이 신설될 때 초대 챔피언을 가리기 위한 토너먼트에 참가했던 4명 중 현재까지 옥타곤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일한 파이터다. 과연 베나비데즈는 그토록 바라던 UFC의 플라이급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두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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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UFN169 조셉 베나비데즈 디아비슨 피게레도 플라이급 타이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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