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조규성이 요코하마와의 ACL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렸다.

전북의 조규성이 요코하마와의 ACL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렸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현대가 K리그 챔피언의 자존심을 구겼다. 자칫 일본의 요코하마 F.마리노스에게 전주성 참사를 맞을 뻔했다. 그나마 대패를 막은 주인공은 수호신 송범근과 신예 골잡이 조규성이었다.
 
전북은 12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요코하마 F.마리노스와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H조 1차전에서 1-2로 패했다.
 
이날 경기는 지난 시즌 K리그와 J리그 챔피언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전북은 올 시즌 공식 대회 첫 번째 경기에서 요코하마에게 완패를 당하며 불안한 시즌을 출발하게 됐다.
 
중원 장악 실패한 전북, 전반에만 요코하마에 2실점
 
이날 전북의 조세 모라이스 감독은 지난해 ACL에서의 징계로 인해 벤치에 앉지 못했다. 김상식 코치가 모라이스 감독을 대신했다.
 
전북은 4-1-4-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송범근이 골문을 지켰고, 김진수-김민혁-홍정호-이용이 포백을 형성했다. 3선은 정혁, 2선에 이승기-쿠니모토-손준호-김보경이 위치했다. 원톱은 이동국이 맡았다.
 
초반 분위기는 전북이 다소 앞섰다. 요코하마의 공격은 세밀함이 떨어졌다. 김보경과 쿠니모토가 뛰어난 테크닉과 창의적인 플레이로 공격을 주도했다. 김보경은 오른쪽 측면에 국한되지 않고, 중원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프리롤 역할을 수행했다.
 
가장 아쉬운 기회는 전반 15분에 맞았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김보경이 중앙으로 내줬지만 손준호가 트래핑 실수를 범하며 슈팅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그러나 전반 중반을 넘어서며 흐름은 요코하마로 기울었다. 전북은 공격의 속도면에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선발 출장한 필드 플레이어 모두 주력이 뛰어난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요코하마가 형성한 높은 수비 라인을 공략하는 데 실패한 이유다.
 
좌우 측면에서 파괴력 있는 크렉 부재가 크게 느껴졌으며, 원톱 이동국의 존재감도 미비했다. 상대 수비와의 경합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고, 전방에서의 활동량이 적었다. 헐거운 전방 압박은 요코하마가 비교적 손쉽게 후방 빌드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전반 초반 다소 엇박자를 드러냈던 것과 반해 요코하마는 패스 플레이로 볼 점유율을 높이기 시작했다. 특히 오른쪽 윙어 나카가와의 침투가 위협적이었다. 전반 32분 나카가와가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쇄도하던 엔도가 슬라이딩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 38분에도 요코하마가 한 골을 추가했다. 왼쪽 공간을 무너뜨린 엔도가 낮고 빠르게 크로스를 공급했고, 김진수가 태클로 저지하려 했지만 자책골로 이어졌다.
 
 전북의 수호신 송범근이 요코하마와의 ACL에서 수많은 선방을 기록했다.

전북의 수호신 송범근이 요코하마와의 ACL에서 수많은 선방을 기록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골키퍼 송범근, 슈퍼 세이브로 대량 실점 최소화
 
전북은 허리에서 요코하마의 협력 압박에 봉쇄당하며,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요코하마의 파상공세에 고전했다. 전북은 전반 종료 10분을 남기고 송범근 골키퍼의 연이은 슈퍼 세이브로 추가 실점을 내주지 않은게 다행일만큼 여러차례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슈팅수 3대6, 볼 점유율 32%대 68%로 절대적으로 열세를 보인 전북의 전반전이었다.
 
전북의 김상식 코치는 후반 8분 정혁, 이동국을 빼고, 무릴로와 조규성을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손준호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가고, 이승기는 2선의 중앙으로 이동했다. 무릴로는 2선 왼쪽에 포진했다.
 
하지만 경기력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후반 13분 오기하라의 결정적인 슈팅을 송범근 골키퍼가 선방했다. 나카가와는 후반에도 위력적이었다. 후반 18분 나카가와가 김진수 가랑이로 공을 빼내며 따돌린 뒤 왼발슛을 시도했지만 골 포스트 왼쪽으로 벗어났다.
 
후반에도 요코하마에 주도권을 내준 전북은 후반 24분 완전히 자멸했다. 경고 한 장이 있었던 손준호가 상대 공격수의 돌파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경고를 받으며 퇴장을 당했다.
 
전북은 후반 27분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았다. 전북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든 오나이우의 슈팅을 송범근 골키퍼가 막아냈다. 이어 나카가와의 슈팅이 크게 떠올랐다.
 
전북은 후반 35분 만회골로 점수차를 좁혔다. 상대 골키퍼가 수비수와 호흡이 맞지 않은 것을 틈타 김보경이 공을 따내며 조규성에게 밀어줬고, 조규성이 빈 골문으로 중거리 슈팅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전북은 추격할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렸다. 후반 37분 이용이 두 번째 경고로 퇴장을 당한 것이다. 9명으로 싸우는 악재 속에 결국 흐름을 바꾸는데 실패했다.
 
신예 조규성, 전북 폭풍 영입의 중심될까
 
전북은 모라이스 감독 부임 2년 차인 올해 K리그 최다 우승 신기록인 8회 우승과 최초의 리그 4연패, 그리고 2016년 이후 4년 만에 ACL 우승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전북은 올 겨울 분주하게 보냈다. K리그1 정상급 선수들을 수집하며 양질의 스쿼드를 구축했다. 임대 신분인 홍정호를 완전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국가대표 출신의 오반석, 수원의 핵심 수비수 구자룡을 데려오며 권경원의 입대로 생긴 공백을 메웠다.
 
허리진도 부쩍 강해졌다. 지난 시즌 울산에서 13골 9도움으로 K리그1 MVP에 오른 김보경을 영입한 데 이어 K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인 쿠니모토를 추가했다.
 
이뿐만 아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표팀 출신의 196cm 장신 공격수 라스 벨트비크를 영입하며, 지난해 여름 김신욱이 빠진 공백을 최소화했다. 유망주 영입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포항의 특급 유망주였던 중앙 미드필더 이수빈, 한국 올림픽 대표팀 출신 골잡이 조규성이 전북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좌우 윙어 문선민과 로페즈가 이탈한 공백은 브라질 출신의 외국인 선수 무릴로로 대체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번 요코하마전에서 보여준 전북의 경기력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점수는 1-2였지만 경기 내용에서 완전히 요코하마에게 농락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면에서 개선된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전북이라는 팀 색깔이 애매모호했다.
 
2선 크렉 부재는 요코하마전에서 크게 도드라졌다. 김보경, 이승기는 중앙 지향적인 스타일이다. 중앙으로 좁혀올 때 좌우 풀백들의 오버래핑이 중요하지만 A대표팀 주전 김진수와 이용은 아직까지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모습이다.

무엇보다 팀 전체적으로 속도 싸움에서 크게 열세였다. 뿐만 아니라 이날 2명이 퇴장당할 만큼 자신의 감정조차 조절하지 못하는 어리숙함을 보였다.
 
최악의 졸전이었고, 심지어 9명으로 싸웠다. 요코하마는 전북 골문을 향해 수많은 슈팅을 시도했다. 전반전 이후 추가 실점이 나왔다면 다득점 패배로 이어질 수 있었는데 고비 때마다 송범근이 슈퍼 세이브를 연출하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송범근은 지난 시즌 전북의 확고한 주전으로 올라서며 K리그 3연패에 기여했다.

또, 송범근은 지난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며 0점대 방어율을 기록, 대회 최우수 골키퍼로 선정되는 등 성장세가 뚜렷하다. 
 
이날 같은 올림픽 대표 조규성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다. 경기 시작 때 벤치에서 시작한 조규성은 후반 초반 조커로 투입됐다. 팀이 중원 싸움에서 크게 밀린 탓에 무언가를 보여주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많은 활동량과 전방 압박으로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찾아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35분 귀중한 만회골을 터뜨렸다. 전북 유니폼을 입고 치른 첫 번째 경기에서 데뷔골을 넣는 순간이었다.
 
조규성은 지난달 막을 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2골을 터뜨리며, 사상 첫 우승에 힘을 보탠 바 있다,

물론 아직은 20대 초반의 유망주다. 전북으로의 이적은 큰 도전과 다름 없다. 올 시즌 조규성의 입지는 좁을 것으로 전망됐다. 대선배 이동국을 비롯해 외국인 공격수 벨트비크가 있다.

원톱을 쓰는 전북의 전술 특성상 조규성은 기껏해야 세 번째 옵션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요코하마전 득점은 팀 내 입지를 바꾸는 데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H조 1차전 (2020년 2월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전북 현대 1-2 요코하마 F.마리노스
 
득점 : 32분 엔도, 36분 김진수(자책골), 80분 조규성
퇴장 : 69분 손준호, 82분 이용

선수명단
전북 4-1-4-1 : 송범근/ 이용, 홍정호, 김민혁, 김진수/ 정혁 (53'무릴로)/ 김보경, 손준호, 쿠니모토, 이승기 (88'이수빈)/ 이동국 (53'조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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