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재 김학범호의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가 중원에서 살림꾼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AFC U-23 챔피언십 MVP를 수상했다.

▲ 원두재 김학범호의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가 중원에서 살림꾼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AFC U-23 챔피언십 MVP를 수상했다. ⓒ 대한축구협회

 
한국축구 사상 첫 우승으로 마감한 이번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챔피언십은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와 더불어 많은 인재들의 가능성을 확인한 대회였다. 이 가운데 '언성히어로' 원두재(23ㆍ울산)가 대회 MVP에 오르면서 주목받고 있다.

김학범의 로테이션 시스템, 원두재만은 예외였다

김학범 감독은 이번 U-23 챔피언십에서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하며 눈길을 끌었다. 사실 이러한 국제대회에서 스쿼드를 두 개로 분리해 운영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 클럽 축구에서 장기레이스로 리그 체제라면 간혹 로테이션을 가동하며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한다. 하지만 한 경기,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운명이 판가름나는 단기전 성격의 국가대항전에서 로테이션 시스템은 굉장한 모험임에 틀림없다.

심지어 김학범 감독은 과거 로테이션보단 베스트 11을 고집하는 지도자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김학범 지난 28일 인천공항 입국 인터뷰에서 "무더운 날씨에서 3일에 한 번씩 경기해야했다. 숙소와 훈련장의 거리도 멀었기 때문에 로테이션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라며 "선수들 실력이 고르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 팀에는 특출한 선수는 없어도 열심히 하는 선수는 많다. 이들 중 누가 나가도 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로테이션은 조별리그뿐만 아니라 결승전까지 이어졌다. 김학범 감독은 중국과의 1차전 이후 매 경기 7-6-8-5-3명을 선발 명단에서 바꾸는 승부사적인 기질을 보였고, 상대팀에 따른 맞춤 전략을 내세우는 유연성으로 6전 전승 우승 신화를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예외는 있었다. 척추 라인을 형성하는 골키퍼, 센터백, 중앙 미드필더 포지션은 로테이션을 최소화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는 필드 플레이어 중 가장 많은 기회를 부여받았다.

1차전에서 결장했지만 이란과의 2차전에서 빼어난 활약을 선보인 이후 매 경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총 5경기에서 풀타임 활약하며 살림꾼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한국 U-23 대표팀 김학범호가 2020 AFC U-23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 한국 U-23 대표팀 김학범호가 2020 AFC U-23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 대한축구협회

 
도쿄올림픽 앞둔 원두재, K리그서 꾸준한 출전 기회 얻어야 

이번 대회를 앞두고 김학범호의 가장 큰 약점은 수비였다. 지난해 10월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두 차례 평가전, 11월 두바이컵에서 수비조직력에서 불안감을 노출했다.

실제로 김학범 감독은 조별리그에서도 포백 라인과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로테이션을 감행할만큼 고민의 흔적이 드러났다. 문제점을 말끔히 해소한 주인공이 원두재였다.

김학범 감독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추구하는 4-4-2 포메이션의 두 줄 수비와 콤팩트한 압박을 매우 강조한다.

이번 U-23 챔피언십에서 가동한 기본 포메이션은 4-2-3-1이었지만 수비시에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한 단계 올라서며 원톱과 함께 1선에서 압박을 가했다. 4-4-2로 전환됨에 따라 중앙 미드필더 2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원두재는 확연하게 존재감을 뿜어냈다.

187cm의 큰 키로 상대 공격수와의 제공권 싸움에서 수차례 우위를 점했고, 패스의 길목을 차단하며 역습의 시발점 역할을 수행했다. 또, 많은 활동량, 강한 체력, 영리한 위치선정, 빠른 압박을 통한 볼 탈취, 대인마크, 여기에 패스를 뿌려주는데도 준수함을 보여줬다.

원두재가 중원에서 엔진 역할을 해주자 한국은 매 경기 흐름을 주도할 수 있었다. 김학범 감독은 앞선 상황에서도 추가골을 넣기 위해 공격적인 교체를 감행한 바 있다. 이는 원두재가 3선에서 든든하게 잘 받쳐줬기에 가능했다. 원두재와 함께 더블 볼란치 파트너로 나선 김동현, 김진규, 맹성웅 등이 공격적으로 나서며 적절하게 역할을 분담했다.

AFC는 단 한 개의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한 원두재를 대회 최우수선수로 선정하며 높게 평가했다.

원두재는 28일 인천공항 입국 인터뷰에서 MVP를 받은 것에 대해 "내가 잘해서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3명이 다 열심히 해서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사실 원두재는 국내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선수 중 한 명이다. 2017년 일본 J2리그 아비스파 후쿠오카에서 프로로 데뷔해 세 시즌 동안 활약했다. 올 시즌에는 K리그 울산 현대에 둥지를 틀었다. 선수비 후역습을 중요시하는 김도훈 감독의 전술에 있어 원두재는 가장 부합하는 미드필더다.

원두재는 "일본에서 뛰어서 사람들이 많이 모르지만 올해 K리그로 이적하게 됐다. 이름을 알리고 싶다"라며 "K리그는 처음인데 빨리 적응하려 한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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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재 김학범 도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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