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치지않아> 포스터

영화 <해치지않아> 포스터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해치지 않아>는 HUN 작가의 동명 웹툰 원작을 스크린에 옮겼다. 그동안 줄곧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 온 손재곤 감독은 <달콤, 살벌한 연인>, <이층의 악당> 이후 세 번째 영화로 <해치지 않아>를 선택했고 여전한 웃음과 감동이 공존한다. 동물 없는 동물원이 주는 아이러니와 동물과 사람 모두를 따스하게 아우르는 해학이 살아 움직인다.

대형 로펌의 계약직 수습 변호사 태수(안재홍)는 파리 목숨이다. 그런 태수에게 어느 날 기회가 찾아온다. 로펌 대표는 동산파크라는 동물원의 새 원장이 되어 3개월만 잘 유지하면 정규직 자리를 내주겠노라고 호언장담한다. 연줄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태수는 '이것은 기회다!'라고 생각에 동산파크로 오게 된다.

하지만 어쩌나, 빚 때문에 동물들은 팔려간 상태.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동물이 없으면 동물이 되면 된다. 안 되는 것 없이 다 되는 동산파크가 재개장 한다. 과연 이들의 고군분투는 들키지 않고 성공할 수 있을까?  
 
 영화 <해치지않아> 스틸컷

영화 <해치지않아> 스틸컷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의 주요 포인트는 위기의 동물원을 살리고 싶은 사람들이 동물 탈을 쓰고 동물이 된다는 설정의 신선함이다. 북극곰, 사자, 고릴라, 나무늘보 그리고 기린까지. 동산파크에 인기 동물 5인방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하지만 곧 난관에 부딪힌다. 동물을 사랑하는 것과 동물 연기를 한다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진짜처럼 만들었다고 해도 티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태수는 동물원이란 특수성이 주는 분위기를 역이용한다. 누구도 동물원에 가짜 동물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한다. 실제로 2017년 중국에 있는 동물원에서 신기한 펭귄을 볼 수 있다고 광고했지만 풍선으로 만든 가짜 펭귄을 내놓아 공분을 산 실화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영화 <해치지않아> 스틸컷

영화 <해치지않아> 스틸컷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직원들은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위기를 헤쳐 나간다. 태수는 수의사 소원(강소라)에게 사자를, 헌 원장(박영규)에게는 기린을, 사육사 건욱(김성오)에게는 고릴라를, 해경(전여빈)에게는 나무늘보를 맡겨 위장근무를 시작한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폐장 직전의 동물원에 동물이 없다는 엉뚱한 설정이 눈길을 끈다. 게다가 캐릭터마다 맡은 동물과의 케미 혹은 언밸런스가 재미를 준다. 사자를 맡은 소원은 털 알레르기가 있어 나무에 몸을 긁기 바쁘다. 사족보행인 사자의 탈을 쓰고 있어 혹시나 들킬까 봐 뒤태를 보여줘서는 안 된다. 올곧게 엎드려 앞만 봐야 하는 사자의 신세가 고달파 보인다.
 
 영화 <해치지않아> 스틸컷

영화 <해치지않아> 스틸컷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동물원에서 고릴라 건욱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다가 진이 빠진다. 짝사랑하는 해경이 고릴라를 닮았다는 한마디에 사력을 다해 연기에 불을 붙인다. 반면 게으르고 움직임이 적은 나무늘보를 맡은 해경은 하루 종일 남자친구 연락을 기다리며 멍하게 시간을 죽여야만 한다. 너무 움직이지 않다 보니 팔, 다리에 쥐가 나는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 어쩌다 보니 기린 흉상을 얻게 된 서원장은 긴 기린 목을 움직이느라 진땀을 빼게 된다.

동산파크의 마스코트인 북극곰은 보다 못한 태수가 연기하게 된다. 매번 이래라저래라만 했지 직접 탈을 써보니 이거야말로 극한직업이라 느낀다. 점점 지쳐가는 태수는 관람객이 던진 콜라를 마시다가 들키게 되고, 이를 본 사람들이 SNS에 올리며 동물원은 호황을 누리게 된다. 동물원 식구들은 일단 3개월만 버티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커진 반응에 승승장구하게 된다. <극한직업>에서 보여주었던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 고스란히 재현된다.

그러나 깔깔대고 웃다 보면 보이지 않던 문제점도 드러난다. 과연 동물원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일까? 관람객 수에 따라 폐장과 개장을 반복하는 동물원이 먼저일까, 동물이 문제일까? 동물과 사람은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되묻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아무리 자연과 가깝게 만들었다고 해도 동물들에게 창살 없는 시멘트 감옥일 뿐이다. 초반 북극곰을 맡았던 서원장(박영규)은 이런 말을 한다. "내가 탈을 쓰고 우리 안에 들어가 보니 감옥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어." 동물들이 정형행동을 보이는 이유도 인위적인 환경과 스트레스 때문이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갇혀 있으면 답답함을 느낀다.
 
 영화 <해치지않아> 스틸컷

영화 <해치지않아> 스틸컷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생명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자본주의의 폐해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다. 이익에 의해 적당히 쓰다 버리는 행위는 현대 사회의 만연한 태도다. 동산파크 직원들은 누구보다도 사람과 동물 모두가 행복함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동물에 대한 사랑과 이해가 없다면 가능하지 않은 따뜻함이다. 누구나 동물원에 대한 기억은 행복과 즐거운 추억이다. 그 추억을 선사하는 것도 사람이고 망칠 수 있는 것도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해치지 않아>는 <극한직업> 제작사와 코믹 장르에 일가견 있는 손재곤 감독이 만난 영화다. 소재가 주는 독특한 개성으로 중무장하고 새해맞이 웃음보따리를 풀어 놓을 예정이다. <해치지 않아>는 지난 새해에 개봉했던 천만 관객의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의 뒤를 이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개봉은 오는 2020년 1월 15일이다.
해치지않아 손재곤 안재홍 강소라 박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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