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은 JTBC, MBN, 채널A, TV조선 등 종합편성채널(아래 종편) 4사가 출범한 지  딱 8년이 되는 날이었다. 또 올해는 종편 개국의 토대가 된 미디어법이 난투극 속에 국회를 통과한 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미디어법 통과될 당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이 종편을 출범시키기 위해 내세운 논리는 ▲일자리 창출 ▲여론의 다양화 ▲미디어 산업 발전 등이었다.

종편 출범 8년, 당시 정부가 내세운 긍정적인 효과들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확인하고자 지난 4일 미디어 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의 금준경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금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지난 1일로 종편 4사가 개국 8년을 맞았어요. 어떻게 평가하세요?
"'종편이 등장해서 시청자 입장에서 볼거리가 늘었냐'는 질문부터 해야 되겠죠. 볼거리가 더 많이 생긴 것도 맞고 선택권이 넓어진 것도 맞는 것 같아요. 다만 특정 방송사의 과도한 시사 보도 콘텐츠 문제는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고요. 정부를 비판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 사회적 약자 등을 위한 보도를 해주고 있느냐, 그런 면에서 봤을 때는 지상파에 비해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 그럼 현재의 종편은 성공인가요. 실패인가요?
"사업적인 측면에선, 충분히 경제적 이익이 남는 장사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종편이 출범 후 1%의 시청률이 나왔는데, 그에 대해 조롱과 비판이 있었고 종편에 출연하는 연예인에 대한 비판도 있었잖아요. 그런데 현재로 보면 종편 시청률이 지상파의 절반 정도 따라잡았고 당시 종편을 거부한 연예인은 물론 정치인도 출연을 하고 있어요. 여론 지형 측면에서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성장하는 데 기여하긴 했지만, 편파보도 측면에선 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고요."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탄생했나요? 아니죠"
 
 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
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이영광

- 종편이 개국할 때만 해도 시청률이 미미했어요. 하지만 지금 일부 프로그램은 지상파 시청률을 넘어선 것 같은데 이렇게 성장한 이유는 특혜 때문일까요?
"우선 특혜가 영향을 안 미쳤다고 볼 수는 없겠죠. 기본적으로 좋은 번호 대를 받았던 것도 맞고, 광고 영업에 있어서도 처음에는 편의를 봐줬고요. 둘째는 경쟁 구도를 고려해야 할 것 같은데요. 종편은 다른 케이블 채널보다 투자 금액이 훨씬 더 많이 들었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수익을 얻으려면 더 공격적으로 전략을 세워야 했겠죠. 그래서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지상파에 있는 PD들도 거액을 들여 영입하는 등의 시도를 하게 된 거죠.

셋째는 일반적으로 간과하는 부분인데요. 재승인 조건이 영향을 미쳤죠. 특히 TV조선이 지난 재승인 이후에 달라졌죠. 시사 프로그램 과도한 편성이 줄고 편파성도 이전보다는 비교적 줄었고 드라마나 예능에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죠. <미스트롯>이 탄생한 것도 이 시기죠. 이게 다 재승인 조건에 부과된 내용입니다. 강제적으로 주어진 조건에서 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게 된 것이죠."

- 재승인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재승인이라는 게 형식적인 면도 있고 그렇지 않은 면도 있어요. 재승인 조건 심사가 과연 그 방송의 질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느냐면... 그건 아니라고 봐요. 다만 이명박 정부 때는 종편에 친화적인 인사들을 심사위원으로 넣어서 반발이 많았거든요. 종편 재승인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벌어져서 이례적인 경우이고요. 여전히 방통위가 마음대로 심사위원을 선정할 수 있고, 심사위원들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서 평가가 확 바뀔 수도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제도 자체를 여러 방면에서 정비할 필요가 있겠죠."

- 2009년 이명박 정부와 여당인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통과시킬 때 내세운 게 일자리 창출, 여론의 다양화, 미디어 산업 발전 등이었는데, 얼마나 이뤘나요? 
"당시 여권과 보수언론은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만들기 위해 종편을 출범시키겠다고 했었죠. 8년이나 지났는데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탄생했나요? 아니죠. 당시부터 예견된 건데, 자금력 차이도 있지만, 글로벌 채널들은 영어권 채널들이죠. 영어권 방송사가 글로벌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과 한국어로 편성된 방송사가 글로벌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에는 큰 차이가 있죠. 허황된 주장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자리 창출은 당시부터 비판이 많았죠. 종편 출범으로 직간접적인 일자리 2만~3만 개가 늘어난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수천 개 정도로 추산되죠. 기존보다는 당연히 늘었지만 일자리 정책으로 내세울 만한 규모는 아니죠. 특히 MBN은 기존의 보도 채널에서 종편으로 전환됐기 때문에 인력 증가 폭은 미미해요. 

다음 쟁점이 여론 다양성인데요. 당시 여론 독점에 대한 우려와 여론 다양성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죠. 결과론적으로 독점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루퍼드 머독으로 상징되는 미디어 독점에 대한 비판이 많았잖아요. 그런데 한국의 실제 매체 환경은 그렇게 변화하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여론 다양화가 이뤄졌느냐인 것인데, 이뤄진 면도 있고 아닌 면도 있어요. JTBC라는 채널이 등장했잖아요. 지상파 방송사들이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을 시기에 독자적인 목소리를 냈고 시민들을 대변해주는 저널리즘을 보였죠. 아쉬운 점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커버하지 않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있었을 텐데... 종편 생기면서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게 된 건지는 모르겠어요. 방송사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그만큼 여론이 다양화되는 건 아니잖아요. 여론 측면에서는 유보적인 입장입니다."

- 종편이 케이블 채널 중 하나인 PP잖아요 그럼 종편 PP와 다른 PP 차이는 뭐죠?
"방송은 크게 지상파와 PP로 나눌 수 있는데요. 지상파 방송사는 주파수를 할당받아, 보도를 할 수 있고 상당히 많은 사회적 의무를 가지고 있죠. PP는 케이블, IPTV 등 유료방송이 들어오면서 도입된 개념인데 돈을 내야만 볼 수 있고, 주파수를 쓰지 않고, 일반적으로 보도전문채널 외에는 보도를 못 하게 되어있는 점이 특징이죠. 이들 채널은 재허가, 재승인 심사를 받지 않고 등록 사업자로 운영되고요. 종편은 양쪽의 특성을 다 갖고 있어요. 내용 면에서는 지상파처럼 보도를 포함해 예능, 드라마를 할 수 있게 열어놨고 중간광고 등 유료 방송 채널만 할 수 있는 혜택도 줬죠. 그러면서도 재승인을 받도록 해 지상파에 준하는 책무를 부여한 면도 있고요."

- 종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언급되는 논란이 특혜잖아요. 의무 전송 채널은 빠졌지만, 다른 부분은 유지되고 있어요. 
"사실 이제 와서 특혜 자체를 없애는 게 큰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종편이 황금 채널을 받은 것에 대한 비판이 많았잖아요. 지금은 의무 전송 특혜가 폐지됐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종편 정도 콘텐츠를 만드는 사업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갑자기 100번대 채널로 밀리지는 않을 거예요. 특혜 폐지한 게 의미가 있긴 한데 초창기 때 폐지하는 것과 지금 하는 것에 따른 효과는 상당히 다를 수 있죠."

- TV조선이나 채널A와는 다소 다른 행보를 보이는 JTBC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좌파상업주의라는 지적도 있지만, 손석희라는 브랜드는 진보 보수를 초월해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졌으니 그를 기용한 것 아닐까 생각하고요. 다만 일각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한 매체는 진보, 한 매체는 보수로 만들어서 운영한다기보다는 브랜드가 강력한 손석희를 기용했고 그에게 전권을 준 것이 지금의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1년 4건 이상 법정 제재 받으면 승인 취소한다더니"

- 지난해 지방선거 앞두고,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선거 방송 제재는 빠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문제가 됐는데 그 후 어떻게 됐나요?
"종편에 대해 긍정적인 점도 설명해 드렸지만, 분명히 구분해야 할 점은 종편이 갖는 사회적 의미가 있다고 해서 과거 벌어졌던 문제의 절차적인 결함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당시 종편을 선정했던 기준, 4개 채널이나 출범시킨 이유, 특혜를 준 배경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죠. 재승인 과정에서 불거진 봐주기 문제도 있고요.

그중에서도 지적하고 싶은 건 지난 2017년 재승인 때 새롭게 만든 조건에 문제가 있다는 점입니다. 당시 방통위가 엄청 홍보했죠. 오보, 막말, 편파방송 관련 심의조항을 나열하면서 이를 위반해 방심위로부터 1년에 4건 이상 법정 제재를 받으면 시정 명령을 내리고 반복되면 승인을 취소한다고요.

하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있었어요. 선거 이전 100일부터 선거와 관련이 있는 방송은 방심위에서 심의하지 않고 선거방송심의위원회라는 별도 기구에서 심의하거든요. 근데 선거방송심의위는 선거법에 따라 만든 별도 기구다 보니 심의 조항이 달라요. 재승인 조건에 방송심의규정뿐 아니라 선거방송심의위 규정도 넣어야 했는데 후자를 넣지 않은 거죠. 방통위가 스스로 홍보했던 정책의 효과가 실제로는 적용이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됐어요.

제가 지난 재승인 직후 이 내용을 제보받았고 취재를 했는데 당시 종편을 심사했던 심사위원조차 선거방송이 제외되는 걸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방통위가 심사위원들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조건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고요. 의도적으로 선거 방송을 제외했을 수도 있고 담당자의 실수일 수도 있어요. 어찌 됐든 방통위는 그 이유를 충실히 설명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고 담당자들은 제대로 된 입장을 내지도, 처벌을 받지도 않았어요. 다시 재승인 심사를 하게 된 상황에서 지금 이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 최근 MBN의 불법 승인 문제가 떠올랐잖아요. 사실 2013년에도 논란이 불거졌던 걸로 기억하는데, 최근 다시 이슈가 된 이유가 뭔가요?
"종편을 만들 때 주주를 미처 모집하지 못했던 MBN에서 직원들의 개인 명의를 빌려서 그분들이 투자하게 하고 회사가 다시 돈을 대주는 방식으로 자본금을 충당한 사실이 밝혀진 거죠. 당시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종편을 검증하면서 MBN에 개인 주주가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하며 차명 투자 가능성을 제기했는데 방통위는 무시했어요. 그러다 이후 금융위 차원에서 자신들의 기준으로 조사를 해보니 뒤늦게 문제가 있다고 밝혀진 거고요.

종편을 무조건 문 닫게 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설립 당시에 있었던 부정, 재승인 과정에서 벌어졌던 의혹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방송사가 성실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고요.

그리고 당시 그냥 넘어갔던 방통위도 문제가 있죠. 앞서 선거 방송심의 문제도 마찬가지고요. 늘 종편 관련 문제가 드러나면 방통위가 유체이탈을 해서 종편을 심판하는 심판자 행세하는 경향이 있죠. 감독 기구가 감독을 못 한 거면 거기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되는데 그렇지 않아요."

- 일각에선 다른 종편 채널들에 대해서도 MBN과 비슷한 정황을 가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요. 
"MBN과 다르게 분명한 증거가 드러나지는 않았는데요. 이참에 종편 전반에 대한 철저한 전면조사를 해서 의혹을 털어버리는 게 종편에도 좋을 거고 방통위 차원에서도 좋다고 생각을 해요. 다른 채널들에 비슷한 정황이 있긴 하지만 관계자들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상황이잖아요. 명확히 조사를 받아볼 필요성은 있을 것 같아요."

- 앞으로 종편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요. 
"미디어 산업은 함부로 전망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신문사들이 넷플릭스 유튜브 시대가 될 줄 알았으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겠죠. 전망하기는 힘들지만, 과제는 설명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지금까지는 시민사회와 방통위 등 외부에서 종편을 감시해왔는데 이 정도 안착을 했으면 이제는 내부에서 스스로 견제할 때가 온 것 같아요.

종편과 지상파의 결정적인 차이 중 하나가 내부 구성원들의 견제 장치 유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상파는 노조도 있고 PD협회, 기자협회 등 현업인 단체도 있고 공정 보도위원회 같은 장치도 있어서 문제가 있으면 내부에서부터 지적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종편은 내부에서 제대로 견제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정부가 간섭해서 방송사를 개선시키는 건 최선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종편 입장에서도 정부의 관여가 억울할 수 있고요. 그렇다면 내부에서도 견제 장치가 충분히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봐요."
금준경 종편 JTBC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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