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호의 기세가 매섭다. 브라질에서 펼쳐지고 있는 FIFA U-17 월드컵에 출전한 대한민국 U-17 대표팀이 3일(한국 시각) 오전 난적 칠레를 꺾고 16강에 올랐다. 2015년에 이어 4년 만에 이 대회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칠레를 꺾고 16강에 진출한 U-17 대표팀

칠레를 꺾고 16강에 진출한 U-17 대표팀 ⓒ 대한축구협회

 
대회 전 김정수호는 크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지난 6월 이강인을 앞세운 U-20 대표팀이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연령별 대표팀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U-17 대표팀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적었다. 이승우(21, 신트 트라위던)가 주축이 됐던 2015년 대표팀에 비교하면 그 관심의 차이는 확연히 컸다.

하지만 김정수호는 묵묵히 조직력을 다지며 대회를 준비했다. 지난 2018년 이 대회의 아시아 예선 격인 AFC U-16 챔피언십에서 기존의 한국 축구와는 확연히 다른 공격 축구를 선보였다. 가볍게 월드컵 진출권을 따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스타 플레이어 하나 없이 일궈낸 소중한 결과였다.

이번 대회 조별 예선에서도 김정수호는 강한 전방 압박을 기본으로 상대방에게 공격 기회 자체를 잘 허용하지 않는 축구를 했다. 그 결과 2승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아쉽게 패한 프랑스전에서도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역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이 연령대 최강 팀 중 하나인 프랑스의 간담을 수차례 서늘하게 했다.

김정수호의 이와 같은 성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첫 번째는 에이스 부재를 이겨낸 결과라는 점이다. 김정수호의 실질적 에이스였던 서재민(16, 오산고)은 부상으로 낙마했다. 또 다른 에이스 홍윤상(17, 포항제철고)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조별 예선에 나서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만들어낸 결과이기에 의미가 있다. 이들의 빈자리는 최민서(17, 포항제철고), 엄지성(17, 금호고), 백상훈(17, 오산고), 정상빈(17, 매탄고), 김륜성(17, 포항제철고) 등이 힘을 합쳐 메웠다.

두 번째는 한국 축구 유스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 점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한국 축구의 기반을 단단하게 다질 필요성을 느낀 대한축구협회는 연령별로 세분화된 유스 시스템을 체계화했다. 협회는 K리그 팀들에게 의무적으로 구단 유스 팀을 만들어 운영하게끔 했다. 여러 대회를 만들어 이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성장하는 것을 도모했다. 2008년 '고교클럽 챌린지리그'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K리그 주니어, 2009년 출범한 전국 초중고 축구리그, 2013년 출범한 i-리그 등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이 시스템이 드디어 여러 과정을 거친 끝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모습이다. 유망주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U-20 월드컵 준우승 신화를 이룬 선수들이 이 시스템을 통해 본격적으로 성장한 첫 세대이며, 김정수호의 멤버들이 그 두 번째 세대다. 김정수호의 선전은 한국 축구 유스 시스템이 잘 정착해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수호는 다가오는 6일 새벽 4시 30분 앙골라와 16강전을 치른다. 앙골라를 꺾게 될 경우 2009년 대회 이후 10년만의 8강 신화를 재현하게 된다. 8강에 진출할 경우 숙적 일본과 만날 가능성도 점쳐지는 가운데, 김정수호의 전진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팬들의 관심이 조금씩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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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10기 임상현
U-17 대표팀 U-17 월드컵 한국축구 K리그 유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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