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진행된 'KBS 신규 시사-다큐 프로그램 기자간담회'에서 한상헌 아나운서, 방송인 최욱, 임재성 변호사가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KBS
최근 탐사보도, 시사 프로그램을 연이어 폐지한 KBS가 새로운 시사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KBS 신규 시사·다큐 프로그램 기자 간담회'가 진행됐다. 예능이나 드라마가 아닌, 시사 프로그램의 새 론칭 기자간담회 진행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KBS가 이번 편성 개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KBS는 최근 대표 탐사 프로그램 <추적60분>과 다큐멘터리 < KBS 스페셜 >을 연이어 폐지했다. 이에 대해 많은 시청자가 우려를 표했고, KBS가 막대한 경영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용 감축을 위해 시사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수익성이 높은 프로그램만 늘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덕재 제작1본부장은 "이번 변화에 앞서 많은 분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를 들었다. KBS 시사 프로그램의 퇴보가 아니냐 걱정하시던데, 그건 절대 아니다. < KBS 스페셜 >과 <추적 60분>은 30년 이상 방송해 온 KBS의 대표적인 시사 프로그램이지만, 이들이 갖는 한계점도 있었다"며 "지금 시대에 KBS가 해야 하는 역할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봤을 때), 개선점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탐사보도 기능 축소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던 <추적 60분>에 관해 김 본부장은 "<추적 60분>이 처음 시작된 40여 년 전은 야외촬영이라는 취재 방식이 처음 나왔을 때였다. 1980년대 초반이었고 카메라만 들이 대면 많은 문제가 해결되던 시대였다. 이제 세상은 많이 바뀌었고 그런 방식만으로는 취재가 불가능하다. 그동안 여러 취재 기법이나 그런 것들을 발전시켜왔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폐지 이유를 설명했다.
<추적 60분> 빈자리, <시사직격>이 메운다
▲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진행된 'KBS 신규 시사-다큐 프로그램 기자간담회'에서 임재성 변호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KBS
오는 10월 4일 오후 10시 첫 방송되는 KBS 1TV 새 시사 프로그램 <시사직격>은 <추적 60분>을 대신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의 이슈를 더욱 신속하고 깊이 있게 다루겠다는 목표로 론칭됐다. 최근 일본 강제동원 손해배상사건, 제주 4.3 사건 재심 등을 맡아 화제를 모았던 임재성 변호사가 MC로 활약할 예정이다. 첫 번째 아이템은 "일본을 비롯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김덕재 본부장은 "깊이도 추구해야 하고 속도도 추구해야 하고 탐사보도도 염두에 둘 것이다. 어느 시기에 어떤 소재를 다룰지는 아직 모르겠다. 시대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취재해나갈 것이다. <추적 60분>에서 다년간 경험을 쌓은 PD들도 팀 안에 포진돼 있다. 그들은 탐사 다큐를 통해 밝혀내야 할 깊이 있는 문제들을 추적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사직격>을 통해 처음으로 진행자 역할을 맡게된 임재성 변호사는 "나는 변호사이지만 사회학 박사학위를 갖고있는 사회학자이기도 하다. 변호사는 진실을 밝히는 사람이라면, 사회학자는 이 사람이 왜 나쁜사람이 됐는지를 밝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시사 프로그램이) 너무 쉽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어려운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어나가는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쉽고 편안한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
▲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진행된 'KBS 신규 시사-다큐 프로그램 기자간담회'에서 방송인 최욱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KBS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오후 10시 55분 방송되는 KBS 1TV <더 라이브>는 한상헌 아나운서와 방송인 최욱이 진행하는 '시사 토크' 프로그램이다. 현대인들이 바쁜 일상에 쫓겨 놓친 뉴스들을 '3분 이슈' 코너를 통해 쉽고 간단하게 전달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정치 토론' 코너를 준비하는 등 쉽고 편안한 시사 프로그램을 표방한다.
이내규 시사교양1국 CP는 <더 라이브>에 대해 지난 8월 종영한 <오늘밤 김제동>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발전시킨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더 라이브>를 <오늘밤 김제동>과 어떻게 차별화 할 것인가에 대해 사실 고민이 많았다. 1년 정도 <오늘밤 김제동>을 제작하면서 많은 노하우를 쌓았다. 강점은 이어받아 발전시키고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부분들은 보완해서 프로그램의 역량을 강화하는 게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밤 김제동>의 가장 큰 장점은 시청자와의 소통이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었다.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시청자들의 댓글, 문자 등의 반응을 프로그램에 반영하고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모니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반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를 즉각적으로 깊이 있게 전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쉽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에는 전문가를 모셔서 분석하고 통찰하는 시간을 강화하려고 한다. 데일리 시사프로그램의 명맥을 이어가겠다."
'쌍방향 소통 다큐멘터리' <와일드맵>
▲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진행된 'KBS 신규 시사-다큐 프로그램 기자간담회'에서 김덕재 제작1본부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KBS
오는 10월 3일 첫 방송되는 KBS 1TV 4부작 자연 다큐멘터리 <와일드맵>은 KBS의 '다큐 인사이트'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시청자들에게 한층 친숙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시도할 계획이다. 그 첫 번째인 <와일드맵>에서는 배우 정일우와 방송인 최송현이 자연 속으로 직접 들어가 야생동물을 만난다.
'다큐 인사이트' 프로젝트에 대해 김덕재 본부장은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새로운 다큐멘터리가 필요했다고 피력했다. 김 본부장은 "'KBS가 왜 요즘은 예전처럼 대형 다큐멘터리를 만들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KBS 다큐멘터리 하면 제일 먼저 무엇이 생각나나? 다들 <차마고도>(2007)를 말한다. 지금도 <차마고도>보다 더 큰 규모의 다큐멘터리를 매년 만들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다큐멘터리를 아무도 안 만들고 KBS만 만들던 시대에는 화제를 모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좋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서 상을 받아도 아무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이어 "특집 형태이거나 힘을 줘서 만드는 다큐멘터리를 한군데 모아서 '브랜드화' 시키자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즐길 수 있게 되지 않겠나. < KBS 스페셜 >의 전통을 이어가되, 우리가 계속해 온 대형 다큐멘터리까지 모아 새로운 다큐멘터리를 시도해보고자 한다. 무게감 있고 자신 있는 다큐멘터리는 매주 이 시간에 편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성배 시사교양3국 팀장은 <와일드맵>을 '쌍방향 소통 다큐멘터리'라고 소개했다. 그는 "그동안 자연다큐에서는 PD와 카메라맨이 잠복해서 자연을 관찰하고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시청자들이 직접 다큐를 제작하는 과정에 참여하면 어떨까 하는 발칙한 상상을 했다. 정일우, 최송현이 시청자의 눈높이에서 자연을 바라보고, 이를 유튜브나 페이스북 생방송을 통해 보여주면서 시청자와 대화하려고 한다. 말 그대로 '랜선으로 만나는 야생'이다. 자연 다큐팀이 새롭게 시도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 팀장은 촬영 중 에피소드를 하나 전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정일우씨의 관찰력이 매우 좋더라. 새 둥지를 관찰하다가 딱새 새끼들을 구해낸 적도 있다. 저희들은 촬영하느라 몰랐는데 정일우는 유심히 보다가 누룩뱀이 새끼들을 잡아먹으려 한다는 걸 알아채더라. 제작진과 함께 구출해냈다.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쌍방향 자연 다큐를 <와일드맵>을 통해 보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