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다섯이 돌아왔다>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다섯이 돌아왔다> 포스터. 넷플릭스
 
1939년 9월 1일 나치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하여 2019년 올해는 2차대전 발발 80년이 되는 해이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2차대전 관련 콘텐츠를 접했을 테지만 여전히 모르는 게 많다. 전쟁 당시 미국 할리우드 최고의 감독 5명이 참전해 전쟁터와 본토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었다는 사실 또한 잘 알지 못할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다섯이 돌아왔다: 할리우드와 2차대전 이야기>(이상 '다섯이 돌아왔다')가 전현직 최고 감독들의 목소리로 그 이야기를 전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기예르모 델 토로, 폴 그린그래스, 로렌스 캐스단이 그들이다. 5명은 각각 윌리엄 와일러, 존 휴스턴, 프랭크 캐프라, 존 포드, 조지 스티븐스의 팬을 자처하며 그들을 기억하고 회상하며 이야기한다. 한편 내레이션은 메릴 스트립이 맡았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에 참여했다(스티븐 스필버그는 2018년과 2019년에 '넷플릭스 작품은 아카데미 후보 자격이 없다'며 캠페인까지 벌인 적이 있는데, <다섯이 돌아왔다>를 넷플릭스에서 2017년에 선보였으니 그 기간 동안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인지 새삼 궁금해진다).

앞의 다섯 명은 잘 알 테지만, 뒤의 다섯 명은 잘 모를 수도 있겠다. 하여, 대표작 한 편씩만 나열해본다. 윌리엄 와일러의 <벤허>(1962), 존 휴스턴의 <물랑루즈>(1952), 프랭크 캐프라의 <잃어버린 지평선>(1937), 존 포드의 <수색자>(1957), 조지 스티븐스의 <젊은이의 양지>(1953). 이들 다섯 명의 감독들이 할리우드에 끼친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한다. 전 세계를 점령한 할리우드인 만큼 우리들에게도 절대적 영향을 끼쳤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위대한 다섯 감독

1941년 6월 나치 독일이 러시아를 침공하면서 확전된다. 한 달 후 존 휴스턴이 작가진으로 참여한 <요크 상사>가 개봉해 크나큰 성공을 거둔다. 이어 나치 독일은 영국에 일본은 중국에 무차별 폭격을 시행한다.

윌리엄 와일러는 <미니버 부인>으로 영국 전쟁을 다룬다. 12월, 전쟁 발발 2년 만에 일본 제국의 진주만 공습으로 미국이 참전한다. 캐프라는 워싱턴으로 가 전시 최대 규모의 전쟁 영화 시리즈 '우리가 싸우는 이유'를 제작하며 독일과 일본의 침략 역사를 자세히 설명한다.

포드는 해군 총감독으로 미드웨이 섬으로 파견된다. 조지 스티븐스는 계약 때문에 뒤늦게 입대하지만 최전방인 아프리카로 간다. 존 휴스턴과 윌리엄 와일러도 최전방 유럽으로 떠난다. 

다섯 감독은 제2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으로, 전쟁터와 본토에서 미국 참전의 이유와 과정과 결과를 거시적, 미시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선보인다. 전쟁 중, 미국이 참전하기 전인 1942년 제1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다큐멘터리상 부문이 신설된다. 이듬해 15회에서 이 부분에 4개 작품이 수상했는데 포드의 <미드웨이 전투>와 캐프라의 <전쟁의 서막>도 속했다. 

이들의 전쟁 다큐멘터리는 단순히 미국 참전의 정당성과 공정성을 설파하는 프로파간다로서의 콘텐츠가 아니라, 영화적 퀄리티도 높은 명명백백 잘 만든 영화였던 것이다. 더불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다큐멘터리상 부문이 시작된 것에 다섯 감독의 전쟁 선전 다큐멘터리들이 큰 영향력을 끼쳤다는 걸 부인할 수 없는 바, 이후로도 많은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전쟁의 실제를 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다섯 감독의 다큐멘터리, 그리고 <다섯이 돌아왔다>

한편, 존 휴스턴, 윌리엄 와일러, 조지 스티븐스도 전쟁의 실제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앞서 언급함 <미드웨이 전투>와 <전쟁의 서막>을 비롯 모두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할 수 있는데, 세 사람이 만든 <산피에트로 전투> <멤피스 벨> <대학살 나치 강제수용소>는 80여 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하나 같이 기가 막힌 실제성과 현장성을 띤 걸작들이다. 이들 중 미국 국립 영화 보존국의 국립 영화 등재부에 선정된 작품들도 다수 있다. 

<다섯이 돌아왔다> 자체도 굉장히 특별한 다큐멘터리이다. 다섯 명의 도우미(?) 감독들이 나올 때와 중간중간 잠깐의 연도 알림과 내레이션을 통한 전쟁 당시의 판도 애니메이션을 제외하곤 100% 옛날 자료들이다. 그 자료라는 것도 주인공 다섯 감독의 인터뷰 영상과 육성을 비롯 그들 작품의 다양한 장면들과 그들과 관련되거나 관련되지 않은 전쟁 전후의 모습들까지 총망라된 것이다 보니, 정리하여 재배치하는 게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을 테다. 즉,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을 거라는 말이다. 

하여 이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영원성을 담보한 역사적 자료를 친절하고 애정 어린 설명과 내레이션으로 정리하고 보여준 교육 자료라고 해도 무방하다. 단순히 다큐멘터리 감독과 제작자들이 어느 하나에 심취하여 현장 실감성을 전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담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보는 이들이 가슴과 머리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돌아온 다섯 감독

전쟁 전에 이미 할리우드 최고의 자리에 있었던 다섯 감독들, 거기에 참전 용사이기까지 하면 이후 인생이 활짝 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완전히 바뀐 전쟁 이후 그들의 삶을 전한다. 단순히 들여다보아도, 존 포드는 부상을 당했고 윌리엄 와일러는 청력을 잃었고 전쟁 전 할리우드를 점령하기 직전이었던 캐프라는 전쟁 후 잊힌 존재가 되다시피 한다. 

이후 그들은 당시엔 그 단어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어떤 식으로든 앓았던 거다. 충격적 경험은 계속 고통을 느끼게 하고 거기에 에너지를 투입하다 보니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다섯 감독이 택한 해결 방법은 역시 '영화'였다. 전쟁 경험을 나름의 방식으로 녹여낸 그들 각각의 대표 작품들은 최소한 미국 영화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들임에 분명하다. 다섯 도우미 감독들은 프랭크 캐프라의 <멋진 인생>, 윌리엄 와일러의 <우리 생애 최고의 날>, 존 포드의 <수색자> 등을 최고로 뽑는다. 다큐멘터리는 현대 블록버스터영화의 시초이자 현대 전쟁영화의 거장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말을 옮기면서 끝맺는다.

"전쟁의 끔찍한 진실들이 우리 문화에서 지워졌는데, 그건 미국인들에게 크게 심호흡할 기회를 주고 미래를 향한 기대감을 심어주려던 거죠. 하지만 저는 항상 미래로 나아가려면 완전하고 확실한 근거로 과거를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다섯이 돌아왔다 할리우드 감독 제2차 세계대전 참전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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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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