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일밴드
정미숙
오는 20일 홍대에서 열리는 6년만의 서울 공연을 앞두고 지난 10일 오후 조성일씨를 만나 그 간의 제주살이와 활동 이야기를 들어봤다.
- 2013년 5월 서귀포 강정마을에서 처음 만나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정확히 2년 뒤인 2015년 5월 두 번째 인터뷰를 하고, 4년이 지나 오늘 세 번째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첫 인터뷰때 "사람 일이야 어찌될지 모르는 거지만... 가능하면 제주도에 계속 정착하고 싶어요"라고 했는데 기억하는가? 2012년에 서울에서 제주에 내려와 지금까지 제주도에 살고 있는데. 제주에서 이렇게 오래 살 줄 알았나?
"서울에는 가끔 일이 생겨 가는 정도인데, 공연을 하러가든 사람을 만나러가든 도시가 주는 모습을 짧게 느끼는 정도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정서적 고독을 느끼게 한다. 제주에서는 못 느끼는 기분으로 도시를 즐기다 온다. 제주가 좋아서, 서울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 제주도 뿐 아니라 육지를 바쁘게 오가며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제주살이 7년을 돌아보면 어떤가?
"제주에 처음 왔을 때는 제주가 주는 힘을 받았다. 8년차 되니까 그 힘을 찾아 다녀야 되는 것 같다. 먹고 사는데 얽매이다보니 자연을 가까이 못한다. 제주섬이 주는 에너지에 무뎌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찾아가면 섬의 에너지는 그대로 있구나 싶다. 그 사이 제주가 많은 난개발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에너지가 있다. 내가 제주에서 힘을 받은 만큼 제주에 갚아야 할 부분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음악에도 묻어나지 않나 싶다."
- 제주 살이를 하는 동안 2013년 첫 정규 1집 '시동을 걸었어' 와 2016년 EP앨범 '일상이 아닌 일상을 살며'를 내놓았다. '일상이 아닌 일상을 살며' 수록곡 중에 제주섬과 제주사람들에 대한 걱정, 안타까움이 담겨 있는 노래들이 있다. '남쪽섬 작은 마을'. '다 이루어져라'가 그런 노래들이다.
"상처받고 있는 제주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건이 좋지 않더라도 일부러 서귀포에서 콘서트를 많이 하려고 했다. 제주시나 서울이 아닌 서귀포인 이유는 서귀포의 에너지가 좋아서다. 제주에서, 특히 서귀포라는 곳에는 유료공연문화가 별로 없다. 유료공연이 서귀포에서 먹히는지 한번 보고 싶었다. 카페 소리 공연, 재작년 제주올레여행자센터 공연은 만석이었다. 서귀포시민연대 문화공간 '와반'에서도 공연을 이어갔다.
그게 40대 중후반인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젊은 친구들에게 '서귀포에서 유료공연을 할 수 있겠네'라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고, 그런 문화공간이 계속 생겨나도록 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괜찮았던 것 같다. 이후에도 그런 시도들이 이어지길 바란다.
또 하나는 나를 다지는 시간이었기도 하다. 대중에게 쉽게 열린 공간에서 공연하기 보다는, (그렇지 않은 무대에 서며) 나를 단련할 시간이 필요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단단해지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밴드와 솔로 활동을 둘 다 이어갔다. 8년차가 되니 지금은 그때보다는 단단해졌다 싶으면서도 다른 단계의 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주시나 서울 등으로 접촉 면을 넓혀서 또 다른 단단함을 갖고자 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 사람과 노동을 잇는 노래"